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잡월드 휴관으로 70명 실직... "해고 위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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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 강성희 국회의원(진보당)과 공공연대노동조합 순천만잡월드지회는 1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천만잡월드의 집단 실직새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 순천만잡월드지회 |
순천만잡월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난 2022년 12월 부당해고와 직장폐쇄로 한겨울에 쫓겨나 순천시청 앞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철야농성을 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2023년 2월 7일 노사합의로 현장에 복귀했다. (관련기사: 순천만잡월드노동자들, 해고 83일 만에 현장으로 복귀)
하지만 2024년 1월 1일 순천만잡월드 70여 명의 노동자들은 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2021년 10월 16일 개관할 당시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에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미래를 키울 호남권 유일 진로체험관인 '순천만잡월드(호남권직업체험센터)'가 문을 열었다며 떠들썩했고, 당시만 하더라도 100여 명의 순천 시민들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었다.
개관 2년만에 장기 휴관으로 인해 노동자 대량 실직 사태를 마주한 순천만잡웝드 노동조합 신정화 지회장을 만났다.
▲ 신정화 지회장(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순천만잡월드지회) |
ⓒ 김현주 |
"개관한 지 2년 된 공공시설에 10개월간의 시설 개선공사를 한다며 휴관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지난해 10월~12월까지 어린이, 청소년 방문객들이 굉장히 많이 와서 정신없이 바빴어요. 갑자기 1월 1일 휴관한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런 협의도 없었고 사전 공지도 없었어요. 순천시의회 업무보고를 통해 알았어요.
지금쯤이면 방학을 해서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체험관도 오고, 자녀를 데리고 오는 순천 관광객들은 무조건 순천만잡월드에 오거든요. 어린이, 청소년들이 미래 직업을 체험하며 꿈을 키워 나가야 할 잡월드에 지금 어둡게 불이 꺼져 있고 무겁게 문이 닫혀있고, 70여 명의 노동자들은 실직자가 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날마다 마주하고 있어요."
- 순천시는 '프로그램 및 시설개선'을 위해 10개월 이상 휴관을 결정했는데요.
"국비 487억을 들여서 개관한 지 2년 밖에 안 된 시설에 10개월간의 대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애초에 부실 공사였는지, 계획 단계에서부터 사업설계가 잘못된 것이었는지 묻고 싶어요. 성남에 있는 한국 최대 직업체험관인 한국잡월드도 12년이 넘는 동안 시설 개선을 명목으로 휴관한 적은 없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컨텐츠 개발과 시설 개보수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순천시는 최첨단 분야 미래 직업군 컨텐츠 개발을 이야기해요. 하지만 이미 순천만잡월드 청소년체험관에는 '4차산업 분야 미래직업콘텐츠, 지역 특화 콘텐츠, 사회 이슈 콘텐츠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개보수가 필요하다면 10개월 이상 휴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고등학생들과 1시간 30분 가량 체험학습을 담당할 수 있는 강사역량 강화에 투자하고, 2년 동안 직업체험관을 위해 노력한 강사들과 소통해야지요."
- 순천시는 순천만잡월드 관람객 수의 감소를 이야기합니다.
"순천만잡월드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직업을 체험하고 미래를 꿈구는 직업체험관입니다. 관람객수의 유무로 장기 휴관을 결정하는 관광지가 아닌거죠.
각 체험부스별로 체험할 수 있는 인원과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여러 학교에서 사전 예약을 많이 해도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인원이 있는 거에요. 관람객을 유치하는 곳이 아닙니다
지난 10월~12월은 정말 많은 체험객을 받았고, 12월 관람객은 6천여 명이었어요. 평일에는 대부분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체험이 진행되기에 주말과 방학 기간 자율 고객들이 있지만 학교 시스템과 같이 돌아가는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 2023년 10월~12월은 관리자가 없는 상황에서 노조 조합원들이 운영했다고 들었습니다.
"작년 말 3개월은 순천만잡월드 수탁사인 ㈜드림잡스쿨에서 채용한 관리자급 직원들이 모두 퇴사한 상황에서 일반 사원인 강사 직군에서 순천만잡월드를 운영한거나 다름 없어요. 10월~12월에 정말 많은 체험객을 받았고, 민원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어요.
㈜드림잡스쿨 수탁이 끝나더라도 여기 순천만잡월드는 우리가 일하는 곳이고, 순천시 이미지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담당부서인 순천시 잡월드운영팀 공무원들도 인정할 정도로요.
우린 당연히 순천시가 새로운 수탁기관을 공모하고 2024년에도 이어서 근무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이렇게 일방적으로 무려 10개월 휴관 결정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 장기 휴관 결정이 해고 사유를 만들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을 받고 있어요.
"순천만잡월드 노동자들은 엄청난 세금이 들어간 공공기관을 ㈜드림잡스쿨이라는 민간업자에 맡겨 적자보전금 형태로 세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했고, 감사원에 순천시 공익사를 청구했어요. 감사 결과 총 4건의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습니다. 공익감사 결과로 민간운영사인 ㈜드림잡스쿨에 도둑맞을 뻔한 순천시민의 세금 1억1천여만 원을 환수하게 만든 장본인이 우리 노동자들이에요.
순천만잡월드의 총제적 운영 부실에 대한 순천시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에 대한 보복성은 없는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하지 않으려고 1년 동안 시설개선 등을 이유로 휴관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순천시 소속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전남 22개 시군 중에서도 매우 열악합니다. 타 지자체 사례를 보더라도 조례를 통해 '민간위탁 만료 이후 고용 유지 및 승계'를 통해 기간제 및 단시간노동자를 보호하고 있어요. 하지만 순천시는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기는커녕, 순천만잡월드에 근무하는 70여 명에게 해고통보를 한 거에요.
▲ 순천만잡월드 홈페이지-순천만잡월드의 설립목적 |
ⓒ 순천만잡월드지회 |
신정화 지회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울컥한 감정이 올라와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쉽지 않았던 2년여 생활을 넘어, 더 고단한 세월을 감내해야 하는 내일을 생각하는 신정화 지회장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순천만잡월드에 입사해 우수사원 표창을 받기도 한 그에게 '순천만잡월드'는 무엇인지 물었다.
"20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어요. 자영업만 하고 직장생활을 해 본 경험도 없고 노동조합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어요. 나이 오십이 넘어 순천만잡월드에 입사해서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너무 열심히 재미있게 생활을 했죠.
'내가 그동안 했던 일과 역량을 재능기부'하는 느낌으로 일했어요. 하지만 잡월드의 운영과 일하는 조건이 너무 열악했어요. 노동조합을 만들고 누군가 짐을 지게 된다면 누군가 짤리게 된다면 '차라리 내가 하자' 그런 마음으로 동생들을 생각하며 지회장을 맡았어요."
그런 마음으로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었고, 살아가는 동안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해고, 파업, 직장폐쇄, 천막노숙농성'을 경험하게 되었다. 찬겨울 노숙농성 끝에 복귀한 현장에서 채 일년도 되지 않아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되었다.
"순천만잡월드는 저에게 운명 같아요."
순천만잡월드의 설립목적은 '진로직업체험기관이 부족한 호남지역 어린이에게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여, 다양한 진로와 미래의 꿈을 키우는 공간'인 직업체험센터 조성에 있다. 순천만잡월드가 하루 속히 정상화되어 순천을 비롯한 호남지역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눈시울 붉히며 말하는 신정화 지회장과 순천만잡월드 조합원들에게 눈보라 뚫고 나오는 복수초처럼 질기고 밝은 봄의 전령사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래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순천광장신문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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