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LG생활건강과 ‘5년 전쟁’ 마침표…다른 싸움도 접나

김경미 2024. 1. 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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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중심이던 쿠팡의 전략이 변화를 맞은 걸까.

쿠팡의 최저가 납품 요구로 갈등하던 쿠팡과 LG생활건강(LG생건)이 4년 9개월 만에 손을 잡았다. 중국 커머스 플랫폼과 ‘반(反)쿠팡연대’의 공세가 거세지자 해묵은 갈등 봉합에 나섰다.

정근영 디자이너

쿠팡은 12일 엘라스틴, 페리오, 코카콜라, CNP 등 LG생건 제품의 로켓배송을 재개하고, 이 중 오휘, 숨37, 더후 등의 브랜드 화장품은 ‘로켓럭셔리’ 품목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시작한 로켓럭셔리는 국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 전용관이다. 쿠팡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LG생건과 거래 재개를 위한 협의를 지속해왔다”며 “이달 중순부터 로켓 배송 품목에 LG생건의 제품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건의 샴푸, 화장품, 생활용품 등은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매출 최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쿠팡과 LG생건은 납품 협상 갈등으로 거래를 중단했고, 이후 LG생건은 쿠팡이 생활용품과 코카콜라에 대해 반품을 요구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2021년 공정위는 “쿠팡이 최저가 보장 정책의 손실을 줄이려고 LG생건 등 101개 납품 업체에 대해 갑질을 했다”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듬해 공정위를 상대로 결정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오는 18일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선고 일주일 전 양사가 극적 합의를 이뤘지만, 공정위에 대한 행정소송은 이와 무관하게 진행된다.

최근 쿠팡을 둘러싼 시장 환경은 척박해졌다. 소비자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직구 플랫폼으로 몰려들고 있고, 쿠팡과 갈등하던 국내외 납품업체가 네이버, 신세계·이마트, 컬리 등과 손잡고 있다. 쿠팡 플랫폼 비즈니스의 양대 축을 이루는 소비자와 납품업체가 국내외 경쟁사로 눈을 돌리며 ‘탈(脫)쿠팡’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생필품, 식료품(쿠팡프레시), 배달(쿠팡이츠), OTT(쿠팡플레이) 등 전방위로 뻗어간 쿠팡의 확장 전략도 재점검이 필요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 앱 월간사용자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와이즈앱·리테일·굿즈]

쿠팡과 LG생건의 합의는 차이나 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진 지난해 하반기 급물살을 탔다. 유통업계에선 ‘중국 메기’의 시장 경쟁이 쿠팡의 변화를 끌어낸 것으로 본다. LG생건은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를 기점으로 코카콜라, 엘라스틴, 페리오, 피지오겔 등을 알리에서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직구 앱이 쿠팡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며 “차이나 커머스의 파급력이 더 커지기 전 이를 견제하기 위해 쿠팡이 LG생건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쿠팡에서는 LG생건뿐 아니라 CJ제일제당의 제품도 찾기 힘들다. 지난 2022년 햇반 납품 마진율로 양사가 갈등을 빚은 이후, CJ제일제당이 햇반뿐 아니라 비비고 등 모든 제품의 쿠팡 납품을 중단했다. 쿠팡은 중소·중견 식품제조사와 손잡고 즉석밥, 냉동식품류를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종합식품회사 1위인 CJ제일제당 제품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커머스에선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만큼 셀렉션 즉 상품의 종류가 중요하다”며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대기업이 온라인 공략을 강화하다 보니 쿠팡으로선 ‘인기 제품군이 없어서 고객을 뺏기는 상황’을 막아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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