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정보조차 별로 없다, 총통과 65세 동갑 '조용한 내조자'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당선하면서 그의 부인, 우메이루(呉玫如) 여사는 대만이 새로 맞이하는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은 여성으로 비혼이다. 그래서 우 여사는 대만이 2016년 이후 약 8년 만에 처음 맞는 총통의 배우자다.
대만 총통의 퍼스트레이드 계보는 화려하다. 한국엔 '송미령'으로도 잘 알려진 쑹메이링(宋美齡ㆍ1897~2003)은 장제스(蔣介石ㆍ1887~1975) 총통의 부인이다. '권력을 사랑한 여인' '용의 여인(Dragon Lady)'이라고 불린 쑹메이링 여사는 퍼스트레이디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남편의 비서이자 영어 통역사, 대변인의 역할까지 도맡아서다.
장제스는 쑹메이링의 언니 쑹칭링(宋慶齡)의 남편인 쑨원(孫文)의 부하였다. 장제스는 쑹메이링을 만났을 당시 아이를 두 명 둔 유부남이었으나, 쑹메이링과 결혼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 쑹메이링 여사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미국으로 유학한 당시의 신여성으로, 1943년 카이로회담 등 굵직한 국제 외교 무대에서도 남편의 통역을 맡았다. 한국과 연도 깊다. 66년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기도 했다. 조선의 독립을 지원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서였다.
쑹메이링 여사 이외에도, 2008년부터 8년간 재임한 마잉주(馬英九ㆍ74) 전 총통의 부인 저우메이칭(周美靑ㆍ 72) 여사 역시 인상을 깊게 남겼다. 금융인인 저우 여사는 "나는 마잉주의 부인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했다. 남편의 선거운동에도 적극 나선 핵심 참모로, 유권자를 찾아 90도 인사를 하고 무릎을 꿇은 채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우메이루 여사는 쑹메이링이나 저우메이칭 여사와는 정반대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조용한 내조자의 역할을 맡아왔다. 그에 대한 공식 정보부터가 제한적이다. 그가 대만의 국영기업인 대만전력공사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이 정계에 본격 진출한 뒤엔 내조에 전념하며 두 아들을 길렀다는 정도다. 선거운동에서도 뒤에서 남편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유세 및 여러 선거운동에도 나섰지만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 주로 남편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 주력했다. 그러나 그랬던 그마저 지난달 27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자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선거를 약 15일 앞두고 민진당이 공개한 영상 홍보물에서다.
일본 매체 포커스 타이완에 따르면, 이 영상의 주인공은 우 여사다. 그는 남편에 대해 "다른 사람을 지키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두려움을 잊는 인물"이라거나 "1년에 쉬는 날이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영상엔 우 여사가 남편에게 머리를 기대고 환히 웃고 있는 사진 등이 등장한다. 그가 등산과 쇼핑을 하는 등의 일상도 소개됐다.
이 매체는 "우 여사에 대해 라이 (당시) 후보는 '라이칭더를 제일 처음 선택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내세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영상을 공개한 지난달 말은 시기적으로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결과는 안갯속이었다. 라이칭더 후보를 위해 선거캠프가 마지막으로 내민 비장의 카드 중 하나가 우 여사였던 셈이다.
라이칭더 신임 총통은 오는 5월 20일 취임 선서를 하며, 그 곁엔 우 여사가 함께할 것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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