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포통장 무더기 유통…배후엔 ‘겁없는’ 원주 MZ조폭

이형민 2024. 1. 1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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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급한 20대 초반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에게 대출이나 별도의 대가를 미끼로 법인계좌를 개설하게 하고, 이를 팔아넘긴 '불법 대포통장' 유통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주범들은 강원도 원주에서 주로 활동해온 이른바 'MZ세대 조폭'으로 드러났다.

대포통장을 넘겨받은 이들도 대부분 'MZ조폭'으로 조사됐는데 정상 회사를 가장하기 위해 법인계좌가 필요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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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급한 20대 초반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에게 대출이나 별도의 대가를 미끼로 법인계좌를 개설하게 하고, 이를 팔아넘긴 ‘불법 대포통장’ 유통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주범들은 강원도 원주에서 주로 활동해온 이른바 ‘MZ세대 조폭’으로 드러났다. 개설된 계좌는 불법 도박사이트, 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등을 저지르는 다른 지역 범죄조직에 계좌당 최대 12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이주현)는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총책 A씨(30)와 중간관리자 B씨(24)·C씨(23)·D씨(22)를 최근 구속기소했다. 당초 경찰은 이 사건을 단건 법인 대포통장 양도 사건으로 보고 송치했으나, 검찰 보강 수사 결과 수십 개의 법인 대포통장이 다른 범죄 조직에 무더기로 유통된 조직 범죄라는 점이 드러났다.

일당은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홍보를 보고 연락한 사회초년생들에게 법인계좌를 만들게 했다.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도가 높아야 하는데, 법인계좌를 개설하면 거래내역을 만들어 신용도를 올려주겠다고 꾀었다. 총책은 지인을 소개한 중간책에게 개설 계좌당 현금 50만~400만원을 줬고, 계좌 명의 대여자들에게는 현금 50만~200만원이 지급됐다.

법인계좌 대여자들은 총 12명이었다. 일부가 범행 도중 불법이니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일당은 “지금까지 든 비용을 전부 물어내라”며 협박했다. 대여자 12명도 결국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2명이 만든 36개 법인은 대부분 의류도매업 등 정상적 사업체로 가장된 형태였다. 이중 35곳은 유한회사였다. 유한회사의 경우 본인이 임의로 작성한 ‘출자금납입증명서’만 있으면 손쉽게 등기가 이뤄지는데, 이 같은 점을 악용해 단기간에 ‘유령법인’ 수 십개를 만들어냈다.

일당은 36개 유령법인 명의로 47개 불법 대포통장을 개설했고 이를 불법 도박사이트 등을 운영하는 다른 조직에 팔아넘겼다. 대포통장을 넘겨받은 이들도 대부분 ‘MZ조폭’으로 조사됐는데 정상 회사를 가장하기 위해 법인계좌가 필요했다고 한다. 개인 명의 계좌보다 법인 명의 차명계좌가 세무당국·수사기관 추적을 따돌리기 쉽고, 세금탈루나 범죄수익 세탁에 용이해 MZ조폭 사이에 고가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당 중 2명은 원주의 오랜 조폭 단체인 ‘신종로기획파’ 소속이었으나 조직과의 연계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를 담당한 이하은(30) 검사는 “조직의 일사불란한 통솔체계를 따르기보다는 돈이 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에서 모였다가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MZ조폭의 특성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이들은 범죄 분업체계에서 서울·수도권 조폭의 사기 범행에 통장을 대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령법인이 존속하는 한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범행에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법원에 법인 해산명령도 청구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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