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폴리티처' 등장…"힘 모을때" vs "정치 중립 우려"

최민지 2024. 1.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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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영입한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이 영입 예정인 백승아 초등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오른쪽). 연합뉴스, 교사노조

여야가 4월 총선을 앞두고 교사 출신 인재를 경쟁적으로 영입하면서 이른바 ‘폴리티처’가 12년 만에 정치권에 재등장했다. 폴리티처는 정치(Politics)와 교사(Teacher)의 합성어로 정치인 교사를 뜻한다. 교육계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해 교사의 여의도 진출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교육 현장의 정치적 중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직 교원의 여의도 진출, 역대 두 번째


국민의힘은 지난 8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후 영입한 첫 인물로 26년차 평교사 출신의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을 소개했다. 정 전 회장은 교총 회장 부임 전인 2022년까지 부산 해강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국민의힘이 평교사를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백승아 초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교사노조에 따르면 백 수석부위원장은 강원 봉대초 교사로 근무했으며 강원교사노조 위원장·교사노조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현직 교사가 정치권으로 직행한 사례는 19대 국회(2012~2016년) 때 정진후 전 정의당 원내대표 이후 전무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의 정 전 원내대표는 정의당(당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다. 21대 국회의 강민정·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교사 출신이지만, 이들은 모두 당에 들어올 당시 퇴직한 지 수년이 지난 상태였다. 강 의원은 교육 시민단체 대표를 역임한 경력을 내세워 열린민주당경선에 참여했고 도 의원은 ‘접시꽃 당신’ 등을 쓴 시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여야가 총선 앞두고 교사를 영입한 이유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지난해 9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사들의 추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
여야가 교사 출신을 발탁한 것은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불거진 교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 전 회장은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수십 만명의 교사들이 국회 앞에서 교권 회복을 외쳤지만, 아직 아동학대법 개정 등 남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앞으로 교원단체 회장으로서 50만 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사노조 측도 백 부위원장에 대해 “공교육 정상화와 교권 회복,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사람”이라며 “특히 가장 최근까지도 현장에 있던 젊은 교사인 만큼, 교육 현장에 밀착한 정책과 문제 해결 방안을 만들어낼 인물”이라고 했다.


교수는 휴직 되지만 교사는 사표 내야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을 90일 앞둔 11일 서울시선관위에 총선 D-90일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정치권에 교사 진출이 뜸했던 이유 중 하나는 법적 제한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등에 따르면 초·중·고 교원은 선거 90일 전까지 직을 내려놔야 한다. 정당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퇴직이 9년 남은 정 전 회장 역시 출마를 위해 지난 5일 의원면직을 신청했다. 백 수석부위원장도 최근 강원도교육청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반면 대학교수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직 수행을 이유로 휴직할 수 있다. 매번 선거철마다 이른바 ‘폴리페서(정치인 교수)’가 등장했던 것과 달리 ‘폴리티처’는 거의 없었던 이유다. 전수민 변호사는 “초·중·고교 교사는 정치적 가치관이 자리 잡지 않은 미성년자를 가르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실제 판례에서도 같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사례더라도 대학교수보다 초·중·고 교사를 엄히 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사 표현에 민감한 교단의 분위기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교사의 정당 가입이나 후원이 불가능한 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최근에는 수업 중 윤석열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비판한 고교 교사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서이초 사건 전만 해도 교사들은 교원단체 가입조차 쉬쉬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떤 노조에 가입했느냐에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사도 국회서 힘 모을 때”…정치적 중립 훼손 우려도


지난해 9월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추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교사들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교사의 정치권 진출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 회복 노력이 이어졌지만 정작 해결된 건 하나도 없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난동 부리는 학생과 항의하는 학부모에 허덕인다”며 “이제 교사들도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관련 법 개정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현장의 정치적 중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전직 교육부 관료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교원 단체가 정치 조직처럼 보여질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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