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다큐 감독 "586의 자기반성, 건국세대 미안함 담았다"
다큐 '길위에 김대중' 의식해 개봉 당겨
여야 정치현역도 자료화면에 등장
감독 "보수 가치는 좋은 것 계승·발전…
건강한 대결 필요한 시점"
1954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영웅의 거리’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는 45초 분량 동영상이 70년 만에 대중에 공개된다. 내달 1일 개봉하는 이 전 대통령 일대기 다큐멘터리 ‘건국전쟁’(감독 김덕영)을 통해서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CGV 영화관에서 진행된 ‘건국전쟁’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김덕영(59) 감독은 “영화를 만들던 중 당시 사진 한 장이 나왔다. 전문가들도 동영상은 본 적이 없다더라. 국내를 다 뒤져도 발견이 안 돼서 미국 교민들 도움으로 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극적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주류 역사 해석이 이 전 대통령의 공(功)보다는 과(過)를 부각해왔다는 입장이다. ‘건국전쟁’에선 미국 정치에 밝은 이 전 대통령의 외교력, 한국 경제 발전 기틀을 마련한 토지개혁, 여성 투표권 보장 및 의무 교육제도를 통한 문맹 퇴치 등 재임 기간의 성과를 강조했다. 국내외 기록 영상 발굴 및 보수단체‧역사학자 20명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송재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역사학과 교수(『슬픈 중국』 저자), 이호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대표, 류석춘 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다. 이들은 김 감독과 함께 간담회에 참석했다.
"다큐 '김일성의 아이들' 만들며 이승만 다시 봤죠"
“84년 대학에 입학해 선배들로부터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안좋은 것들을 배웠다. 독재자, 심지어 살인자란 말까지 나왔다”면서 “그런데 전작 ‘김일성의 아이들’(2020)을 16년 걸려 제작하며 북한을 공부하다 보니 ‘이승만 괴뢰 도당을 타도하자’는 구호가 (머릿속에 계속) 남더라”고 했다.
김 감독의 전작 ‘김일성의 아이들’은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동유럽에 보내진 5000여명 전쟁고아의 잊힌 삶을 좇은 다큐멘터리로, 루마니아‧불가리아‧폴란드 등에서 수집한 35㎜ 기록 필름 등 희귀 자료를 담아 국가기록원 중앙영구기록관리시스템 수장고에 보관됐다.
이후 김 감독이 이 전 대통령 하야 후에도 북한이 이승만 지우기에 열 올린 배경에 주목하며 관련 조사에 착수한 게 ‘건국전쟁’의 출발점이 됐다. 김 감독이 기독교 보수단체 펀딩, 자비 등을 들여 제작비 2억원을 마련했다. 청년 이승만의 미국 유학 시절부터 일찍이 미‧일 전쟁(태평양 전쟁)을 예견하며 ‘독립에 미친 늙은이’로 불렸다는 독립운동 활동기, 강도 높은 반공 정책을 펼친 대통령 집권기를 차례로 되짚었다.
"이승만 저평가…보수 가치, 좋은것 계승·발전해야"
다만, ‘건국전쟁’에서 이 전 대통령의 과오를 제대로 다루지 않거나, 오히려 성과로 재해석한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컨대 이 전 대통령의 과(過) 중 하나로 꼽히는 3‧15 부정선거에 대해 “자유당이 이기붕을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가 있었던 것”이라며 “이승만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대목 등이다.
4‧19혁명으로 이 전 대통령이 물러난 것에 대해선 “1950년대 초‧중‧고 교육으로 사람들이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에 들고 일어날 수 있었다”며 오히려 이 전 대통령의 정책적 결실로 평가하는 의견을 부각했다.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을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한 “위선적 인물”로 바라보는 등 뉴라이트 역사관에 치우친 듯한 대목도 논쟁의 여지를 남긴다.
김 감독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원래 3월 1일 예정했던 개봉을 한 달 앞당겼다. 올해 탄생 100년을 맞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다큐멘터리 ‘길 위에 김대중’ 개봉(10일)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큐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의 모습도 자료화면을 통해 등장한다.
김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 건강하게 대결해볼 필요가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너무나 저평가된 분인데 상대방(김대중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고 얘기되는 부분도 있고, 제대로 정리해볼 시점”이라면서 “보수의 가치는 좋은 것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이어갈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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