[하루천자]김서울의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1>

조인경 2024. 1.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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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하루가 멀다고 건물이 헐리고 또 새로 들어서는 서울에서 궁궐이라는 문화재는 오랜 시간 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고마운 공원이자 휴식처다.

하지만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지겹도록 반복해서 봐왔다는 이유로, 혹은 언제든 가볼 수 있는 익숙한 유적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던 건 아닐까? 조금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궁의 아름다움이, 궁궐 산책의 즐거움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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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하루가 멀다고 건물이 헐리고 또 새로 들어서는 서울에서 궁궐이라는 문화재는 오랜 시간 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고마운 공원이자 휴식처다. 하지만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지겹도록 반복해서 봐왔다는 이유로, 혹은 언제든 가볼 수 있는 익숙한 유적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던 건 아닐까? 조금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궁의 아름다움이, 궁궐 산책의 즐거움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말이다. 문화재 전문가로 활동 중인 김서울 작가가 전문지식에 재기 넘치는 상상력을 더해 써 내려간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조선시대 옛 궁으로 통하는 다른 차원의 문을 열게 될지 모른다. 글자 수 1001자.

창덕궁은 궁을 제대로 즐기는 궁궐 마스터 관람객이 사시사철 즐겨 찾는 궁이다. 서울의 다섯 궁궐 중 우리가 '조선의 궁' 하면 흔히 떠올리는 요소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데다 후원까지 있어서 도심 속 산책을 즐기고 싶은 이들의 욕구도 충족시켜 주는 곳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나머지 네 개 궁과 달리 '근처 번화가에 들르는 김에 겸사겸사 가보기'가 잘 안 되는 궁이 또 창덕궁이다. 광화문과 인사동에서도 거리가 있고 대학로와도 떨어져 있어 정확히 궁궐 관람을 목적으로 길을 나서지 않고서는 좀처럼 가보기가 어렵다. 어쩐지 고고함이 느껴진달까.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어 창덕궁에 들어가면 짙은 초록의 회화나무군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긴다. 정문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진입하도록 되어 있는 금천교를 건너면 그 뒤로는 얼핏 미로 같은 고궁 길을 걷게 되는데, 광화문만 넘으면 가장 안쪽 전각까지 일직선으로 쭉 뻗어 나가는 경복궁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만약 시간이 허락한다면 머지않은 간격으로 두 개 이상의 궁을 방문해보면 좋겠다. 경복궁과 창덕궁만 해도 이렇게 다르고, 서울 다섯 개 궁 모두가 각각의 개성이 있다. 이전에 방문했던 궁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다른 궁을 탐색해보면 각각의 궁이 저마다 어떻게 다른지를 단번에 체감할 수 있고, 나아가 내 취향에는 어느 궁이 더 맞는지도 수월하게 가늠해볼 수 있다.

창덕궁 방문객들은 대개 앞선 관람객의 걸음을 따라 오른쪽으로 방문 지도를 넓혀 나간다. 같은 방향으로 몇 분 걷다 보면 왼쪽에서는 창덕궁의 정전(국가 및 왕실 행사를 하던 의례용 건물)인 인정전을 볼 수 있고 그즈음에 양쪽으로 갈라진 길을 만나게 된다.

어떤 길을 택하든 청기와를 얹은 선정전, 백골집(단청을 하지 않은 전각)으로 만들어진 낙선재, 홍매화, 살구나무, 감나무 등 다양한 고궁 전각과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나무를 골고루 만날 수 있고 덕분에 궁이라는 공간이 익숙지 않은 초심자도 즐겁게 발걸음을 이리저리 옮길 수 있다.

-김서울,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놀, 1만5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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