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높아 '입주불가'…"추운데 어디 가나" 김포 아파트 날벼락
경기도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 14일 입주 예정이었던 임모(62)씨는 이달 초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파트가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 규정보다 63~69㎝ 높게 지어진 탓에 사용 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삿짐센터 직원과 아파트 입구까지 가봤지만, 출입이 막혀 있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임씨는 “전셋집 계약이 만료돼 일찌감치 집에서 나온 상태라 지인 집에서 머물고 있다”며 “춥고 비 오는데 갈 곳 없는 처지가 너무 처량하다”고 말했다.
고도제한 규정보다 높게 지어진 김포시 신곡리 김포고촌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김포시 등에 따르면, 8개 동 399세대 규모로 건설된 이 아파트는 당초 지난 12일이 입주 개시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입주자는 단 한 세대도 없는 상태다. 김포공항과 약 4㎞ 떨어진 이 아파트는 공항시설법상 고도제한에 묶여 해발고도 57.86m 이하 높이여야 하는데, 8개 동 중 7개 동이 고도제한 높이보다 63~69㎝ 더 높게 지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김포시는 “높이를 낮추는 재시공이 끝나야 사용 허가를 내줄 수 있다”며 입주 불가 판정을 내렸다.
고촌주택조합에 따르면, 전체 입주예정자 중 55세대는 입주 개시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이사하겠다고 신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파트 높이를 낮추는 재시공은 빨라도 2개월 이후에나 완료될 전망이어서 피해가 커졌다.
엄동설한에 갈 곳을 잃은 입주 예정자들은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김포시에 대해선 임시 사용 승인이라도 해달라고 요청 중이다. 하지만 시는 재시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포시 건설과 관계자는 “시는 2020년 3월 사업계획 승인 단계부터 고도 제한을 허가 조건으로 걸었는데, 시공사 등이 제출한 보고서와 실제 시공이 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합에 따르면, 시공사는 보상 대책으로 입주 예정자들에게 하루 20만원 이내 숙박비에 대한 사후 경비 처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시공사가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12일 입주 예정이었던 서모(32)씨는 “2달 동안 숙박비만 1200만원 가량 되는데 당장 금액도 부담인 데다 실제로 나중에 돌려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포시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시공사와 감리단 등에 대해 주택법 위반 혐의로 경찰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김포시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와 시공사 등의 원만한 합의가 우선이므로 관련 협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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