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부 관객들 “최동훈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홍종선의 연예단상㊱]
신선한 세계관-캐릭터 갖춘 한국형 어벤져스 “이대로 못 보내”
‘외계+인’ 1부가 공개됐을 때 필자는 소수파였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마치 처음 보는 ‘요지경’ 안을 들여다보듯 신나 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1시간여 만에 극장을 나서며 ‘끝내 준다’고 ‘끝까지 못 보는 게 너무 아쉽다’고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돌아온 답은 대부분 “영화를 끝까지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었다.
바로 다시 영화를 봤지만,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가 개봉되고 많은 관객이 실망하거나 혹평했고 흥행도 기대 이하였다. 영화를 보는 눈이 모두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기자라는 직업은 관객 대중의 눈으로 읽어낼 줄 알아야 하는데 이토록 ‘나 홀로 관점’인가 충격도 받고 반성도 했다.
물론 ‘외계+인’ 1부가 100점짜리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필자에게도 큰 불만이 하나 있었다. 눈을 반짝이며 맛있게 먹거나 재미있게 놀고 있던 음식이나 장난감을 갑자기 뺏으면, 아기는 분해서 으앙 울음을 터뜨린다. 1부 마지막을 만났을 때 딱 그런 기분이었다.
아무리 OTT(Over The Top, 인터넷TV) 시대, 시즌제 드라마가 넘쳐나고 시즌2를 만들지 않을지 결정하지도 않았으면서 시즌1의 끝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엔드 스크롤을 올리는 게 대수라지만. ‘외계+인’ 1부는 영화다. 영화는 시리즈라 해도, 틀림없이 2부가 개봉될 것이라 해도, 1부대로 하나의 완결성을 지녀야 한다는 게 영화문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OTT 드라마도 아니면서, 생선을 2등분 토막 내듯 중간에 툭 잘라 개봉한 것에 분한 마음이 들었다. 너무나 재미있게, 한창 신나서 보고 있던 ‘외계+인’ 1부라 속상함이 배가 됐다.
1년 반의 시간이 흘러 ‘외계+인’(감독 최동훈, 제작 케이퍼필름, 제공·배급 CJ ENM) 2부 언론 시사 일이 됐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관객의 눈으로 봐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또 재미있다. 더 재미있다. 분명 판타지 액션 장르라고 여겼는데, 대한민국 최고의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의 영화이니 판타지 액션 드라마로 생각했는데, ‘서스펜스 스릴러’인가 싶을 만큼 긴장을 놓지 못해 손에 땀을 쥐고 보는 내가 있다. 다시 신이 났다. 2부의 마지막은 아쉬움 없이 후련했고, 이어가자면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엔딩이었다.
시사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질문을 할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감독이나 배우들이 이 영화를 본 첫 관객들인 기자가 어떻게 봤는지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알기에, 항상 영화를 본 소감을 말하고 질문을 건네곤 하는데. 동료들이 어떻게 봤는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또 ‘소수파’일까 하는 저어함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용기를 냈다.
호평의 정도가 지나친 질문이라는 생각에 ‘개인적 생각일지 모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한국형 어벤져스가 탄생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가능한 세계관과 캐릭터들이 구축됐고, 혹여 그 시작에 부족함이 있다면 얼마든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지점과 장점들을 갖췄다. 개인적으로 3편, 5편, 7편까지 계속 보고 싶은 영화다. 향후, 최동훈 감독께서는 후속 시리즈를 만들 생각이 있는지, 배우들은 다시 출연할 의사가 있는지 궁금하다”라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김우빈을 비롯해 배우들은 일개인의 의견이나마 ‘호평’의 의사를 읽고 안도하거나 표정이 밝아졌는데. 최동훈 감독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1부 반응에 생긴 상처를, 처음 겪어본 홀대를 2부를 본 관객들이 어루만져 줄지 소금을 뿌려 상처가 덧날지 알 수 없는 상황, 이제 막 첫 공개를 했는데 ‘후속’을 묻는다고?
