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따로, 거실은 같이 ‘코리빙’ ... 日진출·3000억 투자사 진화 ‘이 회사’[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1. 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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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싱글 직장인에게 서울 월세방 구하기는 늘 숙제다. 가격에 맞춰 살려고 보면 뭔가 아쉽고 좀 큰방이라 해도 커뮤니티 시설 등이 태부족이라 불만이다. 그렇다고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일일이 사들여 놓자니 집이 좁아진다. 그래서 나온 신(新) 주거 모델이 ‘코리빙(Co-living, 공유숙박)’이다. 2015년 즈음 방은 좁지만 독립적으로, 주방, 거실, 커뮤니티공간은 근사하게 꾸며 함께 공유하는 월세형 주거형태다.

공유공간을 근사하게 꾸민 홈즈컴퍼니 남영리빙라운지. (홈즈컴퍼니 제공)
공유공간을 근사하게 꾸민 홈즈컴퍼니 명동라운지. (홈즈컴퍼니 제공)
2017년 당시 공유숙박 특집 기사를 쓰면서 만났던 곳이 ‘홈즈컴퍼니(옛 미스터홈즈)’였다. 당시 숙대 인근에 대학생, 직장인 타깃으로 공간을 마련했는데 생활편의시설을 잘 갖춰둬 새로운 주거형태를 잘 제시했다 싶었다.

이후 잠시 잊고 있었다가 5년 여가 지난후 회사 앞인 충무로역 인근에 연결통로가 완성된 건물이 완공되면서 반가운 ‘홈즈’ 로고가 다시 보였다. 2020년 기사를 찾아보니 ‘빌리브 아카이브 남산’ 생활숙박시설 운영대행사로 선정됐다는 소식도 있었다. 지난해 말 운영이 시작되면서 벌써 충무로역 인근엔 외국인 투숙객으로 인산인해였다. 455실인데 월 가동률이 90%를 훌쩍 넘기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 가보니 코리빙 시절 때부터 쌓아올린 공유공간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카페테리아, 피트니스, 미팅룸, 세탁실, 세미나공간까지 아늑하게 잘 마련돼 있었다. 새해에는 이런 운영 대행만 2000실을 넘길 예정인데다가 일본에도 이런 사업을 현재 하고 있다는 말에 입이 떡 벌어진다.

창업자는 이태현 대표.

그는 연세대 도시공학과 1기 출신으로 학부 졸업 후 일본의 큐슈대학 대학원으로 유학가면서 당시 후쿠오카의 캐널시티, 넥서스21 등 실험적이면서도 선진적인 부동산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직접 보며 깊이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첫 직장인 LH공사에서도 행복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국가주도 신도시 개발 때문에 세계의 여러 신도시를 방문, 벤치마킹 보고서를 쓰면서 눈을 넓힐 수 있었다. 2006년 삼성물산으로 이직, 당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거론됐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당시 콘셉트 기획,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체계 구축 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홈즈컴퍼니 사업모델(홈즈컴퍼니 제공)
홈즈컴퍼니 운영객실 추이(홈즈컴퍼니 제공)
이후 ‘이런 프로젝트를 하려면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일본에서 찾아봤더니, 후쿠오카 지소라든지 미츠이 부동산, 미츠비시 지소 등 ‘부동산회사’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대형 건설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나, 분양사업 중심이었고, 일부 시행사가 생겨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 철학이나 사업구조가 일본에서 본 멋진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선진 시장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능력 있는 친구들을 모아, 내가 직접 그런 회사를 만들어 보자’는 결론에 이르러 창업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단순 ‘코리빙’ 회사를 넘어 영국 자산운용사 ICG와 합작, 3000억원대 펀드를 조성해 직접 코리빙은 물론 주거상품 ‘코빌리지(Co-village, 공유시설 다수 거주공간)’, 생활숙박시설 등 부동산 개발, 중개사업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했고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240억원에 달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Q. 2017년 취재할 때 대비 수익모델이 많이 달라진 거 같은데.

A. 오히려 수익모델은 단순하다. 저평가돼 있는 부동산을 확보하고, 신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홈즈의 브랜드 상품으로 만들어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높인다. 2017년 당시엔 사업 초기라 자금이 충분치 않아, 부동산 확보를 위해 임대 후 ‘코리빙’ 형태로 부동산 상품을 만들어 재임대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여대 주변의 방치돼 있던 낡은 상가를 리모델링하면서, 보안과 관리의 니즈가 높은 여성 고객을 위한 ‘여성전용 코리빙’ 개발이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이제는 땅, 건물을 매입해 개발하고 부동산 가치상승분만큼 이익으로 가져가는 그림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자산운용 규모가 약 90조원 가까이 되는 영국 ICG와 같은 해외 선진 자본과 조인트벤처(합작사)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 부동산 확보 경쟁력을 높여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워케이션에 대한 수요와 질 높은 교외주거지에 대한 수요 등을 감안해 강원도 고성 지역 약 2만 평 규모에 코빌리지도 개발을 하고 있다.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주거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홈즈의 경쟁력이다.

홈즈컴퍼니 망원라운지. (홈즈컴퍼니 제공)
Q. 코로나19, 고금리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어떻게 이겨냈나.

