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공화국까지 날아간 배정대와 로하스의 ‘특별한 우정’
“시간은 조금 지났어도 실력은 여전하더라고요.”
특별한 경험이었다. 외국인선수들을 통해 가끔 이야기만 들었던 나라를 실제로 가보게 될 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지만, 먼 타지에서 다시 만난 남자들의 우정은 더욱 두터워졌다.
KT 위즈 외야수 배정대(29)는 지난 연말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흘을 보냈다. 최근 유행을 탄 ‘야구 유학’이나 ‘겨울 전지훈련’ 목적이 아니었다. 오랜 친구인 멜 로하스 주니어(34)의 초대로 급작스럽게 결정한 ‘뜻밖의 여행’이었다.
배정대는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로하스와 함께 뛰면서 각별한 친구가 됐다. 로하스가 KBO리그를 떠난 뒤에도 자주 연락했다”면서 “지난해에도 평소처럼 통화를 하다가 로하스가 대뜸 초청을 하더라. 지금 윈터리그를 뛰고 있으니까 와서 도미니카공화국 야구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자면서 나를 꼬드겼다”고 웃었다. 이어 “이전부터 함께 도미니카공화국을 가자는 이야기를 하기는 했다. 마침 일정이 맞아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고 덧붙였다.
도미니카공화국은 KBO리그의 주요 선수 수급원으로 유명하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부터 많은 선수들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건너왔다. 그러나 국내선수가 잠시라도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건너간 적은 많지 않다.
배정대는 “로하스가 숙소를 마련해줘서 며칠은 거기서 머물렀고, 이후에는 로하스 집에서 지냈다. 처음 가본 나라라 모든 것이 신기했다”면서 “모처럼 로하스 경기도 봤다. 실력은 여전하더라. 잠시 감이 좋지 않더라도 부진을 오래 끌고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정대와 로하스는 KT에서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야구라는 공용어로 대화를 나눴다. 특히 배정대가 주전 중견수로 도약한 2020년에는 우익수 로하스가 멘토가 돼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배정대는 “로하스는 언제나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던 선수였다. 성격도 좋은데 특히 나와 잘 맞아서 더욱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로하스는 KT 역사상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외국인선수였다. 우투양타 외야수로 뛰며 2020년 KT의 사상 첫 번째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개인 성적도 뛰어나 142경기에서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 116득점을 기록하고 페넌트레이스 MVP가 됐다. 이때를 기점으로 일본프로야구(NPB)의 러브콜이 늘어났고,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해 KT를 떠났다. 그러나 NPB에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지난달 KT와 재계약해 프로야구 유턴을 확정했다. 배정대는 “로하스는 최근까지도 KBO리그 경기를 꼼꼼히 챙겨봤다고 하더라. 언젠가는 돌아올 생각을 한 모양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한국을 잊지 않은 로하스와 다시 뛰게 돼 정말 기쁘다. 본인도 욕심이 생기는지 ‘50홈런을 치겠다’고 하더라.”고 로하스의 각오를 대신 전했다.
배정대는 지난해 가을야구를 통해 더 큰 선수가 됐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선배들을 대신해 사실상 중심타자 노릇을 했다. 이전까지는 찬스를 만들어가는 살림꾼이었다면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통해선 결정적인 장면을 해결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배정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감각으로 올 시즌을 출발한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면서 “사실 지난 몇 년간 성장하는 느낌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런데 지난 가을야구를 통해서 조금은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올 시즌에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잘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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