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일당 9000원, 수능 봐 의대 갈래" 대치동 가는 MZ교사

이후연, 최민지 2024. 1.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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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교직에 있으면서 한의대나 약대를 준비할 수 있나요?”

서울 대치동의 50대 수학강사 A씨는 최근 1~2년 사이 현직 교사로부터 이런 문의를 적지 않게 받는다고 했다. 지난해엔 재수를 위해 사표를 낸 7년차 교사를 제자로 맞았다. A강사는 “메디컬 계열에 가려고 새로운 선택 과목까지 공부하려는 교사도 있었다. 그만큼 관두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하는 경기도의 4년차 교사는 “평일엔 퇴근 후 인터넷 강의를 2시간씩 듣고 주말엔 온종일을 리트 공부에 투자한다”며 “교직에서 보람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로스쿨 행을 선택했다”고 했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교사들로만 구성된 이직 스터디도 심심 찮게 볼 수 있다. 감정평가사, 한의사 등 이직 목표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교직을 떠나려는 젊은 교사들이 늘고 있다. 교사 이직·창업 컨설팅 업체가 생겼고, ‘탈출 성공기’를 담은 브이로그도 인기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가히 ‘엑소더스(Exodus·대탈출)’라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퇴직한 5년 미만 교사 두 배로 늘어


교사는 한때 선망의 직업이었다. 휴직이 쉽고 여성의 경력 단절 없이 출산·양육이 가능해 교대 입학 점수가 문과 최상위권일 때도 있었지만, 이젠 옛말이다.
신재민 기자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등 교사 중 20~30대 비율은 43.2%(8만3240명)로 10년 전(53.9%, 9만6776명)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든 데다 이탈하는 젊은 교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퇴직한 근속연수 5년 미만 초·중·고 교원은 589명으로 전년 동기(303명) 대비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온라인엔 탈출 후기…교대생 휴학도 급증


한 크리에이터가 온라인에 올린 ‘전국 50등 엘리트 교사가 8년 만에 퇴사한 이유’ 쇼츠(짧은 동영상)는 조회수 5만4000회를 기록했다. ‘어렵게 합격한 신의직장 교사를 그만두는 이유(41만회)’ ‘3년 만에 합격한 공무원, 갑자기 무계획 퇴사한 진짜 이유(9만6000회)’ 등의 영상도 조회수가 높다. 온라인 블로그를 통해 “이직 준비 교사를 전문적으로 컨설팅한다”고 광고하는 업체도 있다.
신재민 기자

‘예비 교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전국 10개 교육대학 휴학생 수는 894명으로 전년(703명)보다 191명 늘었고, 10년 전(439명)의 두 배가 넘는다. 2022년 제적생(중도포기학생)도 370명으로 10년 전(156명)의 두배를 훌쩍 넘었다. 서울교대 3학년 B씨는 “동기 중에 의대 간다며 수능을 다시 보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담임 수당, 최저 시급 수준”


젊은 교사의 이탈 현상은 경제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구매력평가지수(PPP)로 계산한 우리나라 국공립 초등학교 초임교사의 법정 급여는 3346만원으로 OECD 평균(3620만원)보다 274만원 적다.

담임이나 부장교사 등을 맡으면 추가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올해 8년 만에 담임 수당을 월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를 한 달 출근 일수(22일)로 계산하면 담임을 맡아서 받게되는 추가 일당은 약 9090원이다.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인 지난해 9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 앞에 모인 교사와 시민들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 진상규명과 5개 교원단체가 합동 발표한 ‘교원보호 입법발의 공동안’ 의결,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 등을 촉구했다. 뉴스1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코로나19 이후 보건부터 시작해 행정 업무가 늘어나며 젊은 교사뿐 아니라 20년 차 이상 중견 교사들도 많이 버거워했다”며 “이제는 돌봄까지 학교 몫이 돼 가는데 인력이 없어 일단 교사가 메꿔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다 보니 교사들도 지친 것 같다”고 했다.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교권 회복의 시작은 교사가 누구나 되고 싶어 하면서도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직업이어야 할 것”이라며 “교사의 전문성을 키워준다는 정부의 노력이 힘을 받기 위해선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인재들이 모일 수 있도록 교직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연·최민지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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