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난임치료 국가 지원… "유효성 증명 안됐다"vs"양한방 시너지 내야"
의료계 "객관적 효과 입증 선행된 후 국가 지원이 바람직"
한의계 "임신율 단순 비교 어려워, 양한방 시너지 추구해야"
한방 난임 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이 현실화하며 의료계에서 객관적 효과 입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지적에 한의계는 십수년의 데이터 축적으로 효과가 입증됐다며 의학·한의학 협진으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직선제 산의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객관적 효과 입증이 선행된 후 국가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필수의료에 대한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국민건강의 안전과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유효성도 입증되지 않은 한방 난임 치료의 국가적 지원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의약 난임 치료 시술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한방 난임 치료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전무해 법률적 근거가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게 개정 이유다. 산부인과의 난임시술은 2017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한방 난임 치료의 객관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직선제 산의회의 입장이다. 직선제 산의회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후에 국가에서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직선제 산의회에 따르면 한방 난임 치료의 임신율(12.5%)은 외국 연구의 산부인과 3회 체외수정 시술 시 누적 임신율(54.2%)보다 낮았고, 국내 연구의 산부인과 체외수정 임신율(35.4~50.5%)보다 낮다.
낮은 경제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방 난임 치료의 경우 지자체와 지자체 한의사회, 건강보험 등의 각 지출액 등을 고려하면 임신에 성공할 때까지 비용이 1785만원에 달한다는 것이 직선제 산의회의 추산이다. 제반 비용을 포함한 인공수정 504만원보다 3.5배, 체외수정 1010만원보다 1.8배 가까이 비싸다는 주장이다.
직선제 산의회는 국내 한의학 연구팀의 한의약 난임 치료 연구 결과가 해외 학자로부터 논문 심사 거부를 당한 일도 언급했다. 보건복지부한의약산업과는 2015년 6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4년 동안 한방 난임 치료 효과 규명을 위한 임상연구에 6억2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한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이 논문을 SCI급 저널에 투고했지만, 잭 윌킨슨 영국 맨체스터대 보건과학센터 연구원이 심사를 거부했다. 그는 당시 "비과학적이고, 여성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한방을 통한 난임 치료는 몇몇 연구에선 치료하지 않는 자연 상태보다 오히려 더 임신율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며 "연구를 통해 객관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지원을 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개정안 본회의 통과 직후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최상의 한의약 난임 치료 제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임산부의 건강을 돌보며 비용 대비 높은 임신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의약 난임 치료사업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방 난임 치료는 남녀 모두 임신에 유리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생식기능을 강화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호르몬 분비기능을 정상화하는 조경작용과 난자의 질을 향상시키는 활혈작용, 혈액순환 개선 등을 통해 난임의 원인을 치료한다. 어혈 치료를 통해 생리불순을 해결하고, 기혈 순환을 도와 여성의 난소와 자궁 기능이 좋아지게 해 임신 가능한 몸 상태를 만들어 주는 형식이다.
한의학계는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효과는 입증됐다며 협진을 통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영춘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2011년 지자체 조례들을 통해 지원이 시작된 지 14년째이다. 효과를 입증하는 10년 이상의 데이터와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한방 치료를 찾는 난임 부부의 대부분은 양방 치료를 여러 차례 받았음에도 실패한 경우다. 임신이 특히 더 어려운 경우라 임신율 단순 비교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는 한의계와 다툴 것이 아니라 한방으로 임신에 유리한 몸 상태를 만들고 의학의 보조생식술을 활용하는 등 시너지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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