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 결과는 中 실패…라이칭더·트럼프는 中 최악 조합"
2024년 대만 유권자의 선택은 미국을 중시하는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清德) 후보였다. 전문가 사이에선 앞으로 라이 임기 4년 간 중국과 대만 사이 양안(兩岸) 관계를 두고 "라이 당선인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안 관계에 정통한 대만 정치대학의 커우젠원(寇建文) 국제관계연구센터 주임, 왕신셴(王信賢) 부주임에게 각각 선거 이후 전망을 물었다.
Q : -라이칭더의 4년 임기는 시 주석의 4연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2027년 8월), 제21차 중국 공산당 대회(2027년 10월)와 겹친다.
A : 커우젠원 주임(커우) “베이징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할 것이다. 선제 발포를 할 수 없는 대만 국방부가 받는 압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A : 왕신셴 부주임(왕)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사실상 중국의 대만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이 노리는 4연임에 대만 문제가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라이칭더 정권에 대한 관리에 주력할 것이다.”
Q : -당선인은 첫 연설에서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현상을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A : 커우 “(당선인이) 말 조심할 필요성을 인식해 신중했다고 본다. 민진당의 득표율이 40%에 미치지 못했던 점도 고려한 듯 하다. 다른 정당의 도움 없이 예산 통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A : 왕 “그는 지난 8년간 양안 관계 악화의 원인을 베이징으로 돌리고, '민주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총통에 당선됐다고 기존 생각을 완전히 바꿀 것 같지 않다. 베이징도 그렇게 판단할 것 같다.”
-라이칭더는 어떤 인물인가.
A : 커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더불어 '미국의 가장 위험한 친구’라는 표현(유라시아그룹)이 정확하다고 본다.” A : 왕 “광부의 아들에서 최상층에 오른 걸출한 능력을 갖췄다. 이상주의자이면서 완고하다. 2014년 타이난 시장에 당선된 뒤 국민당 소속인 시의회 의장이 전과자란 이유로 7개월간 의회를 찾지 않았던 일화도 있다.”
Q : -대만 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A : 커우 “대만 해협은 한국에 중요한 에너지 운송 루트다. (중국에 의한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대만 해협의 연쇄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
Q : -대만 경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A : 왕 “대만의 대중 무역 비중이 수년새 46%에서 38%로 줄었다. 다국적 기업들이 대만에서 철수하지 않지만, 재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겠다는 반응이 많다. 경제 문제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Q :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의 평화통일 지지를 요구했다.
A : 커우 “당시 회담에서 (시 주석이 미국 측에) 평화 통일 지지와 대만에 대한 무장 중단을 처음 언급했다. 하지만 대만은 중국과 통일할 생각이 없다. 대만이 전혀 반응하지 않았던 이유다.” A : 왕 “시진핑은 '2027년(4연임 결정)과 2035년(사회주의 방식 현대화 완성 목표 시기)에 대만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숨겨진 조건이 있는 발언이다. '대만이 독립을 선포하지 않고, 외세가 개입하지 않으며, 통일의 가능성이 사라질 경우 비평화적 수단을 쓸 수 있다'는 중국의 '반(反)국가분열법'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으며, 통일을 무기한 미룰 수 없다는 취지에 주의해야 한다.”
Q : -대만의 국내 정치 향방은.
A : 커우 “과반 정당이 없는 여소야대가 됐다. 민중당이 누구와 손잡느냐가 중요해졌다. 유권자 60%가 지지하지 않는 '40% 총통'이 선출됐다. 2000년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당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 국민당은 국회의 절대 다수당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정됐다면, 이젠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Q :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언급된다.
A : 커우 “대만의 라이칭더, 미국의 트럼프 당선은 베이징엔 최악의 조합이다. 모두 예측과 통제가 힘들기 때문이다.” A : 왕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는 트럼프가 '대만 포기'를 언급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과 확연히 달라질 미국에 대비해야 한다.”
Q : -중국이 건국 75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1일 열병식을 열고 북·러 정상을 초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 : 커우 “미국은 천안문에 함께 모인 시진핑·푸틴·김정은의 사진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A : 왕 “러시아와 북한 지도자의 초대 여부는 미·중 관계에 달렸다. 양국 관계가 최악이 아닌 이상 중국이 모험할 가능성은 적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대중 제재를 완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타이베이=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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