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폴리티처' 등장…"힘 모을때" vs "정치 중립 우려"
여야가 4월 총선을 앞두고 교사 출신 인재를 경쟁적으로 영입하면서 이른바 ‘폴리티처’가 12년 만에 정치권에 재등장했다. 폴리티처는 정치(Politics)와 교사(Teacher)의 합성어로 정치인 교사를 뜻한다. 교육계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해 교사의 여의도 진출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교육 현장의 정치적 중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직 교원의 여의도 진출, 역대 두 번째
국민의힘은 지난 8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후 영입한 첫 인물로 26년차 평교사 출신의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을 소개했다. 정 전 회장은 교총 회장 부임 전인 2022년까지 부산 해강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국민의힘이 평교사를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백승아 초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교사노조에 따르면 백 수석부위원장은 강원 봉대초 교사로 근무했으며 강원교사노조 위원장·교사노조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현직 교사가 정치권으로 직행한 사례는 19대 국회(2012~2016년) 때 정진후 전 정의당 원내대표 이후 전무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의 정 전 원내대표는 정의당(당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다. 21대 국회의 강민정·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교사 출신이지만, 이들은 모두 당에 들어올 당시 퇴직한 지 수년이 지난 상태였다. 강 의원은 교육 시민단체 대표를 역임한 경력을 내세워 열린민주당경선에 참여했고 도 의원은 ‘접시꽃 당신’ 등을 쓴 시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여야가 총선 앞두고 교사를 영입한 이유
교사노조 측도 백 부위원장에 대해 “공교육 정상화와 교권 회복,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사람”이라며 “특히 가장 최근까지도 현장에 있던 젊은 교사인 만큼, 교육 현장에 밀착한 정책과 문제 해결 방안을 만들어낼 인물”이라고 했다.
교수는 휴직 되지만 교사는 사표 내야
반면 대학교수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직 수행을 이유로 휴직할 수 있다. 매번 선거철마다 이른바 ‘폴리페서(정치인 교수)’가 등장했던 것과 달리 ‘폴리티처’는 거의 없었던 이유다. 전수민 변호사는 “초·중·고교 교사는 정치적 가치관이 자리 잡지 않은 미성년자를 가르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실제 판례에서도 같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사례더라도 대학교수보다 초·중·고 교사를 엄히 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사 표현에 민감한 교단의 분위기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교사의 정당 가입이나 후원이 불가능한 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최근에는 수업 중 윤석열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비판한 고교 교사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서이초 사건 전만 해도 교사들은 교원단체 가입조차 쉬쉬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떤 노조에 가입했느냐에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사도 국회서 힘 모을 때”…정치적 중립 훼손 우려도
반면 교육현장의 정치적 중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전직 교육부 관료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교원 단체가 정치 조직처럼 보여질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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