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걸어도 다리 피로? 자칫 다리 절단할 수 있습니다
말초혈관 질환 바로 알기
다리 쪽 혈관 막히는 질환 많아
심뇌혈관도 동맥경화 진행 가능성
금연·운동 등 생활 습관 교정 필수
혈관 건강을 얘기할 때 사람들은 보통 심뇌혈관을 먼저 떠올린다. 심뇌혈관 질환은 여전히 국내에서 암의 뒤를 잇는 주요 사망 원인이다. 심장과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이들 부위는 제 기능을 잃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합병증을 야기하고 결국 생명까지 앗아간다. 말초혈관이라고 해서 심각성은 다르지 않다. 말초혈관 질환자의 경우 악화하면 3명 중 1명이 5년 후 다리 절단 위험이 있고, 5년간 사망률이 20%를 넘는다는 데이터도 있다. 말초혈관 질환이라는 불씨가 일으키는 불길은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말초혈관은 말 그대로 몸의 말단에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을 말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과 뇌혈관, 대동맥을 제외한 모든 혈관이 해당한다. 말초혈관 질환은 이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병이다. 통상적으로는 말초 동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일컫는다. 동맥경화로 말초혈관 벽이 두꺼워져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에 제한이 생긴 상태다. 심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이 망가지듯 말초 동맥이 막히면 해당 부위에 이상이 생긴다.
심뇌혈관 질환 위험 가늠하는 바로미터
가장 흔한 것은 하지 동맥이다. 말초혈관의 80% 이상이 골반·허벅지·종아리 등에 분포될 만큼 하지에 쏠려 있어서다.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변재호 교수는 “말초혈관 질환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다리 쪽 혈관에 동맥경화로 협착이 생기거나 막히는 하지 동맥 질환”이라며 “상지 쪽에 생기는 문제도 있지만 유병률 자체는 아무래도 다리 쪽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증상은 있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에 피로감과 함께 통증이 생겼다가 조금 쉬면 괜찮아지는 간헐적 파행증이다. 근육을 움직이면서 늘어나는 산소 요구량을 혈액이 채워주지 못했다가 산소 요구량이 줄면 다시 회복되는 이치다. 처음엔 이런 증상에 그치지만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서 염증이 지속하고 상처도 잘 낫지 않다가 심해지면 혈관이 막혀 궤양과 함께 괴사가 일어난다. 결국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고려대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전흥만 교수는 “파행증으로 시작한 증상은 조그만 상처도 잘 낫지 않고 나중엔 절단을 시작하게 된다”며 “문제는 절단된 상처가 제대로 안 낫기 때문에 절단이 한 번에 안 끝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말초혈관 질환의 무서운 점은 또 있다. 일반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빙산의 크기만 봐도 빙산 전체 크기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빙하 특성상 10%만 물 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전체를 대변한단 얘기다. 말초혈관 질환이 바로 수면 위 빙산과 같은 존재다. 심뇌혈관에도 그만큼 동맥경화가 진행됐다는 것을 내포한다. 전흥만 교수는 “동맥경화는 한 부분에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혈관에서 같이 진행된다”며 “말초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엔 혈관 전반에 동맥경화가 굉장히 많이 진행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즉 심뇌혈관 질환을 예견하는 징조인 셈이다. 말초혈관 질환을 심뇌혈관 질환의 바로미터라고 하는 이유다. 실제로 말초혈관 질환자의 사망 원인도 이 질환 자체가 아닌 심뇌혈관 질환이다. 변재호 교수는 “말초혈관 질환자가 악화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결국 뇌졸중,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당뇨병·흡연·기저질환자 특히 주의해야
말초혈관 질환은 풍선확장술, 스텐트삽입술 등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치료법(혈관재개통술)이 있지만 사전에 예방하거나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먼저 선별검사로 진행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각 팔다리의 혈압 차로 동맥경화도를 가늠할 수 있는 ABI(Ankle-Brachial Index, 발목상완지수) 검사가 일반적이다. 무증상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40대 이상이라면 선별검사를 한번 받아 보는 것도 좋다. 상지 중 높은 혈압을 기준으로 하지(발목) 혈압의 비율이 1.1이면 정상이다. 이 수치가 0.9 이하면 의미 있는 지표, 0.7 이하면 병적인 상태로 본다. 주의·위험 단계라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와 흡연자, 고지혈증 환자가 고위험군에 속한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거나 당뇨 합병증이 진행된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말초혈관 질환으로 진단되면 동맥경화 진행을 억제하는 관리가 진행된다. 환자의 위험도에 따라 스타틴 같은 고지혈증 약재, 혈전을 예방하는 항혈전제, 증상을 개선해 주는 혈관확장제 등이 처방된다. 처방받은 약은 계속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금연, 체중 감량, 운동 등 생활 습관 교정도 필수다. 파행증이 있는 환자라도 운동은 필요한 부분이다. 전 교수는 “운동을 해야 근육 안에 있는 부혈관이 자라나 장기적으로 좋아진다”며 “단, 무리하면 근육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안 아픈 만큼 운동한 다음에 쉬고 다시 운동하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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