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심장'서 대만 총통 나왔다…'반도체 힘' 아는 그의 전략
“정치 초년병부터 대만 첨단 반도체 산업에 핵심 역할을 수행한 인물”.
13일(현지시간) 라이칭더 16대 대만 총통 당선자에 대한 블룸버그의 평가다. 라이칭더는 대만 남부 도시 타이난에서 정치 인생 대부분인 19년을 보내며, 타이난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기지가 되기까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긴밀히 협력했다. TSMC의 핵심 도시가 배출한, ‘반도체의 힘’을 아는 총통의 탄생이다. 향후 대만 정부의 반도체 정책과 TSMC 등 대만 반도체 산업 향방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TSMC의 심장 타이난, 타이난의 아들 라이칭더
라이 당선인은 타이난에서 신장 전문의로 일하다 1998년 타이난 지역구 입법위원(국회의원 격)으로 당선돼 정계에 발을 들였다. 그가 위원 4선(1998~2010)과 시장 연임(2010~2017년)으로 거물 정치인으로 크는 동안 타이난은 TSMC의 핵심 생산 기지로 자리 잡았다. TSMC는 대만 북부의 신주에 이어 남부 도시인 타이난을 파운드리 생산기지로 점 찍고, 2000년 팹(Fab) 6 가동으로 시작해 팹 14, 팹 16 등 파운드리 공장을 차례로 세워나갔다.
특히 타이난이 세계 최첨단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의 팹 18 공장을 유치하는 데 라이칭더 당시 타이난 시장의 역할이 컸다. TSMC는 2017년 팹 18을 타이난에 짓는다고 발표하며, 타이난 시 정부가 시설 부지는 물론 수도와 전력 등의 인프라·환경 관련 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방패’ 뿐 아니라 ‘확장’ 도구
라이 당선인은 “소재, 장비, 연구 개발, 집적 회로 설계, 제조, 웨이퍼 제조 및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산업을 지속 지원해 대만에 종합 클러스터가 구축되게끔 하겠다”라고 13일 당선 연설에서 강조했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TSMC 껍데기론(論)’과 싸웠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그곳에서도 최첨단 공정으로 칩을 생산하기로 하자, 중국 국영매체는 “민진당이 TSMC 알맹이를 미국에 넘기고 대만에는 껍데기만 남기고 있다”고 보도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그러나 라이 당선인은 “TSMC가 미국 등 해외에 사업장을 설립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며 “이는 대만의 경제력이 확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받아쳤다. 또한 “첨단 공정이 대만에 남아 있기 때문에 TSMC의 기반은 대만에 남는다”라고 못 박았다. 이는 해외보다 대만에 한 단계 높은 첨단 공정을 둔다는 TSMC의 ‘N-1’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TSMC는 지난해 타이난 인근의 가오슝에 최첨단 2나노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는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반도체 지정학에 미칠 영향은
라이칭더 당선인은 반(反)중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번 대만 총통 후보 중 중국이 가장 꺼린 후보다. 그는 13일 당선 수락 연설에서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세계의 공동 자산”이라 칭하며 “반도체 산업 발전은 전 세계가 분업한 결과이므로 대만 자신뿐 아니라 중국과 다른 국가들도 이 산업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중국을 콕 집어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4월 민진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만의 민주적 가치, 반도체 산업에서의 위치 등의 성과를 활용해 같은 뜻을 가진 국가들과 민주 평화 연방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대만 국민은 정부가 강력한 반도체 산업을 활용해 동남아·유럽과 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양안(중국-대만) 관계 갈등의 핵심이 반도체이지만, 반대로 반도체가 양안 관계의 급속한 악화를 막기도 한다고 봤다. 미국 안보 전문 씽크탱크인 스팀슨 센터는 선거 결과 직후 낸 보고서에서 중국이 대만의 기계·농업·섬유 등에 대한 관세 특혜를 축소·폐지하며 압박하겠지만, 중국 반도체 공급의 70%를 대만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를 쉽게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반도체 일본-대만 간 관계는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협회는 14일 보고서에서 “양안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기보다는 현재의 긴장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상수가 된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을 사전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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