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당선에 대만 '친미' 정권 4년 더…국제 긴장 고조

오수연 2024. 1. 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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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의 아들→의사→총통 당선
中 군사·경제적 압박 예고…반도체 주목
과반 의석 확보 실패…국민당·민중당 연합 우려

대만 총통 선거(대선)에서 대만 독립·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민진당이 정권을 4년 더 연장하면서 라이 당선인이 이끌 대만과 중국 간 긴장 심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13일 승리가 확정된 뒤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올해) 첫 번째 선거에서 대만이 민주 진영의 첫 승리를 가져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대만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민주주의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민주주의 동맹국들과 계속해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라이 당선인은 득표율 40.05%로 친중 성향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33.49%)와 중도 성향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26.46%)를 제쳤다.

1996년 대만 직선제 도입 이후 민진당과 국민당은 8년마다 번갈아 가며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 라이 당선인이 승리하며 처음으로 8년 공식을 깨고 12년 연속 정권을 유지하게 됐다.

'광부의 아들' 라이칭더, 의사에서 대만 총통으로

라이 당선인은 1959년생으로, 신베이시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2살 때 탄광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지난 12일 신베이시에서 한 마지막 유세에서 "나는 광부의 아들이라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만대학교 의대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공공보건학 석사를 거쳐 의사 생활을 하다 1994년부터 정치에 몸담았다. 4선 입법위원(국회의원)을 거쳐 2010년에는 타이난 시장, 2017년에는 차이잉원 정부 두 번째 행정원장(총리)에 취임했다. 2019년 민진당 내 총통 후보 경선에서 차이 총통에 밀렸지만 2020년 5월 차이 총통의 두 번째 임기에서 부총통을 맡았다.

라이 당선인은 차이 총통보다 더 강경한 반중·독립 성향이다. 과거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등 발언으로 중국의 반발을 샀다. 라이 당선인이 민진당 총통 후보에 오르자 중국은 "대만 독립 분열주의자"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험대 오른 리더십…中 압박 거세질 전망

라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 "대립보다 대화를 택하겠다"고 말했지만, 중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차이잉원 총통 8년간 지속된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에서 "양안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해 "벼랑 끝 전술과 긴장이 지속되고, 더욱 심해질 것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국민당 의원 출신 제이슨 슈 하버드 케네디스쿨 메이슨 연구원은 NYT에 "군사, 경제적으로 중국으로부터 더 강한 압박과 공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선거를 앞두고 라이칭더가 당선될 경우 양안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수차례 압박한 바 있다. 국내외에서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경제적 제재 조치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중국이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과 관련해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만산 화학제품 12개 품목에 대해 ECFA에 따라 적용하던 관세 감면을 중단했는데, 이를 다른 품목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상 유지를 바라는 미국은 민진당의 승리를 환영하면서도 표정 관리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미국과 대만의 관계는 경제와 문화, 대인 교류 등 다방면에 걸쳐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앞서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원론적 입장을 표했다.

선거가 실시된 지난 13일 민진당 선거캠프 앞에 모인 지지자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히 반도체를 둘러싸고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있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양안 갈등이 심화돼 중국이 상대로 군사·경제적 전방위적 압박을 가한다면 첨단 반도체를 수급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위험성 높은 대만의 대안으로 한국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접근을 제재하는 상황에서 대만은 중국 제재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을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인다면 동맹인 한국에 불똥이 튈 우려가 있다. 중국이 지난해 갈륨, 게르마늄 등 배터리와 반도체에 쓰이는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을 통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민진당은 대선은 이겼지만,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당선인 앞에 놓인 내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 라이 당선인은 득표율 40.05%를 기록했다. 4년 전 차이 총통은 국민당과 양자 대결에서 득표율 57.1%를 기록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의회에서도 과반수 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국민당이 52석을 확보해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민진당은 51석을 얻어 4년 전 61석에서 줄어들었다. 여기에 제2야당 민중당이 8석을 차지하며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이에 반중 강경파 라이 당선인이라도 쉽사리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장춘하오 타이페이 퉁하이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제 민중당이 입법부를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민진당이 정책을 내놓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당과 민중당이 (연합해) 과반수를 확보하면 중국과 대만 간 교류를 촉진하는 정책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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