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야간개장하고 독도·경인항 띄우고…김포 정체성 살리기 한창
경기도의 변방 도시로 고착화하고 있던 김포시가 민선 8기 들어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도시브랜드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잠자고 있던 김포 고유의 자원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홍보를 강화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14일 김포시에 따르면 김병수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김포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해왔다.
도시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굵직한 정책으로 김 시장은 먼저 현 정부 첫 신도시인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를 성사시키고, 콤팩트시티 광역교통대책으로 서울지하철 5호선을 유치하기 위해 방화동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 문제에 합의하는 등 통 큰 결단을 내렸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을 계기로 김 시장이 제시한 ‘김포시 서울 편입’은 국민의힘 당론으로 정해지며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회까지 꾸려져 메가서울 정책으로 확대되는 등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그 결과 최근 김포시의 기초자치단체브랜드 평판은 1위, 도시브랜드 평판은 서울에 이어 2위까지 상승했다.(한국기업평판연구소 지난해 10~11월 조사)
김 시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애기봉평화생태공원, 라베니체, 봉성산과 장릉산, 한강하구 독도, 경인아라뱃길 경인항 등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포의 매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민간인 통제구역인 애기봉은 과거 성탄 트리 점등과 확성기 이념방송 등 분단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평화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긴 했어도, 여전히 출입하려면 예약 후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병수 시장은 여기에 ‘야간개장’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포시는 군 당국과 협의 끝에 지난해 10월 28일부터 애기봉 야간개장을 시작했다. 해넘이와 문화공연, 흔들다리 야경을 경험한 방문객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지난 연말에는 철탑 철거 10년 만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켜졌다. 이번에도 김포시는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난색을 보이던 군 당국을 설득했다.
지난 1971년 등탑이 세워진 이래 매년 열다가 2014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점등행사는 미디어아트 형태로 화려하게 복원됐다. 생태탐방로에 메인 조명이 켜져 거대한 트리 형상이 나타나자 관람객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전망대 벽면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불빛도 탄성을 자아냈다. 한반도 평화를 넘어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마련되는 순간이었다.
김 시장은 “애기봉은 김포만의 관광자원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유일무이한 풍경과 분단의 역사를 보유한 자원”이라며 “중앙 부처와의 꾸준한 협의를 통해 애기봉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포시 장기동 등에 위치한 김포한강신도시는 캐널시티(Canal City) 콘셉트로 조성됐다. 농업용수 운반 기능을 하던 이 일대 물길은 ‘금빛수로’라는 이름으로 2.68㎞ 구간에 걸쳐 도심을 관통한다. 금빛수로의 아름다운 경관에도 수변상권 라베니체는 좀처럼 활성화가 안 돼 김포시의 고민이 깊었다.
이에 김포시는 지난해 10월 14~15일 이틀간 ‘제1회 라베니체 수상불꽃공연 페스티벌’을 개최해 금빛수로를 외부에 널리 알렸다. 행사에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6만명의 관광객이 운집했다. 서울 강서구와 인천 서구 등 외지에서도 상당한 인원이 찾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라베니체 수상불꽃공연 페스티벌은 그간 분산 진행해온 축제 일부를 통합해 소요경비는 대폭 줄이고 내실 있는 콘텐츠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물의 도시 김포의 특성과 수변관광지라는 지리적 특성을 토대로 남녀의 못다 이룬 사랑 이야기를 구성한 수상불꽃극이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축제 기간 수변상가에도 활기가 도는 등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했다. 김포시가 대표축제로 브랜드화한 라베니체 수상불꽃공연 페스티벌은 ‘2023 대한민국 지방자치 혁신대상’에서 ‘관광혁신부문’을 수상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야간관광자원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선정되는 등 성공을 거뒀다.
김병수 시장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 축사를 통해 모든 시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도시로 김포시를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함을 강조하며, 숨겨진 김포의 가치를 되찾아 새로운 기회로 창출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대한 방법 중 하나로 김병수 시장은 걸포동 한강하구에 자리한 독도(구 형제섬)의 원지명을 되찾고 행정지번 표지판을 설치하겠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는 10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김포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발걸음이었다.
이날 김 시장은 “동해에 우리나라의 ‘독도’가 있고, 한강에는 김포의 ‘독도’가 있다. ‘김포 독도’가 지닌 김포만의 이야기를 찾아내 또 하나의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김포 독도는 이후 지상파 뉴스와 주요 언론에 연일 보도되며 존재감을 처음 드러냈다.
김 시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경인아라뱃길 경인항 일대의 성장 가능성과 지역 대표성에 주목해 모호한 명칭을 변경하려 한다.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에 위치한 경인항 김포터미널은 김포의 관문이자 잠재력이 큰 관광지임에도 어중간한 명칭으로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아라뱃길 물류 기능을 위해 조성된 경인항 김포터미널과 인천터미널은 거리고 20㎞가량 떨어져 있음에도 경인항이라는 하나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중 김포터미널의 명칭을 ‘김포항(가칭)’ 등 지역 정체성을 대변하는 이름으로 바꿀 예정인데, 김포시는 현재 경인항 명칭변경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병수 시장은 지난해 12월 5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직접 만나 한강·염하강 철책 전면 제거, 애기봉 국제 관광지 개발, 장릉산·봉성산 전망대 설치 등을 건의했다. 김 시장이 역점 추진하는 정체성 살리기 정책들이다. 이 자리에서 김 시장은 ‘군 활용 가능 범위 내에서 민간 개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끌어냈다.
김포지역은 그동안 접경지 규제와 환경 규제, 수도권 규제 등 중첩규제로 대규모 관광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는데 군 당국과의 협의가 거듭되면서 국제관광지 개발 및 한강하구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시장의 김포시 정체성 강화 노력은 새해 첫날부터 실현됐다. 김포시 하성면 봉성산은 해발 129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부의 군사시설(폐쇄) 탓에 민간인이 진입할 수 없었다. 김포시는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 한강과 김포평야, 한남정맥의 마지막인 문수산, 파주 심학산, 그리고 북한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봉성산 전망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봉성산 아래 비좁은 공원에서 해돋이 행사를 개최하던 김포시는 올해 처음으로 봉성산 전망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500여명의 김포시민이 ‘가깝지만 멀었던’ 봉성산에 올라 자신들의 터전을 비로소 만끽했다.
시는 장릉산 개방도 추진 중이다.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접근이 안 됐던 장릉산 정상부에 전망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군부대 작전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실현될 경우 김포의 중심에 솟아 있는 장릉산 브랜드도 외부에 새롭게 알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은 “김포가 예전에는 정치인들의 ‘집값 2~3억’ 발언이나 GTX 집단반발, 대북전단 살포와 같은 것으로 언론을 타다가 요즘에는 시민으로서 흥미가 느껴지는 뉴스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도시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하면 뭐든 시도해서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청룡의 해 갑진년은 김포가 새로운 성장을 이룩하는 뜻깊은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김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로, 이에 따른 어려움도 물론 있겠지만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하나씩 극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포=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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