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2’ 일본, 베트남에 진땀승…미나미노 ‘2골’→A매치 11연승+아시안컵 첫 승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 축구대표팀이 가까스로 첫 승을 거뒀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30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4-2로 이겼다.
지난해 6월부터 베트남전 전까지 10연승을 달린 일본은 이번 승리로 연승을 ‘11’로 늘렸다. 약체로 평가됐던 베트남에는 아쉬운 패배였다. 그러나 베트남은 일본을 상대로 무려 53년 만에 2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나미노 다쿠미가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이날 2선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미나미노는 경기 시작 11분 만에 베트남 골문을 열었다. 1-2로 뒤진 상황에도 정교한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며 일본을 위기에서 구했다. 미나미노는 이날 2골 1도움을 올리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일본은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호소야 마오가 최전방에 섰고, 2선에 나카무라 게이토, 미나미노 다쿠미, 이토 준야가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모리타 히데마사, 엔도 와타루가 선발 출전했다. 포백 라인은 이토 히로키, 다니구치 쇼고, 이타쿠라 고, 스가와라 유키나리가 구축했고, 골키퍼 장갑은 스즈키 자이온이 꼈다.
베트남은 3-4-3 대형으로 맞섰다. 응우옌 딘 박, 도 흥 중, 팜 뚜언 하이가 선봉에 섰다. 중원은 응우옌 타이 손, 응우옌 뚜언 아잉이 구성했다. 양 측면 윙백으로는 판 뚜언 타이, 팡 쑤언 마잉이 나섰다. 스리백 라인은 부이 호앙 비엣 아잉, 보 민 쫑, 응우옌 탄 빈이 구축했고, 골문은 응우옌 필립이 지켰다.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일본은 전반 11분 0의 균형을 깼다. 베트남 골키퍼 응우옌 필립이 막고 흐른 볼을 미나미노 다쿠미가 문전에서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볼 점유 시간은 단연 일본이 길었다. 베트남은 웅크린 채 ‘한 방’을 노렸다. 일본은 득점 후에도 베트남의 촘촘한 수비를 뚫는 데 애먹었다.
오히려 베트남이 세트피스에서 웃었다. 실점한 지 불과 5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 응우옌 딘 박이 올라온 볼을 앞쪽에서 머리에 맞췄다. 볼은 골문 오른쪽 구석을 출렁이며 베트남이 다시금 균형을 맞췄다. 베트남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가 됐다. 선수들은 피치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기쁨을 표했고, 팬들은 국기를 흔들며 선수단을 열렬히 응원했다.
분위기를 탄 베트남이 또 한 번 일본 골문을 열었다. 전반 33분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부이 호앙 비엣 아잉의 헤더 이후 팜 뚜언 하이의 슈팅이 그대로 일본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리드는 길지 않았다. 거듭 몰아붙이던 일본이 전반 45분 결실을 봤다. 위기에서 일본을 구한 이는 미나미노. 엔도의 패스에 이은 미나미노의 침착한 인사이드 슈팅이 베트남 골망 구석을 출렁였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추가 골까지 터뜨렸다. 나카무라가 페널티 박스 왼쪽 지역에서 오른발로 감아 찬 슈팅이 골문 반대쪽 구석에 꽂혔다.
양 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를 진행했다. 일본은 최전방 공격수 호소야를 빼고 우에다 아야세를 투입했다. 베트남은 응우엔 투안 안 대신 레 팜 탄 롱을 넣었다.
경기 양상은 전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의 주도 속 후반이 흘러갔다. 그러나 일본도 큰 찬스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베트남은 이따금 역습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일본의 페널티 박스까지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두 팀 사령탑의 지략 대결은 이어졌다.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 18분 나카무라를 빼고 도안 리츠를 투입했다. 트루시에 베트남 감독은 1분 뒤 응우옌 반 트룽과 쿠아트 반 깡을 동시 투입했다.
1점 차 리드를 쥔 일본이지만, 추가 득점을 노렸다. 일본은 후반 23분 미나미노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일본은 후반 32분 마이쿠마 세이야와 사노 가이슈를 동시에 투입하며 2차전 준비 태세로 임했다. 후반 39분 구보 다케후사도 그라운드를 밟았다.
일본은 후반 40분 우에다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구보의 패스를 받은 우에다가 오른발로 때린 슈팅이 상대 수비수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구보는 잔디를 밟은 지 1분 만에 도움을 기록했다.
이변은 없었다. 일본은 어렵사리 베트남을 꺾었지만, 우승 후보다운 저력을 선보였다. 약체로 분류됐던 베트남도 몇 수 위인 일본을 상대로 충분히 경쟁력을 보인 한 판이었다.
경기에 앞서 모리야스 일본 대표팀 감독은 “쉬운 상대도 없고 쉬운 대회도 아니다. 지난 대회와 이번 대회가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지난 대회에서 우승을 놓친 아쉬움이 남아있고, 세계 무대에서 우승이라는 높은 목표를 세운 만큼, 아시아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실제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것을 첫판에서 증명했다.
반란을 꿈꾼 트루시에 베트남 대표팀 감독은 “2023 아시안컵에서 상대(일본)가 강팀으로 꼽히지만, 베트남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베트남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대회에 참가할 때도 그 정신을 잃지 않겠다”며 “일본을 상대로는 10경기 중 9번은 질지 몰라도 한 번은 이길 수 있다. (한 번이) 이번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자신을 표했다. 결과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잠시나마 일본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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