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美노동시장은 아직 뜨거운가

뉴욕=조슬기나 2024. 1.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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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용주 중심의 노동시장이 됐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노동시장에 대해 이러한 평가를 내놨다.

신규 일자리 증가폭을 비롯한 미국의 고용지표가 여전히 예상을 웃도는 탄탄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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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다시 고용주 중심의 노동시장이 됐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노동시장에 대해 이러한 평가를 내놨다. 신규 일자리 증가폭을 비롯한 미국의 고용지표가 여전히 예상을 웃도는 탄탄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표상으로 미국의 노동시장은 그간 누적된 통화긴축의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인난을 호소하는 기업들,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임금 인상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실업률 역시 이맘때면 껑충 치솟을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역사적으로 낮은 3.7%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의 경우 연말연시 여파까지 겹치며 오히려 전주 대비 줄어들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졌던 2년 전, 1년 전과 비교하면 현장에서의 고용주도권은 이미 기업 측으로 돌아간 상태라고 이 관계자는 진단했다. 그는 “노동시장 구도에 변화가 느껴진다. 일례로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조건에도 오히려 구직자들의 이력서가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기업으로선 인력 채용이 더 쉬워진 셈”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빅테크 관계자도 "업계에서 몇 년째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면서 한창 규모를 키울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한때 노동시장에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등 구인난을 시사하던 각종 신조어가 난무하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조용한 해고(quiet cutting)’라는 단어가 떠오른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들의 감원 찬바람은 해가 바뀌고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 알파벳, 아마존 등은 연초부터 감원에 나선 대표적 기업이다. 지난주 프라임비디오 등에 대한 감원 계획을 발표한 아마존의 경우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감원 규모만 무려 2만7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IT업계의 감원 현황 등을 추적하는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올 들어서도 지난 11일까지 27개 기업에서 4541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지난해에는 1186개사에서 26만2682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가운데 신규 채용이라고 활발할 리가 없다. 경제매체 CNBC는 “해고, 침체 우려와 관련한 뉴스가 매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많은 기업이 신규 채용도 축소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실제 미국의 노동시장은 생각만큼 뜨겁지 않다는 분석도 조금씩 힘을 얻는 모습이다. 최근 마켓워치는 이처럼 지표와 현장 간 괴리가 나타나는 배경에 주목하며 ‘만성적 과대평가’라는 진단을 내놨다. 작년 6월 노동부가 20만9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최종치를 10만5000개로 수정한 것이 이 매체가 꼽은 ‘극단적인 예’다. 여기에는 낮은 초기 설문조사 응답률 등으로 인한 한계점이 명확하게 확인됐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초기 지표 산정에 활용되는 예비 설문조사 응답률은 50% 안팎에 그쳤지만, 이후 최종적으로 수정 반영되는 응답률은 90% 이상이었다.

각종 지표의 산정방식 상 일부 시차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무디스를 비롯한 다수 경제학자가 고용보고서를 비롯한 경제지표를 분석할 때 초기 지표를 조심해서 살펴야 한다고 경계해 온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Fed는 올해 본격적인 통화정책 전환을 앞두고 있다. 과도 긴축이냐, 과소 긴축이냐. 더 커진 불확실성 속에서 정책 실수를 결코 원치 않는 Fed로선, 지표와 현장 체감 간 괴리를 결코 무시할 수 없을 터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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