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대출이자 경감…한동훈 정책에 고개드는 "포퓰리즘"
취약계층 365만 가구의 전기요금 인상이 또다시 유예되고, 제2금융권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약 40만명의 이자 부담이 최대 150만원까지 줄어든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14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이같은 민생 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취약계층에는 1년간 인상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는데, 이날 조치로 올해 5월부터 시행하려던 인상 조치도 당분간 유예하게 됐다. 지난달 21일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이자 환급을 위해 ‘2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책을 내놓은 데 이어 이날 당정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약 40만명에게 최대 150만원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주기로 했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 이자 부담 완화는 각각 2월과 3월 시행된다.
당정은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유동성 지원을 위해 역대 최대 수준인 약 39조원 규모의 자금을 신규 공급하기로 했고, 설 기간엔 하도급 대금 적기 지급과 임금 체불 방지를 위한 집중 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설 연휴 기간 물가 안정과 이동 편의를 위한 대책도 이날 논의됐다. 당정은 설 기간 중 16대 성수품을 집중 공급하고, 정부 할인 지원율을 20%에서 30%로 10%포인트 상향해 설 성수품 평균 가격을 지난해 수준 이하로 관리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한 ▶정부 할인 지원에 참여하는 전통시장을 농축산물 약 700개소, 수산물 약 1000개소로 대폭 확대하고 ▶온누리상품권 1인당 월별 구매 한도를 50만원 상향(종이형 기준 100만원→150만원)하고, 총 발행 규모도 1조원 확대(4→5조원)키로 했다.
당정은 대체 휴일을 포함해 설 연휴 전 기간(2월 9일~12일)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 교통비 부담을 약 800억원 완화키로 했고, 설 연휴 기간 KTX·SRT를 이용해 역귀성하는 경우 최대 30% 할인 요금을 적용키로 했다.
지난달 26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한 위원장은 “뜬구름 잡는 추상적 언어보다 결과를 내서 우리가 어떤 정책을 했을 때 국민께서, 동료 시민께서 그 차이를 즉각 느끼게 해드리고 그 내용을 잘 설명해 홍보하자”며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함께 한 호흡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관섭 실장도 “정부는 당이 전하는 민심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당이 앞에서 이끌고, 정부가 이를 실효적 대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이날 회의에서 ‘즉각 체감 가능한 정책’과 ‘민심’이 강조된 건 최근 여권이 놓인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비대위가 출범하고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을 통해 여권이 일신했지만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은 ‘정권 안정론’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은 최근 ‘정책 총력전’을 펴는 양상이다. 주식 공매도 금지를 시작으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지역 가입자 건강보험료 경감 ▶최대 290만명 채무 연체 기록 삭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선심성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대학생 학비를 획기적으로 경감시킬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노인정에 지원한 난방비가 남을 경우 운영비로 전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노인정에서 난방비 안 쓴 게 있으면 법상 (정부가) 돌려받아야 하는 게 맞기는 하다”면서도 “그게 얼마나 된다고 어르신들로부터 우리가 되받아야 하겠느냐. 기본 재정 원칙에서 예외를 인정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어르신들 조금 잘해드린 것을 뭐라 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선심정 정책이 계속되자 여권 내부에서도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지난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포퓰리즘 정책을 편다고 많이 비판했는데, 지금 양상을 보면 그 때와 똑같다”며 “이렇게 되면 어떻게 총선에서 당당하게 표를 달라 외치겠느냐”고 말했다.
한동훈, 충남도당 신년인사회 참석…“어릴 적 충청인으로 살아”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고위 당정협의회 뒤 오후엔 충남 예산을 방문해 국민의힘 충남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 당은 충남인의 마음을 얻고 싶다. 충남은 늘 대한민국 전체 생각을 좌우해온 스윙 보터였다”며 “충남인 마음을 얻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최근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반복하고 있는 지역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그는 “저는 어릴 적 충청인으로 살았다. 서울에 와서도 충청인의 마음으로 살았다”며 “제 인성이나 제 태도나 제 예의, 이런 부분들은 모두 충청의 마음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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