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경 작가 “‘경성크리처’는 시대물… 그 시절 버텨낸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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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할 것인가 직시할 것인가, 명분을 좇을 것인가 변명하며 살 것인가, 수많은 경계에서 고민하며 그 시절을 살았을 경성시대 사람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광복을 앞둔 1945년, 탐욕 위에서 탄생한 괴물과 고통의 시기를 연대하며 헤쳐 나간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를 교직하며 시대의 아픔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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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할 것인가 직시할 것인가, 명분을 좇을 것인가 변명하며 살 것인가, 수많은 경계에서 고민하며 그 시절을 살았을 경성시대 사람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광복을 앞둔 1945년, 탐욕 위에서 탄생한 괴물과 고통의 시기를 연대하며 헤쳐 나간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를 교직하며 시대의 아픔을 그려냈다. 하지만 공개 이후 평은 갈렸다. 장르가 뭔지 모르겠다거나 모성, 멜로 등의 감정에 치중해 신파가 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은경 작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데 장르물을 기대했구나 싶었다. 제가 그걸 놓쳤다”면서도 “장르물보다는 시대물에 더 집중해서 썼다. 그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이 시대를 상징하는 게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두 가지를 생체실험 이야기와 접목해서 쓰게 됐다”고 밝혔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의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연쇄 부녀자 실종 사건의 진실과 옹성병원이 숨겨둔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강 작가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두 개의 핵심 키워드를 생존과 실종으로 꼽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동기는 생존 본능이다. 주인공 장태상(박서준)의 삶의 목표도 그저 살아남는 것이다.
하지만 ‘경성크리처’는 생존을 위해 벌어지는 희생뿐 아니라 배신도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영웅’이 아닌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강 작가는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은 너무나 대단하다. 하지만 너무 멋있게, 영웅적으로만 그리는 것도 저는 폭력적이란 생각이 들더라. 그럼 우리는 (그 상황에서) 모두 그래야 하는가”라며 “두려움을 이겨낸 과정이 있었을 것이고, 서글프게도 동료의 이름을 불렀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어나서 또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가지 않았을까. 저는 거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은 권준택(위하준)이다. 준택은 고문 끝에 동지들의 이름을 대지만 끝까지 독립을 위해 힘쓴다.
그 시절 경성 사람들은 때때로 배신도 했지만, 위기엔 합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태상이 마에다를 향해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을 일이요. 치욕스럽고 구차하더라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우리가 살아남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가 당한 일을 기억하지 않을테니까”라고 말한 장면은 작품을 관통한다. 강 작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힘을 내야 할 땐 확실히 뭉쳤던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게 권력을 가지고 모든 걸 억압하려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에 대한 항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괴물도 일반 크리처물과는 다르게 인간적으로 그려냈다. 강 작가는 “왜 크리처에 모성을 심었냐는 반응을 봤다”며 “실제 자료에 모성 본능 실험이 있었다. 죽음이란 공포와 모성 사이에서 무엇이 앞서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그래서 모성에 대한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정동윤 감독은 “괴물과 맞서 싸우는 모험심의 이야기를 할 거였다면 굳이 이 시대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엄혹했던 일제강점기를 얘기하면서도 강 작가는 현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경성크리처’ 시즌2에서는 기억과 망각, 잔재를 다루며 그 메시지를 이어간다. “인간의 탐욕은 인류애가 배제된 권력욕이에요. 권력욕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상처와 흔적을 남기면서 지나가요. 그건 지금 시대에도 끊임없이 반복된다고 생각해요. 1945년은 경성의 봄이었고, 1979년, 1980년은 서울의 봄이었고. 그리고 지금 저희에게도 이제 봄이 오겠죠?”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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