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버린 제조업…60대 이상이 20대보다 많다

정진호 2024. 1. 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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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에서 유리병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모(66)씨가 최근 2년간 뽑은 직원 중 가장 어린 사람이 38세였다. 이씨의 공장에선 30명이 일하는데 절반은 외국인이고, 내국인은 대부분 50대가 넘는다. 이씨는 “60세 이상도 적지 않다. 젊은 사람을 뽑아 오래 일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게 가장 좋지만 이제는 기대를 버린 지 오래”라며 “그나마 공장이 서울에서 멀지 않은 데다 업무강도도 약한 편이라 이 정도지, 다른 곳은 고령화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14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중 60세 이상은 59만9000명으로, 20대(54만5000명)를 넘어섰다. 제조업에서 고령층에 해당하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20대를 웃돈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제조업에서 고령층은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청년층 취업자는 감소하면서 결국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제조업 취업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0%를 처음으로 넘어선 뒤 지난해 13.4%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재민 기자

가파른 고령화 영향으로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반적으로 늘었다. 5년 전인 2018년 1077만6000명이었던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1367만4000명으로 289만8000명(26.9%)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는 25만8000명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 증가세를 이끈 것도 고령층이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청년층의 선호도에서 제조업은 뒷순위로 밀려났다. 오랜 기간 20대가 가장 많이 취업한 업종이 제조업이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서비스업에 그 위치를 내줬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이전(2019년 3분기) 대비 지난해 3분기 제조 현장직의 연령대별 구직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30대 이하는 -15%, 40대는 -5.2%였다. 60세 이상은 34.3%에 달했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고령층만 현장에 지원했다는 뜻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수도권 중소 제조업체는 청년층 구직자가 없는 수준”이라며 “구직자 대부분이 대졸자다 보니 중소 제조업은 외면받는다. 특성화고 졸업 후 중소기업에 들어가고 현장 마이스터(장인)로 성장하는 경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이 취업하고 싶은 대기업은 해외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며 “청년층이 서비스업에 몰리는데 음식점이나 배달 등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 대부분이라 장기적 성장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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