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다, 배드민턴 여제…안세영, 무릎 부상 복귀 뒤 첫 우승 포효
배중현 2024. 1. 14. 16:40
'배드민턴 여제'가 돌아왔다. 안세영(삼성생명)이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뒤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4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4위 타이쯔잉(대만)을 2-1(10-21 21-10 21-18)로 꺾었다. 타이쯔잉은 8강에서 세계 6위 허빙자오(중국), 준결승에서 세계 2위 천위페이(중국)를 연거푸 제압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안세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
관심이 쏠린 경기였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가 AG 여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건 1994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무릎(힘줄 파열)을 다쳐 AG 이후 5주가량 재활 치료와 휴식에 전념했다. 코트에 복귀한 뒤에는 한동안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마스터스에서 안세영은 16강 탈락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국제대회 입상에 실패했다. 이 대회를 포함해 3개 대회 연속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연말 포상식에서 그는 "부상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더라"면서 "제가 이뤄냈던 걸 생각하면 빨리 (컨디션이) 올라와야 하는데 예상보다 늦어져서 아쉽고 힘들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타이쯔잉은 설욕 대상이었다. 안세영은 지난해 11월 월드투어 파이널 준결승에서 타이쯔잉에 1-2로 패했다. 당시 상대 전적에서 10승 1패로 우위였던 안세영이 1세트를 따낼 때만 하더라도 결승 진출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내리 두 세트를 연거푸 내줘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특히 3세트 19-1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0-22로 무릎을 꿇었다. 말레이시아오픈은 2개월 만에 성사된 '리턴 매치'였다.
출발은 불안했다. 안세영은 1세트 내내 타이쯔잉에 끌려갔다. 3-5에서 허를 찌르는 대각 공격으로 추격했지만 5-8에서 연속 실점했다. 상대 스매싱이 네트에 맞고 넘어오는 불운 속에 5-11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7점에 묶인 상태에서 타이쯔잉의 공격과 수비 실수가 겹쳐 11점 차 완패로 첫 세트를 내줬다. 2세트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안세영의 대각 공격이 살아나면서 4-2 리드를 잡았고, 타이쯔잉의 공격 실수가 연이어 나오면서 7-2까지 앞섰다. 15-8에선 상대 공격을 대각선 드롭샷으로 받아치는 놀라운 판단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희비가 엇갈린 건 최종 3세트였다. 세트 초반 2-4로 밀린 안세영은 5-5 동점에 성공한 뒤 공방을 거듭했다. 이후 어렵게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10-9에서 타이쯔잉의 공격 실수로 점수 차를 벌린 뒤 18-13까지 앞섰다. 경기 막판 18-19까지 추격을 허용했으나 이후 상대 공격 실수로 챔피언십 포인트에 먼저 도달했다. 타이쯔잉이 챌린지(비디오 판독)를 신청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장면이었는데 '아웃'을 선언한 원심이 유지돼 안세영이 웃었다. 이후 마지막 공격 득점까지 성공, 특유의 '포효 세리머니'로 우승을 자축했다.
한편 여자 단식 결승에 앞서 열린 혼합복식 결승에선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조가 일본의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 조에 0-2(18-21, 15-21)로 패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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