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표 코믹 액션, MBC 드라마 부활시킬까
[김상화 기자]
▲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의 한 장면. |
ⓒ MBC |
MBC 금토드라마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연인>을 시작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 로맨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이 큰 사랑을 받은 데 이어 신작 <밤에 피는 꽃>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첫 방영된 <밤에 피는 꽃>은 1회 전국 시청률 7.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나타내며 지난 2021년 금토드라마 편성 이래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낮에는 양반집 수절과부, 밤에는 복면을 쓴 채 의로운 일에 나서는 여화(이하늬 분)의 은밀한 이중생활을 코믹하게 그려낸 액션 사극 <밤에 피는 꽃>은 3년 만에 TV 무대로 돌아온 이하늬를 앞세워 일단 산뜻한 출발에 돌입했다. <열혈사제> <원더우먼> 등 SBS 금토 드라마를 통해 시원한 사이다 코믹 액션 연기를 보여준 이하늬 특유의 매력이 또 한번 마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의 한 장면. |
ⓒ MBC |
<밤에 피는 꽃>의 핵심 인물은 16년째 수절과부로 살아가고 있는 여화다. 어린 시절 자신을 보살피면서 무술을 가르쳐준 오라버니는 어느날 사라졌고 이후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큰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좌의정 댁 자제와 혼례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당일 남편은 괴한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망문과부'(청혼한 남자가 죽어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과부가 된 여성)가 된 여화에 대해 사람들은 "기구한 팔자, 남편 잡아 먹는 X" 등 뒤로 막말을 서슴치 않고 내뱉는다. 시댁 식구들의 구박도 만만찮았다. 늘 그녀에게 온갖 일을 시키는 시어머니(김미경 분)와 시누이의 틈에서 여화는 그저 살이 있지만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밤만 되면 여화는 180도 달라졌다. 검은 옷과 복면을 쓴 채 세상 밖으로 나선 여화는 남몰래 나쁜 무리들을 처단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무렵 새로 마을에 부임한 종사관 수호(이종원 분)의 등장은 여화의 앞길에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했다. 고집불통이지만 의협심 강한 종사관과 여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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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 사이 이하니는 정의감 불타는 캐릭터를 다수 소화하면서 배우로서 확실한 자기 색깔을 마련했다. 2019년 영화 <극한 직업>을 시작으로 같은 해 방영된 드라마 <열혈사제> <원더우먼> 등 일련의 작품에서 이하늬는 코믹과 액션을 적절히 버무린 인물을 맛깔나게 그려내며 관객들과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다.
완벽한 듯 하지만 어딘지 모를 허술함을 드러내는 이하늬의 극중 캐릭터는 시간이 쌓이면서 하나의 흥행 보증수표처럼 자리매김했다. 이와 같은 이유 덕분에 MBC로 자리를 옮긴 복귀작 <밤에 피는 꽃> 역시 그녀 특유의 매력이 화면 곳곳을 가득 채워넣고 있다. 17 대 1 액션 신까지 유머 넘치게 소화하면서 사극에서도 이하늬의 연기가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해낸다.
그저 지금 닥친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는 당찬 주인공 여화는 더할 나위 없이 배우 이하늬에겐 맞춤 옷 마냥 잘 어울리는 캐릭터이다. 늘 가는 곳 마다 부딪히는 종사관 수호와의 선을 넘을 듯 말듯 한 관계는 회를 거듭할수록 궁금증을 더하면서 극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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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회 분량의 짧은 호흡으로 전개되는 <밤에 피는 꽃>은 이제 여화를 중심으로 의문 가득한 시댁 식구들과 자신의 오라버니를 둘러싼 수수께끼 등 시청자들이 몰입할 만한 요소를 칙실하게 쌓아가고 있다. 권선징악, '사이다' 액션물이라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이야기 구조에도 불구하고 차곡차곡 풀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에 힘입어 <밤에 피는 꽃>은 새해 벽두부터 모처럼 인기 드라마로 정착 중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MBC는 주말 드라마 강세를 나타냈던 채널이었다. 하루 2편의 드라마를 몰아서 토-일요일에 연속 편성할 만큼 파격적인 운영으로 한동안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이젠 희미해진 엣 추억이 되고 말았다. 2021년 <옷소매 붉은 끝동>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또 부진의 늪에 빠졌던 금토 드라마는 다행히 <연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등 조선시대의 사극을 자양분 삼은 작품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공교롭게도 <밤에 피는 꽃>까지 3연속 사극 성격의 작품을 내세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이번 만큼은 일단 성공적인 출발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경쟁사 SBS를 비롯해서 OTT와 케이블 및 종편 드라마의 기세에 눌렸던 MBC로선 '드라마 왕국'이라 불리웠던 과거의 영광 재현을 기대해 봄직하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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