시쳇말로 ‘답정너’의 질문이라 할 수 있지만, 배우들 마음속에 ‘외계+인’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했던 의도를 꿰뚫어 본 배우들은 ‘당연히 출연’ ‘흔쾌히 다시’를 말했다. 특히 외계인에게 잠식당한 고려의 좌장과 21세기 인간 의사를 연기한 배우 김의성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마지막에 “숨을 남겨 놓았다”는 재치 있는 말로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동훈 감독은 “2부를 완성하는 것에만 모든 것을 집중했다. 며칠 전까지 계속 편집에 힘썼다”며 즉답을 피했다. 개봉 하루 전인 9일,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부를 관객이 어떻게 봐주시느냐 외에는 모든 게 사치”라고, 그사이 호평의 기사들이 많이 나왔음에도 시사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음에도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혔다.
“1부 끝나고 우울하고 침울했죠. 제작자(이자 아내인 안수현 대표)가 어떡하지?, (제가) 2부가 우리를 구원해 줄 거야! 생각 많이 하면 안 돼, 내가 잘못했지 뭐. 일하자!”
“다음날 일하러 갔어요. 침울하고 슬펐는데 편집기사와 앉아서, 작업을 통해 해결해야지 다른 건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며 일했어요. 작업해 나가면서 영화감독의 숙명은 이런 거구나. 긴 시간 동안 성공과 실패를 할 수 있지만, 맞아! 나 영화 너무너무 사랑했지! 다시 깨달았어요. 2부 작업이 거듭될수록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한 명의 영화감독으로서 구원되는 과정이었습니다. 도사 나오는 영화를 찍다 보니 내가 도를 닦는 게 감독이라는 직업인가 싶을 만큼요. 2부 없었으면 힘든 게 더 오래갔을 거예요, 뮬론 오래갔죠.”
“결과 중요하지만 과정 없이 결과 없고, 결과는 내가 만들지 못하지만 과정은 내가 만들어 가는 거잖아요. 사실 너무 재미있어요, 영화 일이. 저의 청춘을 바친 영화예요, 이 영화 끝나고 저는 어른이 됩니다. 철이 들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은데요.”
1부가 공개된 후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낯설다”였다고 한다. “내가 잘못했지, 뭐”, 최동훈 감독은 1부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자체평가하고 있었다.
“1부는 얘기가 점점 벌어져요. 시간이 갈수록 확장되죠, 한 번에 모아야 하는데. 어린 무륵이 관속의 무륵과 만나는 시점이 늦었나 (하는 생각도 해봤고요). 2부는 펼쳐진 이야기가 하나의 깔때기로 모여 끝나요. 정반대 구조여서 다른 이야기로 느끼실 수도 있어요. 제가 1부를 통해 깨달은 건, 결국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시는 건 거대 스펙터클이 아니고 인간 이야기인데 그게 마무리돼 있지 않다는 거예요. 2부는 더욱 그런 (인간의) 이야기로 만들어야겠다, 그걸 중심에 두고 편집했습니다. 그전에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더 선명이 깨달았어요, 앞으로의 제 작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딘가 어깨가 좁아진 느낌, 감독 최동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마음의 도를 닦아 성찰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최종 결과를 남겨 둔 상황에서 미리 기죽는 것은 한 명의 관객으로서 거부한다. 호방한 기개가 넘치는, 감독 최동훈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영화를 계속 보고 싶다.
