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한·일 경협 중요성 되새긴 ‘평화 오디세이’

2024. 1. 15. 00: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주최로 지난해 12월 5,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평화 오디세이 2023’은 ‘평화를 향한 한·미·일 협력의 길’이라는 테마로 오피니언 리더들이 다양한 제언과 새로운 지식을 나눈 자리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일 경제협력 방향은 물론, 국가 안보와 주일 미군기지의 역할 및 대응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게 된 기회였다.

첫날 학술대회는 한국과 일본 기업을 경영해 온 나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한·일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환경 속에서 한·미·일 전략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느끼게 되었다.

「 국가·기업 협력 기초는 ‘역지사지’
상대 입장 이해하려는 노력 중요
정치와 별개로 공동 이익 추구를

리셋 코리아

후카가와 유키코(사진 오른쪽) 와세다대 교수가 한·일 협력의 신(新)차원으로 제시한 3가지는 특히 공감이 갔다. 이는 첫째, 성장 위주에서 지속성으로의 가치 전환, 둘째, 제로섬 경쟁에서 포지티브섬 경쟁으로의 전환, 셋째, 기층 사회의 충돌에서 글로벌 협력으로의 전환이다.

한·일은 지금껏 정치적 갈등과는 별개로 경제 협력을 통해 공동 이익을 추구해 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정경 분리 원칙은 균형 있게 지속되어야 하며, 한·일 경제계가 공동 노력해서 새 시대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한·중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중국과 연결된 공급 체인을 끊을 수도 없고 끊어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양국 간 관광·문화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하고,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협력 관계의 핵심은 혁신적 기술과 제품이라는 ‘경제적 힘’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전폭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인적자원 육성, 연구 환경 인프라를 정비하여 실행해 나가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미래 과학기술 산업에 집중하고 국가 미래전략 프로젝트에 참여해 한국만의 과학·산업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경제안보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이다.

경제 협력과 국가 안보의 밀접한 관련성은 대만해협과 관련한 발표 내용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대만해협이 중국의 통제 아래 들어가면 남중국해 전체가 중국의 바다가 된다. 그쪽으로 통하던 배들은 모두 남쪽으로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는 2배, 운임은 4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안보가 위협을 받으면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대만 문제가 왜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수십 년간 기업을 경영해 온 개인적 경험을 비추어 볼 때, 복잡하고 다양한 통상 환경 안에서 국가 간, 기업 간의 원만한 경제 협력의 기초는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도레이그룹의 성장 과정이다. 일본 도레이는 1963년에 한국에 투자한 이후 60년간 철수한 적이 없다. 한국도레이그룹은 임직원 5500여 명, 매출 3조5000억원 수준이다. 주력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99년 설립 당시 폴리에스터 필름과 섬유의 적자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24년간 도레이의 지원과 한국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탄소섬유, 고분자 신소재 PPS, 수처리 필터, 아라미드 등 첨단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한국 임직원과 일본 도레이 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니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그 덕분에 일본 도레이의 첨단 기초기술과 한국 도레이의 응용기술이 상승효과를 내고, 한국 글로벌 기업들에게 첨단 소재를 공급할 수 있었다.

국가의 품격은 경제뿐 아니라 역사·문화 등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해외에 나가면 늘 그 나라의 문화재를 찾아보는데, 모두 선조들이 남겨 준 찬란한 문화유산들이 많았다. 한국도 100년, 200년 뒤의 후대를 위한 유산을 10년마다 하나씩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파리 에펠탑,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뉴욕 자유의 여신상 같은 랜드마크를 서울의 한강과 조화롭게 만들어 놓으면, 문화와 산업 발전이 함께 어울리는 세계적 문화도시로 바뀌어 가지 않을까?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