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브리핑] 獨, 6년 만에 사우디에 전투기 수출 허용 까닭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자 미국과 영국이 전격적으로 공습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태스크포스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독일이 5년간 반대해 왔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수출 금지를 해제했다. 이번 조치가 사우디아라비아가 프랑스와 벌이고 있는 라팔 전투기 도입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①독일의 안간힘…유로파이터 수출 금지 풀어
독일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수출 금지를 해제했다. 독일은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내전 개입과 언론인 카슈크지 살해 사건 등을 이유로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7년 영국 BAE 시스템즈와 유로파이터 72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해 배치한 뒤 2018년 영국에 2차분 48대를 주문했지만, 독일의 반대로 도입이 무산되다.
독일의 정책 변화는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을 방문한 독일 외무장관이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사우디아라비아가 격추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의 안보 이익을 보호하고 지역 분쟁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하면서 감지됐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이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를 사용해 이스라엘로 향하던 후티 반군의 미사일을 격추했으며, 이런 상황을 독일 정부가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독일·영국·스페인·이탈리아가 공동으로 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는 개발국 한 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수출이 불가능하다. 영국은 최근까지도 독일 정부를 설득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독일의 입장 변경은 중동 정세 변화 외 경제적인 이유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년 동안 유로파이터 타이푼 도입이 막히자 2023년 10월부터 프랑스와 라팔 전투기 54대 도입 협상을 벌여왔다. 만약 프랑스가 계약을 따내고 유로파이터 타이푼 주문이 취소된다면 독일 정부는 자국 노동계의 엄청난 반발을 살 상황이었다.
독일 정부는 유로파이터 타이푼 수출 금지 해제와 함께 전투기에 장착할 IRIS-T 공대공 미사일 150발에 대한 인도 재개도 결정했다.
②해저 인프라를 방어해라…유럽의 총력전
유럽 각국이 가스 파이프나 해저 케이블 등 해저 인프라를 방어하는 해저전(Subsea Warfare)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해저전은 수중에서 벌어지는 기뢰전과 잠수함전과 달리 해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나 방어를 위한 작전이다.
최근 유럽에서 해저 인프라와 관련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2022년 9월 러시아에서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발트해 노드 스트림2 해저 가스파이프가 파괴됐고, 지난해 10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해저 가스파이프가 손상됐다. 2022년 1월 노르웨이 인근 해역에서 해저케이블 절단 사고가 일어났는데, 러시아 선박의 소행으로 보인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전문가는 해저전은 현재 보호해야 할 인프라의 방대한 규모, 파이프라인의 취약성, 다양한 공격기회 덕분에 공격자가 방자보다 상당한 이점을 가진다고 밝혔다.
해저 인프라를 노린 작전은 1970년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가보안국(NSA), 그리고 미 해군이 오호츠크 해에 매설된 소련군 통신 케이블을 도청한 아이비 벨 작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러시아나 중국이 상대방 해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나라로 꼽힌다.
러시아와 중국의 공격에 대비해 미국은 해저 인프라를 보호할 함선 두 척을 배치했고, 영국은 ‘중요 수중 인프라전’이라는 새로운 전쟁 개념을 만든 뒤 최근 첫 번째 전용 함선을 배치했다. 프랑스는 해저 인프라 방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시작했고, 유럽 해군에서 해저 기반시설을 감시하는 태스크포스를 출범할 예정이다. 이탈리아와 노르웨이는 해저 케이블 보호를 위해 수개월 동안 바닷속에 머무르면서 해저 파이프라인을 자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수중 드론 개발에 나섰다.
③미 해군, 레이저 무기 개발 속도에 불만
미 해군의 레이저 무기 개발을 감독하는 프레드 파일 제독이 지난 10일 미 해군 수상함 협회 연례 심포지엄에서 해군과 산업계가 레이저 무기 체계에 대해서 개발이 어렵다고 솔직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독은 자신의 발언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15년 전 USS 폰스함(Ponce)에 레이저 무기를 장착했지만, 아직도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일 제독의 발언이 있기 전날 해군 수상전 책임자 브렌던 맥레인 제독은 현재 해군의 레이저 무기 개발 속도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로 불리는 레이저 무기는 수십 년 동안 미 국방부에게 매력적인 무기체계였다. 미 해군도 적 무인기나 보트를 격침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개발 목표에 근접한 프로젝트로 록히드마틴의 헬리오스(HELIOS)가 있다. 미사일 구축함 USS 프레블함(DDG-88)에 배치될 헬리오스는 60㎾ 출력의 레이저로 소형 드론이나 보트를 공격할 수 있고, 적 광학 장비를 교란할 수 있다.
최근 후티 반군이 홍해 일대에서 값싼 드론을 날려 보내는데 미 해군이 왜 레이저 무기로 이를 격추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 미국 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 해군은 드론이 군집을 이뤄 함정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현재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SM-2 등 미사일로 요격하는 실정이다.
파일 제독은 해군은 지향성 에너지 능력에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공간·무게·전력·냉각이 필요하며 이것은 수상 전투함에게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레블함에 탑재될 헬리오스가 올해 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장관도 해군은 지향성 에너지 능력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과 차세대 구축함 DDG(X)을 염두에 두고 미래 예산 요구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과 2027 회계연도 예산에 헬리오스 또는 헬리오스와 유사한 기능을 구축함에 배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ㆍ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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