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참사' 피했다…일본, 베트남전 '졸전 끝' 4-2 역전승→미나미노 2골 [아시안컵 리뷰]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겼지만 '우승후보 1순위'라는 평가와는 거리가 있었다.
일본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첫 판에서 1~2수 아래로 여겨졌던 베트남을 상대로 고전 끝에 2골 차 승리를 거뒀다. 일본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나 선수 개개인의 기량, 최근 전적 등을 놓고 보면 대승하는 게 합당했지만 베트남의 번뜩이는 세트피스에 역전을 허용하는 등 그야말로 졸전을 펼쳤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한 때 리버풀 공격수로 뛰었던 미나미토 다쿠미의 멀티골, 프랑스 정상급 윙어인 나카무라 게이토의 역전 결승포, 그리고 후반 교체로 들어온 스트라이커 우에다 아야세의 쐐기골을 묶어 4-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일본은 승점3을 확보하고 지난 2011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카타르 대회 이후 13년 만의 우승을 위한 첫 단추룰 뀄다.
하지만 최근 A매치 10경기(비공식으로 열린 요르단전 포함) 전승, 45득점 6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재현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일본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간주되는 한국 입장에선 향후 맞대결 가능성에서 자신감을 갖고 대비할 수 있게 됐다.
1년 1개월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로 아시아 최강이다. 반면 베트남은 94위에 불과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정도 차이는 아니었다. 일본은 생각보다 고전했고, 베트남은 졌지만 잘 싸웠다.
◆ "7경기 모두 이긴다" 모리야스 감독 우승 각오
앞서 모리야스 감독은 베트남전 기자회견을 통해 7경기를 모두 이겨 우승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3일 회견을 통해 "이번 대회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참가했다. 다가오는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상대하겠다"며 "일본 국민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새해 일본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축구 대표팀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세계에 분쟁과 갈등이 있는데 우리의 축구가 그런 갈등과 분쟁에도 위로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에선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으로 지난 11일 현재 21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서 지진 사망자가 100명을 넘은 것은 276명이 숨진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이후 8년 만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생각하며 축구 만큼은 이런 분쟁도 치유하길 바란 것으로 보인다.
모리야스 감독은 부상 중인 간판 윙어 미토마에 대해선 "베트남전에선 뛸 수 없다"면서도 "2차전에선 뛸 수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했다. 일본은 19일 오후 9시30분 중동 난적 이라크와 조별리그 2차전을 벌인다. 1차전 벌이고 5일 시간이 있는 만큼 미토마의 회복 속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본을 잘 아는 트루시에 감독과의 대결에 대해선 "일본 대표팀을 지휘했기 때문에 우리 팀을 잘 알고 조사도 다 해놨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도 베트남을 잘 분석했다. 매우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날카로운 공격과 더불어 단단한 방어 또한 신경써야 한다"고 받아쳤다.
엔트리 26명 중 20명이 유럽파인 터라 오히려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출전 시간 배분 등이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모리야스 감독은 "결승까지 7경기인데 각 경기마다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 모든 선수들이 팀으로 잘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결국 선수단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치러야 하는 7경기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로테이션을 하면서 선수 전원을 고루 쓰겠다는 뜻이었다.
모리야스 감독과 함께 회견에 동석한 일본 대표팀 주장 엔도 와타루 역시 우승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 기자가 "(엔도 소속팀)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당신과 모하메드 살라(이집트 대표팀)가 빨리 (리버풀)경기를 뛸 수 있도록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는데 어떤 기분이 드는가"라고 질문하자 웃으며 받아쳤다.
엔도는 "클롭 감독의 농담이다"면서도 "내가 리버풀에 필요하다는 뜻으로 매우 큰 영광이다. 그러나 난 현재 일본 대표팀 주장이기 때문에 대회에서 우승하고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주장의 무게에 대한 질문엔 "선수들을 비롯해 코치들과도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두 집단을 잇는 다리의 역할을 내가 맡았다. 그러나 동시에 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도 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팀에 문제는 없다"며 "대회 때 내가 직접 나서서 선수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러한 대화가) 전혀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며 일본 대표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 유럽파 9명 선발 라인업 포진
하지만 일본은 전반전에 세트피스 수비와 골키퍼에 약점을 드러내며 역전을 허용하는 등 적지 않게 끌려다니기도 했다. 베트남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가 그라운드를 빠져나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선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일본은 부상 중인 미토마 가오루를 비롯해 구보 다케후사, 도미야스 다케히로 등 유럽 명문 구단에서 뛰는 선수들을 일부 제외하긴 했으나 선발 라인업 11명 중 9명을 유럽파로 채우며 대표팀 스쿼드의 화려함을 과시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호소야 마오, 나카무라 케이토, 미나미노, 이토 준야, 모리타 히데마사, 엔도 와타루, 이토 히로키, 다니구치 쇼고, 이타쿠라 코, 스가와라 유키나리를 필드플레이어 선발로 꾸렸다. 골키퍼 장갑은 스즈키 자이온이 착용했다.
