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신입, 24살 졸업 사라진다”…현실이 된 대학가 ‘고령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에 대학에 진학하는 ‘현역’ 신입생 비중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14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에 입학한 33만439명 중 68.16%(22만5227명)가 같은 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에는 대학 입학생 32만9843명의 69.92%(23만638명)가 현역 신입생이었다. 현역 비중이 1년 새 1.7%포인트가량 낮아졌다. 현역 신입생 비중은 수능이 도입된 1994년부터 2009년까지 꾸준히 70%대를 유지했으며 2010년에 정점(80.54%)을 찍은 이후 대체로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가장 낮게 나타났다.
대학 입시를 2번 이상 치른 ‘N수’ 입학생은 지난해 8만5872명(25.99%)으로 역대 최고 비중을 차지했다. 1년 전(24.9%)보다 약 1.1%포인트 늘었다. N수 입학생 비중은 1994년부터 2019년까지 10%대 후반~20% 초반이었지만, 2020년(24.5%) 이후로는 20%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 4명 중 1명은 N수를 했다는 얘기다.
김경범 서울대 사범대 교수는 “대부분 이공계열, 의학 계열에서 재수생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3년간 전국 10개 국립대 의대에 정시 모집으로 입학한 1121명 중 N수생이 911명(81.3%)에 달했다는 통계(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도 있다.
대학가와 입시 업계에선 “25학번에선 20살 신입생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올해는 의대 증원과 무전공 학과 확대 등 여파에 재수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취업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N수는 대학 입학 전에 더 투자한다는 개념이 됐다”면서 “특히 올해는 입시 제도의 변화 영향으로 의대를 비롯한 상위권, 인기 학과에 진학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재학생의 휴학 또는 중도 이탈도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졸업을 미루거나 휴학하는 대학생도 많아졌다. 2022년 휴학률(전년도 재적 학생 대비 휴학생 수)은 24.8%로 나타났다. 휴학률은 2010년부터 23.5~26.6%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하지만 1980년(10.6%)과 1990년(13.6%), 2000년(21.4%)으로 이어지는 추세를 보면 장기적으로 상승 곡선을 나타낸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년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휴학이나 졸업 유예를 택해 스펙을 쌓는 학생들이 꾸준히 많아졌다.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 등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학 졸업 이후 공백기가 길어지면 취업 시장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휴학과 졸업 유예의) 주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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