영화 ‘도둑들’(2012)을 통해 주인공 2인 체제를 흔들고 ‘떼 주인공’ 시대를 열었듯, 10년 뒤 영화 ‘외계+인’을 통해 1·2부 연작 관람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최동훈 감독.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는 관객의 평가에 달렸다. 2부 개봉 첫 주, 1부 때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최동훈이 다 계획이 있었구나…하는 말이 뭔지 알겠다,” (ray4****)
“관람객 떡밥의 끝판왕. 1부는 그동안 2부를 위한 빌드업이었다! 더 진화된 CG와 영상미가 화려한. 믿고 보는 최동훈 감독의 거대한 역작!” (robo****)
“최동훈 감독님 알고 보니 프로 농사꾼이셨네~ 1부 곳곳에 뿌려졌던 떡밥 회수는 물론, 예상치못한 반전 수확까지! 2부가 찐이다!” (sina****)
“이게 말이 되나요?! 1부를 남들보다 재밌게 본 사람이긴 하지만, 의문이 있었던 부분이 없지는 않았어요. 근데 이건 뭐, 왜 그랬는지 다 이해가 가고 전 눈물도 또르륵 흐르더라고요.” (suho****)
“관람객 1부의 떡밥을 잘 풀었고. 액션, 조우진 염정아의 케미가 한층 더 커졌다. 지난 주말에 ‘미니 토크’ 다녀왔는데 감독님 짠했음. 1·2부 동시상영 러닝타임이 6시간에 달하는데, 여기에 관객들이 안 올까봐 걱정했다네. 1부는 N차 못했지만 2부는 특별관별로 N차 달린다.” (fowe****)
“1부도 그랬지만 2부도 기존 한국영화에 없는 색다른 느낌이 있는 영화라서 좋았음” (chld****)
“1편 보고 너무 재밌어서 나는 오늘만 기다리다 바로 조조 뛰어가서 보고 왔음.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쓰.” (작성자bona****)
“평점 남겨본 적 처음임. 진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함. 비록 킬링타임용이기는 하나, 진짜 웰메이드. 1부는 5번은 돌려본 것 같음. 2부와의 연결성도 완벽함. 오늘 2부 개봉일에 보고 왔는데, 진짜 계속 웃음ㅋㅋㅋㅋ, 감독님이랑 나랑 코드가 제대로 맞는 듯. 진짜 내 인생영화 웃음벨 영화임. 연출도 짱. CG도 짱. 각본도 짱. 연기력 물론 다 짱, 소품이며 디테일 짱이고, 진짜 잘 봤습니다. 이런 영화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어서 리뷰 남겨요.” (작성자stay****)
“외계인 1부를 보지 않아도 이해가 될 만큼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1부를 챙겨본다면 떡밥들이 2부에 회수되면서 재미를 더해주니 1부도 챙겨보면 좋을 것 같아요, 큰 스크린으로 보니까 요괴가 나타날 때 살짝 무서웠는데 전체적으로 마냥 어둡지 않은 유쾌한 분위기라 부담 없이 볼 수 있었어요. 같이 보는 관객들도 웃으며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이번 2부가 흥행해서 좀 더 상세한 스토리를 추가해 드라마로도 제작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dong****)
그렇다, 감독 최동훈에게는 영화 ‘기생충’의 김기택(송강호 분)이 ‘큰 그림’ 아래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하는 아들 기우(최우식 분)에게 말하듯, 다 계획이 있고 빅픽처가 있었음이 2부를 통해 여실히 확인됐다. ‘dong****’님처럼 ‘외계+인’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 때 기자도 집요하게 물었다. 시리즈 이어갈 생각 없나요? 2부를 관객들께서 얼마큼 사랑해 주시면, 흥행 성적 몇만 명이면 후속 제작될 수 있을까요? 이렇게 탄탄한 세계관과 캐릭터들을 어떻게 이대로 보내요, 각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별전도 있고 이어지는 얘기도 이미 써 놓으셨죠?
“음, 2부 후반 작업 때 6부작 정도의 드라마로 만들자는 얘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다, 귀를 닫고 2부에만 몰두했지요. 제게는 지금 우선 이것(아마도 1부의 혹평)에서 잘 벗어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외계+인’의 또 다른 이야기요, 사실 서랍속에 여러 버전이 들어있지요. 그것을 꺼내 주시는 건 관객들의 힘이고요.”
최동훈 감독은 인터뷰 말미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은가를 묻자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름만이라도 기억해 준다면 정말 좋고, 저런 영화를 만드는 저런 감독이 있었구나”라는 말로 운을 뗐다. 다시 눈을 반짝이더니,
“철이 안 드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새로운 얘기 도전하고 싶어요, 빨리 만족하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반가웠다. 인터뷰 초반, 이 영화 후 저는 어른이 됩니다, 하고 말해서 적잖이 슬펐다. ‘소년 최동훈’이 대한민국 영화사에, 우리 관객들에게 주는 기쁨이 얼마인데 그 소년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최동훈을 ‘철들지 않는 감독’으로 남게 하는 건 힘없는 기자의 칭찬이 아니라 하늘 같은 관객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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