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독립'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 양안 관계 격랑

윤현 2024. 1. 1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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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민진당 3연속 집권... 중국, 대만에 압박 강화할 듯

[윤현 기자]

 라이칭더 대만 민징당 후보의 총통 선거 승리를 보도하는 AP통신
ⓒ AP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 개표 결과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558만 6천 표로 득표율 40.05%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는 467만 1천 표에 득표율 33.49%로 패했고, 중도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369만 표를 얻어 득표율 26.46%를 기록했다. 

민진당은 3연속 집권에 성공했으며, 라이칭더 당선인은 오는 5월 20일 대만 제16대 총통으로 취임한다.

'강경 독립파' 라이칭더 "새해 첫 민주진영 승리"

이번 선거도 언제나 그랬듯 민진당을 지지하는 미국과 국민당을 선호하는 중국의 '대리전'으로 펼쳐졌다.

라이칭더는 승리를 확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새해 지구촌 첫 대선에서 대만이 민주진영의 첫 번째 승리를 이뤘다"라며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 동맹국들과 계속 동행할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대만 국민은 행동을 통해 우리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 세력에 성공적으로 저항했다"라며 "우리는 대만 국민만이 자신의 대통령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새로운 장을 쓴 대만 국민에게 감사하다"라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전 세계에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친중 성향의 허우유이는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라며 "국민당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59년생인 라이칭더는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하면서 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그는 대만대 의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학 석사를 거쳐 의사로 일한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1994년 정계에 입문해 입법위원(국회의원) 4선과 타이난 시장을 지냈고, 2017년 차이잉원 정부의 두 번째 행정원장(총리)으로 임명됐다. 

2019년 민진당 내 총통 후보 경선에서 차이잉원과 대결했다가 패배한 후 그의 러닝메이트가 되었고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부총통이 됐다. 

'미중 갈등' 최전선 대만... 또 미국 택했다 

라이칭더는 대만 독립 노선을 따르는 민진당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라이칭더를 "트러블 메이커"라고 부르면서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사실상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라이칭더가 정권을 잡게 되면서 중국과의 갈등도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는 대만인에게 강력한 중무장 독재국 중국과의 긴장 고조에 맞설 적합한 후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선택이었다"라며 "라이칭더가 전반적으로 앞서기는 했지만, 막판에는 너무 접전이 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8년 전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이후 중국은 정기적으로 전투기와 군함을 보내 대만에 무력을 과시해 왔다"라며 "라이칭더가 승리하면서 중국의 위협이 더 거칠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수출입에 크게 의존하는 대만의 글로벌 공급망을 끊거나 수출 제재 등 경제적 압박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여 취임도 하기 전에 라이칭더의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대만 유권자 대다수가 급진적인 독립보다는 현상 유지를 원하고, 미국도 중국과의 충돌을 내켜하지 않으면서 라이칭더도 당장 독립을 추진하거나 큰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중국의 계속되는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할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양안(중국-대만)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대립보다는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차이잉원과 라이칭더 둘 다 중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중국은 그들을 '분리주의자'로 규정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 "대만은 중국의 것"... 바이든 "대만 독립 지지 안 해" 

중국은 예상대로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이번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민진당이 차이잉원 총통이 승리했던 지난 선거 때보다 득표율이 줄었다는 점을 들어 라이칭더의 당선을 깎아내린 것이다. 

또한 "이번 선거는 양안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으며, 양안의 동포가 가깝고 친밀해지려는 공동의 바람도 변함없을 것"이라면서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며 결국은 통일될 것이라는 점을 더욱 막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라이칭더의 승리를 축하한다"라며 "대만 국민들이 다시 한번 민주주의 및 선거 제도의 강건함을 확인한 것도 축하한다"라고 환영했다.

이어 "미국은 양안 관계의 평화와 안정 및 이견에 대한 평화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강압과 압박으로부터의 자유를 약속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미국과 대만 관계는 경제와 문화, 인적 교류 등 여러 방면에 걸쳐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라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 및 대만관계법에 기반해 오랫동안 이어온 비공식 관계를 심화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양안 관계에서 일관적으로 강조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한 논평을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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