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신들도 인간처럼, 카주라호 사원들
힌두교 사원의 주요 요소는 성탑(쉬카라 또는 비마나)과 예배당(만다파)이다. 성탑은 지성소를 에워싸는 구조물로 높게 솟고, 예배당은 지성소까지 이르는 통로용 건물로 길게 연속된다. 신들은 우주의 중심에 솟은 수미산 위 하늘에 살며, 산을 상징한 성탑을 타고 내려와 지상의 신전에 머무른다. 궁궐 같은 모습을 한 예배당은 내부에 어두운 동굴을 상징하는 참배로를 마련했다. 신은 수미산을 오르내리고 인간은 동굴을 들고나며 그 교차점에 지성소가 있다.
인도 중북부 카주라호에는 북인도를 대표하는 25개의 사원들이 밀집해 있다. 그중에서 쉬바신을 모신 칸다라야 마하데바사원이 가장 크고 전형적이다. 3개의 예배당은 점층적으로 높아지며 최종적으로 우뚝 솟은 성탑에 다다른다. 예배당의 긴 참배로는 성소를 싸고도는 순환로로 이어진다. 본전 건물 아래의 높은 기단은 인도 북부사원의 형식적 특징으로 낮은 기단의 남부형식과 차별된다. 복잡해 보이는 사원의 외관은 여러 층을 수평으로 겹쳐 쌓은 지붕과 수직으로 반복 분할한 면들의 조합이다. 또한 전체 건물의 형상이 부분적 요소로 축소되어 반복한다. 인도계 종교가 믿는 윤회란 여러 다른 생이 반복되는 하나로, 부분과 전체가 닮은꼴인 힌두사원의 건축적 프랙탈 구조는 공간적 윤회라 할 수 있다.
건물 외벽의 조각인 에로틱한 ‘미투나’상은 전체의 10% 정도지만 카주라호의 사원들을 세계적 명소로 부각시킨 명물들이다. 남신과 여신의 일상적 성애는 물론이고, 락샤마나 사원은 동성 간 혹은 집단적인 여러 체위까지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힌두교도의 4대 인생 목표는 도덕적 의무, 정신적 깨달음, 물질적 번성 그리고 육체적 쾌락인 카마다. 카주라호의 미투나상은 이 카마를 표현한 ‘건축적 카마수트라(성애경전)’인 셈이다. 힌두교는 윤회와 해탈을 믿는 고등종교인 동시에 물질과 쾌락을 추구하는 원초적 종교다. 힌두사원은 신도 인간처럼 욕망과 초월의 양면적 존재임을 상징하고 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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