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남도(南道)에서 영성의 길(道) 걸어볼까
전남 순천·광주·신안 순례길 의미와 재미 한 번에
새해 첫걸음을 내딛는 1월은 크리스천들에게 영성의 옷섶을 여미며 점검하는 시기다. 새벽기도회, 성경 통독과 필사 등 신앙적 루틴을 새로 시작해보고, 묵상과 안식을 위해 길고 짧은 여행길에 나서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최근 광주·전남 지역 기독교 성지들을 중심으로 한 순례길이 잇따라 조성되며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갑진년 새해, 개화기 선교사들과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가 어려있는 남도(南道)에서 값진 영성의 길(道)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전남 순천시는 최근 호남지역 기독교 100년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매산등 성지순례길을 조성하고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매산등 선교마을은 대한제국 시절 미국 남장로교에서 파견된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 선교사가 우리나라에서 근대 의료와 교육사업에 헌신했던 곳이다.
순례길은 약 2㎞ 구간에 걸쳐 마을의 교회·교육·주거·의료구역과 기도산을 탐방하는 5개 코스(호남 복음화의 길·근대교육의 길·근대문화의 길·근대의료의 길·묵상의 길)로 이뤄져 있다. 특히 지금까지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지 않았던 로버트 코잇(한국명 고라복) 선교사 가옥을 비롯해 국가등록문화재인 조지와츠기념관, 순천선교부 외국인어린이학교, 안력산병원 격리병동 등 30곳의 탐방지를 경험할 수 있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 단체 탐방객이 즐길 수 있는 ‘매산등 근대문화유산 나들이 스탬프 투어’ ‘기독교역사박물관 워크북 풀기’ ‘플로렌스 식물도감 색칠하기’ ‘근대문화유산 풍선불기’ ‘매산등 풍경상자 만들기 체험’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본격적으로 순례객들을 맞이한 광주 양림순례길은 ‘광주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는 양림길을 걸으며 선교사들과 1세대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의 헌신과 땀을 느껴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 관광공사가 기독교계 여행사와 협력해 1박2일 코스로 조성한 순례길을 통해 ‘빛과 진리를 찾아서’를 주제로 선교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
호남신학대 선교사 묘지를 출발점으로 유진벨 선교기념관, ‘광주의 성자’ 최흥종 목사의 유품과 자료가 전시된 오방 최흥종 기념관, 일제 강점기 사회운동과 계몽운동의 중심지였던 광주양림교회, 광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인 로버트 윌슨(한국명 우일선) 선교사 사택, 민주화 역사가 숨쉬는 근대역사공원 등을 탐방하는 여정이다. 선조들이 남긴 숭고한 신앙 유산은 물론 격동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찰을 거듭한 한민족의 열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의 산티아고로 알려진 전남 신안군의 ‘섬티아고 순례길’도 많은 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5개의 섬(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을 잇는 12㎞ 구간을 걸으며 신앙적 삶을 묵상해 볼 수 있는 기도공간을 만날 수 있다. 바로 2019년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12사도) 이름을 따 지어진 열두 개의 작은 예배당이다.
열두 제자의 생애를 통한 교훈, 순교 정신을 새겨넣은 예배당엔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최초의 순교자 야고보의 집엔 ‘그리움’, 병든 자를 치료했던 베드로의 집엔 ‘건강’, 위대한 전달자 안드레의 집엔 ‘생각’이 각각 별칭으로 붙여져 있다. 크리스천 여행자들이 걷고 쉬고 묵상하며 ‘제자도의 길’을 고찰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김병희 서원대 교수가 지난 10일 출간한 ‘12사도와 떠나는 섬티아고 순례길’(학지사비즈)에는 사색의 공간인 섬 여행을 통해 일상을 내려놓고 영혼의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돼 있다.
자은도에 자리 잡은 둔장해수욕장 앞에는 열두 개의 예배당과 같은 해 세워진 ‘무한의 다리’가 있다. 3개의 섬 구리도, 고도, 할미도를 잇는 길이 1004m의 보행교다. ‘당신을 무한대로 사랑합니다’라는 의미를 담은 다리를 걸으며 사랑의 본질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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