A. 2020년 7월,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여러가지 대책을 연속해 내놨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자, 다주택자에게 취득세와 보유세를 매우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다주택자의 범위를 개인이 아닌 법인에도 적용했다는 점이다.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적용됐던 여러가지 혜택도 사라지게 됐다. 또한, 부동산 펀드 등 집합투자기구 역시 다주택자의 범위에 포함되면서, 부동산 펀드 등 선진적인 금융기법을 활용한 임대주택 개발과 매입이 불가능하게 됐다.

홈즈는 2019년 말 부터 국내 대형 금융기관과 함께 약 2000억원 규모의 임대주택 개발 펀드 조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결성을 10일 앞둔 시점에 이 부동산 대책이 발표가 되면서, 이 펀드는 사실상 결성이 중단하게 됐다. 이 펀드가 결성됨과 동시에 두 건의 물건의 매입을 앞두고 있었기에, 지난 6개월 이상 전사적으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홈즈는 이 펀드를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유치도 준비하고 있었기에 자금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코리빙 사업에 대한 정책 리스크가 있는 것이 투자자들에게도 알려지면서 투자논의 자체가 어려워졌다. 어쩔 수 없이 홈즈는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부서를 통폐합 하며 내부 정비를 했다. 그러면서 투자 없이도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사업 분야에 집중했다.

Q. 투자 없이 성과 만들 수 있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A. 투자가 어려워진 주거용 상품의 대체 상품을 고민하던 중에 코리빙을 운영하며 MZ세대에 단기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홈즈가 가지고 있었던 코리빙 운영 역량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해 장단기 주거가 가능한 생활형 숙박시설의 운영 전략을 만들었다. 이 전략을 바탕으로 서울의 핵심지역인 여의도, 명동과 을지로 지역의 생활형 숙박시설 운영권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기존 사업의 확장을 지속할 수 있는 틀을 구축했다.

더불어 부동산 중개업에도 진출했다. 초기 30호점까지는 다소 더딘 성장추이를 보이고 있었지만, 30호점을 돌파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생기고, 실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층을 넓혀가게 되면서, 100호점까지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기존 투자자들이 이 성과를 인정해 추가 투자를 결정해주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2023년에 2동의 부동산을 매입했고, 올해는 6동 이상의 부동산을 투자 또는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홈즈는 운영실수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2025년에는 약 4000실을 운영해, 우리나라 주거상품의 대표브랜드가 돼 있을 것이다.

일본에 진출한 홈즈컴퍼니. 맨 뒤에 포즈를 취한 이가 이태현 대표.(홈즈컴퍼니 제공)
Q. 해외진출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A. 코리빙 경쟁력은 한국이 앞서 있다. IoT(사물인터넷) 기반 공간관리 기술력, IT 기술력, K팝, K드라마 등으로 구축된 국가브랜드 등을 감안할 때, 현지 부동산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잘 구축한다면, 홈즈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일본을 첫 해외진출국으로 선정하고 도전을 시작했다. 임대주택 산업은 선진국이지만, 커뮤니티 활동 등에 있어서는 소극적이어서 코리빙 브랜드의 성장이 더디며, 한국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고객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초대형 부동산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일본 대형부동산 회사인 ‘도큐’의 핵심입지 프로젝트에 우리 브랜드를 걸고 운영하게 됐다. 참고로 도큐부동산은 일본을 대표하는 철도(사철)회사인 도큐 그룹에 속한 대표 부동산 회사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도쿄 신주쿠에 있는 도큐부동산의 임대주택을 한국의 코리빙 브랜드가 운영하게 된 것은 일본에 진출한 몇 몇 글로벌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입지, 가장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성과는 단순히 일본 진출을 했다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의 코리빙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향후 일본에서는 도큐부동산과 함께 코리빙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것과 함께 한국의 투자자들과 함께 일본에서 코리빙 물건에 투자, 매입해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Q. 앞으로 회사는 어떻게 키울 계획인가.

A. 홈즈컴퍼니의 혁신 인프라의 구축과 핵심인재의 합류를 통해 도약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테크기반의 부동산 분석시스템과 물건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고, 전국 100개소 이상의 미스터홈즈 부동산 네트워크를 통해 중개, 개발, 운영을 수직 계열화한 종합부동산 회사로 성장했다.

혁신적인 노력을 지속한 스타트업들이 산업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변화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금융업은 토스가 유통업은 쿠팡이 새롭게 정의하고 바꿔나가고 있는 것처럼 부동산업은 홈즈가 새롭게 정의하고 선도해나가고자 한다. 기존 부동산 시장은 3, 4인 가족 중심의 표준화된 분양아파트가 중심이었다면, 늘어나는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공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주거상품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동네 분석과 고객 주거 데이터에 기반한 CRM 분석을 통해 고객 니즈에 맞는 금융 상품 개발까지 만들어 내고자 하다. 홈즈가 주도하는 부동산 산업의 성장을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이 더 좋은 집, 더 나은 삶을 살수 있게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홈즈는 살고 싶은 동네, 좋은 집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고, 좋은 집의 대표 브랜드가 되도록 만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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