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같아서 밥 사줄게"…20대 女민원인에 연락한 50대 경찰

민원인 父,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 올려 공개
해당 경찰 '감봉 징계' 사실 뒤늦게 알려져

50대 경찰관이 20대 여성 민원인에게 "딸 같아서 밥을 사주고 싶다"며 사적인 만남을 요구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20대 딸을 키우는 A씨는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제 딸이 분실물 찾으러 경찰서 갔다가 50대 추정 경찰이 밥 먹자고, 만나자고 연락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의 딸은 지난해 10월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친구와 함께 경기 부천시에서 놀던 중, 친구가 휴대전화를 분실하는 바람에 관할 지구대를 찾아갔다. 당시 A씨의 딸은 친구 대신 자신의 인적 사항을 남겼다. 다행히 친구는 잃어버렸던 휴대전화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뒤, 해당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이 A씨 딸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면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 왔다.

이 경찰관은 A씨의 딸에게 "우리 고향 초등학교 후배님^^ 바쁜 와중에 통성명도 못 했네요. 무척 반갑고 또 신기했습니다. 친구분 가이드 잘해주시고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친구분 괜찮으시면 출국 전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어요. 정말 반가웠어요"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50대로 추정되는 사람(경찰관)이 23살짜리와 배고파서 밥을 먹으려고 만나자고 하진 않았을 거 아니냐"며 "매우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지구대에서 이 문제를 무마하려고 회유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고향 들먹이며 고향 후배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처진데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 둥글둥글 넘어가자는 식으로"라고 했다.

이에 A씨가 강력히 항의하자 부천경찰서에서는 철저히 조사해서 징계하고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으나 계속 연락이 없었다. 결국 A씨가 다시 경찰서에 전화해보니 "개인정보 보호로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처음과 다른 얘기를 했다.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이미지출처='보배드림' 캡처]

해당 경찰관은 이 사안과 관련해 감봉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감사에서 이 경찰관은 "A씨 딸과 이야기하다 고향 후배인 걸 알게 됐고, 아버지 나이가 자신과 비슷해 점심을 사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언론 보도로 이후 정황을 알게 된 A씨는 "착잡하다. (해당 경찰관이) 별로 반성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고발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경찰서가 아닌 경찰청 청문감사실로 제보하라",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감봉이 처벌이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 현행법상 경찰 등 공공기관은 업무상 수집한 개인정보를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