자국 J리그에서 뛰는 원톱 호소야, 카타르 알 라이얀에서 활약하는 다니구치를 뺀 9명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번 대회 엔트리 26명 중 20명을 유럽파로 구성했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를 첫 판에 선발 투입했다.
베트남 사령탑은 박항서 감독이 지난해 초 물러난 뒤 온 프랑스 출신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다. 일본과 인연이 깊다. 트루시에 감독은 과거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아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우승, 2001년 콘페더레이션스컵 준우승,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 진출 성과를 내며 일본 축구의 새 전성기를 열어젖힌 인물이다. 20년이 더 지나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적으로 만나 싸우게 됐다.
베트남은 부이 호앙 비엣 아잉, 보 민 쫑, 응우옌 탄 빈, 판 뚜언 타이, 응우옌 타이 손, 웅우옌 뚜언 아잉, 팜 쑤언 마잉, 응우옌 딘 박, 도 흥 중, 팜 뚜언 하이가 필드플레이어로 출격했다. 골문은 필립 응우옌이 지켰다.
◆ 베트남 동점골+역전골 '충격'
일본은 전반 초반 베트남의 단단한 수비를 뚫어내며 선제골을 일찌감치 뽑아내고 기세를 올렸다.
전반 11분 코너킥 찬스에서 수비수 이타쿠라 고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컷백 패스한 것을 뒤에 있던 모리타 히데마사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를 베트남 골키퍼 응우옌 필립이 쳐내자 프랑스 AS모나코에서 뛰는 미나미노 다쿠미가 가볍게 오른발로 밀어넣어 첫 골로 완성했다.
최근 A매치 10경기에서 45골을 터트린 일본의 화력이 베트남전에서도 불을 뿜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때부터 대반전이 일어났다.
베트남도 전반 15분 코너킥 때 골을 뽑아내며 금세 1-1 동점을 만든 것이다. 도 흥 중의 코너킥 때 공격수 웅우옌 딘 박이 골문 가까운 쪽에서 백헤딩 슛을 날렸다. 일본의 가나 혼혈 골키퍼 스즈키가 멍하니 당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절묘한 곡선을 그리며 골이 완성됐다.
전반 22분 미나미노의 왼발 슛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가 땅을 친 일본은 한 골 더 먹고 뒤집히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베트남 반격은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전반 32분 수비수 스가와라 유키나리가 상대 역습 저지하다가 경고를 받고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프리킥을 내줬는데 이 때 베트남의 역전골이 나온 것이다. 수비수 비엣 안 부이 호앙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반대편으로 내준 헤딩 패스를 팜 뚜언 하이가 골문 왼쪽 바로 앞에서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밀어넣어 2-1 역전에 성공했다.
◆ '잠시 당황' 그러나 멀티골 '쾅쾅쾅'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베트남 축구의 날카로운 맛에 일본 선수들이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후반 40분이 지나면서 침착하게 공격을 풀어나갔고 결국 전반 종료 휘슬 전 3-2 역전에 성공했다.
전반전 45분 주장 엔도의 패스를 받은 미나미노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가볍게 차 넣어 2-2 동점을 만든 것이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 6분이 주어진 가운데 프랑스 랭스에서 뛰는 나카무라 게이토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려 베트남 골망을 3번째로 출렁였다.
냉정하게 베트남 수비진을 하나씩 무너트린 일본 공격의 세련미가 돋보였다. 나카무라의 역전골은 원더골이기도 했다.
후반전은 전반전 만큼 화끈하게 불이 붙진 않았다. 일본은 베트남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수비에도 약간 신경쓰면서 추가골을 노렸다. 베트남도 전세를 뒤집기 위해 과감하게 나서진 않았다. 어차피 베트남은 이라크, 인도네시아전을 통해 16강 진출을 노려야 한다. 골득실 등에서 뒤지면 곤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비 아래 역습으로 일본 골문을 노렸다.
이날 후반전 유일한 골은 후반 40분에 나왔다.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부진했던 원톱 호소야를 빼고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뛰는 주전 공격수 우에다를 집어넣었다. 이어 후반 18분 도안 리쓰, 후반 31분 마이쿠마 세이야, 후반 32분 사노 가이슈, 후반 39분 구보 다케후사를 연이어 투입했다. 우에다에 이어 도안과 구보도 주전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이다.
결국 도안의 연결을 받은 구보가 아크 정면에서 찬스를 만들었고 이를 우에다가 오른발 슛으로 해결하면서 4-2를 만들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일본 축구의 별'로 불리면서 몸값 1억 유로(1400억원)에 육박한 구보는 그라운드에 투입되고 1분 만에 아시안컵 첫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이후 종료 휘슬이 울렸고 일본의 4-2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 직후 일본 팬들은 SNS에서 "월드컵 때 독일과 스페인의 심정을 알 것 같다"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일본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상대로 모두 역전승을 챙겨 16강에 갔다.
승리한 일본은 오는 19일 오후 8시30분 카타르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에서 D조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꼽히는 이라크를 만난다. 베트남은 19일 오후 11시 30분 같은 동남아 인도네시아전을 통해 첫 승을 노린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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