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사태 PF 위기, 내 돈은? 저축은행 79곳 다 뒤져봤다
저축은행 79곳 전수조사해보니
■ 머니랩
「 13년 전 ‘저축은행 사태’를 기억하십니까. 부실한 저축은행들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죠. 서민들의 돈이 발묶이거나 떼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부동산PF가 문제였습니다. 그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태영 사태’가 또다시 부동산PF로 불붙을 우려입니다. 머니랩이 79개 저축은행을 전수조사했습니다. 한푼도 피해보지 않게 3대 포인트 체크해보세요.
」
다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찾아왔다.
시공능력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작업)을 타진하면서 금융권도 손익 계산으로 분주하다. 부동산 PF 위기가 확산하면 부동산에서 시작된 위험이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건 시간문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올해 특히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꼽는 곳이 바로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이다. 머니랩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경영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다. 머니랩이 79개 저축은행의 2022년 상반기와 지난해 상반기 경영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평균 BIS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16.7%로 한 해 전보다 1.4%포인트 개선됐다. 적기 시정조치 기준(총자산 1조원 이상은 8%, 1조원 미만은 7%)에 미달한 곳은 한 곳도 없었고, 당국이 일상적으로 권고하는 기준(9~10% 이상)에도 모두 부합했다.
하지만 BIS 비율을 충족하더라도 모든 저축은행의 영업이 순탄한 건 아니다. 경북 소재 대아저축은행과 대원저축은행은 손실이 쌓여 총자산 규모가 강남의 대형 평수 아파트 1~2채 가격(대아저축은행 94억원, 대원저축은행 5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10%가 넘지만, 누적 손실로 인해 새로운 영업은 하지 않고 현상 유지만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BIS 비율이 우량했지만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사례도 상당수 있었다.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금융당국은 BIS 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 비율 8% 미만인 저축은행을 소위 ‘8·8클럽’이라 부르며 우량 저축은행으로 분류했다. 옛 솔로몬저축은행(현 NH저축은행)은 8·8클럽에 속했지만 부실 금융기관 지정을 피하지 못했다. 이 저축은행은 2010년 말 기준 BIS 비율 9.51%, 고정이하여신 비율 7.27%로 ‘8·8클럽’에 가입된 초대형 저축은행(자산 규모 5조원)이었다. 하지만 저축은행권에 부동산 PF 위기는 대마(大馬)도 즉사(卽死)한다는 선례를 남겼다.
BIS 비율 못지않게 꼼꼼히 봐야 할 지표가 고정이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비율이다. 예를 들어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8%가 넘는다는 건 은행에서 대출해 간 고객 100명 중 8명 이상이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못 갚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가장 높은 저축은행은 대아저축은행(24.35%)이었다. 에스앤티(17.59%)·대원(14.58%)·HB(14.04%)·조흥(11.99%)·아산(11.19%)·상상인플러스(10.68%)·상상인(10.67) 등도 이 비율이 10%가 넘었다. HB(3.64→14.04%)·상상인플러스(3.16→10.68%)·상상인(2.13→10.67%) 등은 한 해 전보다 이 비율이 3배 이상 올랐다. 부실 대출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고객의 상환 능력 저하,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부실 여신이 크게 증가했다”며 “앞으로 부동산과 관련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저축은행의 안전성 여부는 부동산 경기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머니랩이 전수조사한 전체 PF 대출 대비 정상 대출(채무상환능력이 충분한 거래처에 대한 대출) 비중을 살펴보니, 지난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 평균은 55.7%로 2022년 상반기보다 27.7%포인트 떨어졌다. PF 대출 중 정상 대출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진 곳도 있었다. 더케이(17.1%)·신한(17.7%)·HB(18.8%)·아산(19.4%) 등이다. 상상인(136.3%)·더블(133.6%)·JT(128.0%)·동원제일(126.7%)·다올(126.3%)·상상인플러스(125.7%) 등은 자기자본보다 더 많은 돈을 PF 사업장에 대출하고 있었다.
예금자 입장에선 PF 대출이 자기자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대출 부실도 커지는 곳을 특히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고금리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높기 때문에 부동산 PF 부실률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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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이병준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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