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命矣夫(명의부)
2024. 1. 15. 00:06
나이 차이가 7살밖에 나지 않는 제자 염백우(冉伯牛)가 병에 걸려 자리에 누었다. 문병한 공자가 창문 너머로 그의 손을 잡고서 안타깝게 말했다. “이런 몹쓸 병에 걸릴 리가 없는데…. 운명인가 보구나!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평소의 착한 행실로 봐서는 응당 축복을 받아야 할 사람이 몹쓸 병에 걸렸기 때문에 공자는 이처럼 운명을 탓한 것이다.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실체를 모르던 그 시대에는 병을 운명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으리라.
20세기까지도 운명으로 여겼던 여러 병들이 이제는 더 이상 운명이 아니다. 현대과학과 의학은 외부로부터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찾아내어 박멸함으로써 운명이라 생각했던 전염병을 거의 다 퇴치했다. 외부의 침입자가 없이 내 안의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나빠지는 병인 심장병, 고혈압, 당뇨 등도 나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지혜를 터득하면서부터 이 또한 대부분 내 ‘할 탓’이지, 운명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00세 시대’인 지금, 병은 더 이상 운명이 아니기 때문에 병에 걸려도 염백우를 향한 공자의 탄식과 같은 슬픈 탄식은 듣기 어렵다. 내가 나를 잘 다스려 운명을 탓하는 어리석은 슬픔을 맞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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