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CES에 한국 기업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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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다시 찾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의 그때와 지금은 묘하게 달랐다.
현지에서 만난 기업인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참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미국을 빼면 한국 기업이 CES를 먹여 살린다. 단체 보이콧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비관론과 "미국 등 내로라하는 기업인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네트워킹하기 좋고 기술력을 확인할 큰 장인 것은 여전히 맞다"는 옹호론이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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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다시 찾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의 그때와 지금은 묘하게 달랐다. 시점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라는 게 가장 큰 차이였지만 그런 차원의 다름을 느낀 게 아니다. 최초를 앞세운 ‘킬러앱’ 기술이나 제품·서비스를 예년보다 발견하기가 어려웠던 점이 아닐까 싶다. CES에만 10번 이상 참석한 전문가의 말에서 궁금증이 일부 풀렸다. “가전과 IT든, 모빌리티든 많은 기업이 기술적인 한계에 직면하면서 매년 새로운 무언가를 출품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트렌드 위에 현존하는 기술의 장점을 얹어 부각하는 식이나 즐길거리와 볼거리 등 체험 위주의 전시 공간으로 시선을 돌리는 식으로 전시관을 꾸민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CES 철이 다가오면 전시관 콘셉트를 정하고 출품작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업부마다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자랑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한칼’을 보여줄 때를 기다릴 수는 없는 건가. 왜 한국 기업은 CES에 매년 ‘개근 도장’을 찍으면서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 여기저기에 캐물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가 “한국이 불참하면 전시회가 망할 수도 있다”고 말할 만큼 우리나라는 CES 흥행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나라다.
자동차 전장화 추세와 맞물려 모터쇼의 인기가 한풀 꺾이는 대신 CES가 세계에서 가장 핫한 전시회로 주목받던 5년 전과 달리 올해에는 CES에 매년 큰돈을 들여 참가할 만한가하는 의심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렸다. 일각에선 무용론까지 흘러나와 내심 놀랐다. 현지에서 만난 기업인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참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미국을 빼면 한국 기업이 CES를 먹여 살린다. 단체 보이콧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비관론과 “미국 등 내로라하는 기업인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네트워킹하기 좋고 기술력을 확인할 큰 장인 것은 여전히 맞다”는 옹호론이 맞섰다.
이런 갑론을박은 상업적인 면을 지나치게 고려하는 CES 주관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CES를 관장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그해 CES가 끝나자마자 차기 CES에 참가할 기업과 전시관을 사전 계약하는 시스템으로 전시회를 운영한다. 전시 공간은 제한적인 데 반해 CES를 발판으로 한 기업의 마케팅 수요가 더 많기에 가능한 일인데, CTA는 한발 더 나아가 경쟁심리를 자극하며 ‘갑’의 위치에서 입도선매를 강요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CES에 한 해라도 참가하지 않으면 메인 전시관에 부스를 차리기 어렵다. 사실상 벌칙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CES에 중국 기업 1100여개가 몰려왔지만, 대다수가 외곽에 있는 전시관으로 밀려나 존재감은 미미했다. 코로나19 당시 자국 봉쇄 정책으로 CES에 불참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수가 터진 2022년 CES 당시 우리나라 한 대기업이 계약을 철회하지 않고 텅 빈 전시관으로 놔둔 것도 ‘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사례다.
판로 개척 차원에서 CES가 절실한 스타트업의 환경은 더 척박하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는 올해 CES 폐막과 동시에 내년 참가 기업 모집 공고를 띄웠다. 대부분이 현장에서 재계약하기 때문에 신규 업체에 배정할 부스가 부족하고 중국 업체가 더 올 것이라는 협회 설명을 보니 당장 신청해야 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CTA는 ‘혁신 기술의 장’인 CES 운영 주체로서 스스로 혁신해야 할 변곡점에 섰다.
김혜원 산업1부 차장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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