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진짜’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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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다른 요가원의 하루짜리 클래스에 참여한 적이 있다.
어려운 균형 자세를 유지하느라 정신없던 중 선생님 말씀이 귀에 들어왔다.
"그럴듯한 것 말고, 진짜 그런 것을 하세요." 그 말이 유독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당시의 내가 그럴듯해 보이는 자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가의 목적은 동작을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의 호흡과 정신의 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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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다른 요가원의 하루짜리 클래스에 참여한 적이 있다. 어려운 균형 자세를 유지하느라 정신없던 중 선생님 말씀이 귀에 들어왔다. “그럴듯한 것 말고, 진짜 그런 것을 하세요.” 그 말이 유독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당시의 내가 그럴듯해 보이는 자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가의 목적은 동작을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의 호흡과 정신의 집중이다. 그러나 나는 요가 동작처럼 보이는 자세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재작년 어느 미술관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가가 어찌됐건 자신의 작품에 있어 ‘진짜’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부연하기를 그 ‘진짜’라는 표현은 그 자리에 함께하던 작가의 친구인 무용수가 무대를 연출할 때 배우들에게 하는 요구로부터 빌려온 것인데, 이를테면 물을 마시려고 컵을 쥐는 장면에서, 컵을 쥐며 연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정말로 물을 먹기 위해 그 컵을 잡아야 하고, 그것이 바로 ‘진짜’이며, ‘진짜’를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무대는 완성된다는 뜻이었다. 관객들은 그 ‘진짜’를 알아보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나는 요가를 할 때 내가 혹시 자신을 속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다소 엉성하게 자세를 취하게 되더라도 몸을 느끼며, 호흡에 집중하며 동작에 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진짜’의 개념은 글을 쓸 때도 유효했다. 능란해 보이는 글, 잘 써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글을 쓰기 위해 내가 나도 모르게 애쓰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게 되었다. ‘진짜’ 혹은 ‘진정성’이란 개념은 모호하며, 더군다나 그 가치가 위협받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했는지에 대해서만큼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가 아는 ‘진짜’라는 것에 근접하기를 유념하며 행동하려 하고 있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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