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7도에 취객 집 대문 앞에 방치했다 사망…경찰관 2명 벌금형

“구호조치 의무 위반”…업무상과실치사 적용
벌금형 이어 경찰 내부에서 경징계

영하 7도의 한파 속에서 만취한 남성을 자택 앞 야외 계단에 방치,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경찰관 2명이 벌금형을 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서울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 소속 A 경사와 B 경장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과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9일 내려진 해당 약식명령은 같은 달 22일 확정됐다.

이들은 2022년 11월 30일 ‘취객이 길가에 누워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 같은 날 오전 1시 28분쯤 술에 취한 60대 남성 C씨를 서울 강북구 수유동 다세대주택의 야외 계단에 앉혀놓고 돌아갔다.

당시 서울에는 최저기온이 영하 8.1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 경보가 내려졌으며, C씨는 약 6시간 후 야외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C씨는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주취자가 집안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현장에서 철수한 경찰을 두고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찰은 당시 날씨와 C씨의 상태 등을 바탕으로 두 경찰관이 구호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이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 등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에 C씨 유족들은 처벌불원서를 냈으나, 검찰은 지난해 9월 이들을 약식기소(검사가 법원에 서면 검토만으로 벌금형을 내려줄 것을 청구하는 것)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약식명령을 내렸다. 또 강북경찰서는 같은 달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에게 경징계를 내렸다. 경찰공무원 징계령에 따르면 경징계는 감봉 및 견책을 말한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해 2월 “취객 조치 과정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원통해 하시는 가족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