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세론이냐 헤일리 추격이냐… 공화 경선 막 올라

전웅빈 2024. 1. 1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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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이오와 코커스에 관심집중
트럼프 득표율 매직 넘버는 ‘50%’
최근 조사 트럼프 48% 헤일리 20%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한 호텔에서 브레나 버드 주 법무장관과 대담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아이오와주 시더 폴스에서 열린 공화당원 행사에서 연설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AP·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4명이 13일(현지시간) 최악의 겨울 폭풍으로 꽁꽁 얼어붙은 아이오와주에 집결했다. 15일 열리는 공화당 첫 경선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10개월간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 막을 올리는 것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부터 경선을 시작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을 꺾을 만한 주자가 없어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화당 경선은 1강(트럼프), 2중(헤일리·디샌티스) 구도다. 아이오와 지역신문 디모인레지스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7~12일 아이오와 코커스 참석 가능성이 있는 공화당원 750명 대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지지를 얻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20%, 디샌티스 주지사는 16%였다. 트럼프와 디샌티스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때보다 감소(각각 3%, 4% 포인트)한 반면 헤일리는 4% 포인트 상승했다.

트럼프는 전국 지지율에서도 1년 가까이 경쟁 후보들을 30% 포인트 이상 앞서며 독주를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인구 310만명의 작은 지역 아이오와를 주목하는 건 ‘트럼프 대세론’의 실체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세론을 분명히 하는 득표율 매직 넘버를 ‘50%’로 제시하며 이를 달성하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카렌 투물티는 “트럼프의 경쟁자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라고 평가했다.

반면 공화당 내 반트럼프 세력은 온건파가 똘똘 뭉쳐 2위 주자에 지지를 몰아준다면 트럼프 견제가 가능하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헤일리와 디샌티스가 아이오와에서의 유의미한 득표율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두각을 나타내는 2위 주자는 오는 23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다음 달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까지 바람몰이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3월 5일 15개주에서 경선이 열리는 ‘슈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전체 대의원 과반을 확보해 대선후보 자격을 조기에 확정하려던 트럼프의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다. 전체 대선 판도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날씨 문제로 예정했던 유세 2개를 모두 취소했다. 대신 오후 늦게 아이오와주에 도착해 곧바로 자신의 지지자인 브레나 버드 아이오와주 법무장관과의 대담을 온라인 생중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헤일리를 미국 우선주의가 아닌 ‘세계주의자’라고 부르며 “대통령이 될 만큼 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웨스티 디모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UPI연합뉴스


헤일리는 시더 폴스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서 “트럼프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옳든 그르든 늘 혼란(chaos)이 그를 따라다닌다”고 지적했다. 디샌티스는 카운슬 블러프 유세에서 “트럼프는 여러분을 멍청하다고 여긴다. 자신의 거짓말을 알아차릴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1600여곳에 당원들이 직접 가서 지지자 연설을 듣고 투표해야 한다. 온라인이나 우편투표제도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투표율이 아이오와 코커스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40년 만의 최악의 혹한 속에 치러진다. 통상 아이오와 코커스 투표율은 20~25%로 저조한데, 기상 악재로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아이오와 주도 디모인에 이번 주 내린 눈은 56.6㎝로, 1941년 이후 가장 많은 적설량이다. 영하 26도까지 내려간 강추위는 도로를 꽁꽁 얼려 이동도 어렵게 했다. 헤일리 지지자인 마리아네트 밀러 믹스 하원의원은 이날 유세장을 가려다 가벼운 교통사고가 났다. 디샌티스는 웨스트 디모인 행사에 75분이나 지각했다.

날씨는 후보들의 막판 유세 전략도 엉클어놨다. 트럼프는 현장 유세를 취소하고 대신 전화 독려에 나섰다.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충성파들의 현장 투표를 최대한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반면 헤일리와 디샌티스는 현장을 직접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헤일리를 지지하는 정치 단체 코크 네트워크는 자원봉사자들을 총동원해 눈길을 헤치고 유권자 집을 찾았다.

후보들도 투표율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트럼프는 추운 날씨로 인해 지지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면서도 “내 지지자들은 매우 열광적이어서 반드시 투표장에 나타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는 각 투표장 진입로와 주차장에 제설 작업이 진행됐는지를 일일이 확인했다고 한다. 헤일리도 “15일은 정말 추울 것”이라며 “여러분이 투표소에 가고, 또 시간을 내서 다른 사람들도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했다.

다코타뉴스의 아이오와주 정치국장인 데이브 프라이스는 “날씨가 이렇게 나빴던 당원대회는 기억하지 못하겠다. 각 후보에게 얼마나 헌신적인 유권자가 있느냐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측은 혹한의 날씨를 뚫고 기꺼이 집을 나설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이 많기를, 추격자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세론에 안주해 투표장에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디모인레지스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고 답했다. 아직 설득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25%였다. 트럼프 지지자의 82%는 마음을 정했다고 답해 헤일리(63%)나 디샌티스(64%) 측보다 지지자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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