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獨공장도 운영 중단…'혼돈의 홍해' 운임료 3배 폭등
홍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예멘 후티 반군과의 교전이 강 대 강 구도로 치달으면서 화물선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정점을 찍었던 해운 운임의 40%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테슬라는 부품 조달 차질에 따른 독일 공장 운영 중단까지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에도 미국이 예멘에 있는 후티 반군의 레이더 시설을 공격하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홍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각각 동서쪽에 둔 가늘고 긴 모양의 바다다. 부산 등 동아시아에서 출발한 화물선은 홍해 남쪽 바브알만다브 해협으로 진입해 북쪽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 남쪽 지중해로 이동한다.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류의 10%가 이곳을 통과한다. 금액으론 130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후티 반군이 바브알만다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商船)을 공격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보복 성격이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위협을 피하기 위해 동아시아~유럽 항로를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으로 틀었다. 지름길을 포기한 만큼 운항 시간은 7~10일이 더 걸린다. 배가 오고 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음 선박을 기다리기 위해 대기하는 화물이 많아진다. 전철역에서 열차 운행 간격이 길어지면 승객들이 붐비게 되는 원리와 같다. 웃돈을 얹어서라도 물건을 부쳐야 하는 화주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그만큼 운임은 올라간다.
1년 전의 3배로 뛴 컨테이너 운임
아시아-유럽 노선의 해상 운임은 1TEU(긴 면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대) 기준으로 310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1주 전(2871달러)보다 8.1% 오른 가격이다. 1년 전(1050달러)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코로나19로 해상 운임이 최대를 찍었던 2022년 1분기에는 평균 운임이 7435달러였다. 최근의 운임 급등을 두고 해운 업계에서 “제2의 코로나 뱃삯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운임 상승으로 웃는 곳은 해운사뿐이다. 화주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까 전전긍긍이다. 정부는 최근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중소기업 화물 전용 적재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대책을 내놨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은 다른 노선을 다니는 4척의 배를 유럽 다음 달까지 유럽 노선에 투입하기로 했다. 유럽은 비용 상승뿐 아니라 물품 조달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주요 부품을 조달하는 테슬라는 다음 달 11일까지 독일 공장 생산을 중단했다. 볼보자동차도 1월 셋째 주 중 사흘간 벨기에 공장 생산을 멈추기로 했다.
"가격 급락에도 지금부터 대비 필요"
미 동부~아시아 노선이 주로 거치는 파나마 운하의 가뭄도 운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운하의 수위가 낮아진 탓에 화물선의 통과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해의 교전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최소 올해 5월까지 화물 운임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파나마 지역 우기인 5월 전까지 운하 수위가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나마 노선 정상화 → 여유 선박의 동아시아~유럽 노선 투입 → 운임 급등 억제가 최악을 피하는 시나리오다. 이석용 한국해양진흥공사 스마트해운정보센터장은 “전쟁·가뭄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가격 왜곡은 이 요인이 사라졌을 때 가격 급락이라는 또 다른 위험을 가져올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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