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도 없이 개식용금지법 제정…위헌소송내면 헌재 판단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식용금지특별법 제정안’이 통과됐다.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 사육·증식·도살을 금지하고, 개고기를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까지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직접 처벌하진 않지만,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개고기 또는 가공식품을 유통‧판매한 경우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최대 징역형 처벌 규정도 뒀다. 그러나 일각에선 ‘과도한 금지로 위헌소원을 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① 육견협회, 유통업자·식당주인 입장에선
법조계에선 대한육견협회 등 개고기 관련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해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식용개 사육·도살·판매를 일거에 금지하고 징역형으로 처벌키로 한데 대해선 ‘과잉금지원칙’ 위배도 주장해볼 수 있다. ▶목적을 위한 수단은 적합했는지 ▶침해를 최소로 했는지 ▶법익의 균형이 맞는지를 놓고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수 헌법사건을 대리한 한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는 개 식용 종식에 찬성하지만, 목적이 정당하다손 치더라도 갑자기 ‘식용 개 키우면 실형’까지 가능하게 하는 게 가장 적합한 수단인지, 과도한 기본권 침해는 아닌지 물음표가 남는다”며 “특별법까지 만드는 게 법익 균형에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는 “자연 소멸하고 있는 사업을 때려잡겠다고 굳이 개인의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는 특별법을 만드는 게 실익이 큰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헌재로 가져가더라도, ‘입법부에서 결정한 사안을 뒤집을 정도의 중대한 기본권 침해인지’를 따져보면 아닐 거라는 반론도 많다. 한 변호사는 “입법권자의 입법 목적이라는 차원에서 정당성을 상당히 폭넓게 볼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국회가 개식용 찬성‧반대 의견 중 한쪽을 선택하기로 의견을 수렴했으면, 헌재가 어느 정도는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B 변호사는 “기본권 침해가 인정될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 정도는 입법부에서 법을 고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의회에서 낸 결론을 헌재가 굳이 뒤엎어야 할 만큼 중대한 결함이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 고법판사는 “개식용 사업자에 대한 폐업지원규정, 계도기간 등으로 충분히 완충수단을 둔 데다, 성업하던 사업도 아니고 점점 소멸하고 있던 사업”이라며 “위헌 판단을 받기엔 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② 개고기 먹는 개인은 어떻게 되나
개고기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먹으면 나도 처벌받는 건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번 특별법은 먹는 사람을 직접 처벌하진 않는다. 다만 개고기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어 팔고, 거슬러 올라가 그 개를 키우고 도살한 사람을 처벌한다.
만약 먹는 사람을 직접 처벌하는 법이었다면 개인의 행복추구권 및 과잉금지원칙 위배를 주장해볼 수 있지만, 이 법과 직접 관련 있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개고기를 먹는 사람인데,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위헌소원을 내더라도 요건이 맞지 않는다고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 개고기를 먹지 못해 행복추구권이 침해됐을 수는 있지만, 이는 법률의 반사적 효과일 뿐 직접 법을 적용받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19년 동물권 단체 등 1017명도 “국가가 식용 개 산업을 관리·감독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로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당사자가 아니라고 각하된 적이 있다.
③ 여야 속전속결로 통과, 절차상 문제는
‘식용 개 반대’는 그간 동물권 단체 및 진보진영에서 주로 주장해오던 사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부처에 ‘개 식용 금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뒤 여당도 가세해, 여야가 의견 합치를 보면서 결국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속도전 과정에서 토론회·공청회, 대국민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절차는 생략됐다. 국회법상 새로 만드는 법률안은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열어야 하지만 위원회가 의결할 경우 생략할 수 있다. 개식용금지법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에 찬성하는 동물권 단체와 반대하는 육견협회 등 사업자 사이 갈등이 극렬해 공청회를 열기 어렵다고 판단해 생략했다. 비용추계서도 내야 하지만 이 법은 ‘선언적·권고적 법률로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렵다’며 미첨부사유서만 내고 통과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절차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위헌이 나올 정도로 하자가 크진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의견수렴 없이 갑자기 던져진 것처럼 느껴지는 면이 좀 아쉽지만, 따져보면 절차적 결함이라고 볼 만큼의 과실은 아닌 듯하다”고 봤고,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검수완박도 합헌인데 이 정도 과실로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청회도, 비용 추계도 생략한 초스피드 입법 과정에 대해 국회 실무진들 사이에선 ‘절차를 생략하면서까지 굳이 이렇게 서두를 법인가’하는 회의론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고기를 먹는 인구도 적고, 사업자는 더 적은데 굳이 서둘러 특별법까지 만들 일인가 하는 의문이다. 최재형 의원도 같은 이유로 기권표를 던졌다고 한다. 한 비서관은 “이렇게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쌓여있는 중요 법안들도 많은 데 다급한 민생법안도 아니고, 굳이 이렇게 서두를 일인가 싶다”고 했다. 빠른 통과를 촉구하는 외부의 압력도 상당했다고 한다. 또 다른 보좌진도 “법사위·농해수위 소속 의원실에 좌표를 찍은 듯한 감정적인 폭언 민원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한동안 업무가 안 될 정도였다”며 “여야의 정치적 이익이 맞아떨어지면서 통과된 뗏법이 아닌가 회의가 든다”고 털어놨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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