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기근 속 높아진 '베테랑 안방마님' 가치…내부 육성 대신 외부 영입 활발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젊은 포수들의 더딘 성장 여파로 베테랑 안방마님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10개 구단의 2024 시즌을 대비한 포수진 구성이 완료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KBO리그 '포수난'을 확인할 수 있었다.
SSG 랜더스는 지난 12일 FA(자유계약선수) 포수 이지영을 계약기간 2년, 총액 4억 원(연봉 3억 5000만 원, 옵션 5000만 원)에 영입했다. 이지영은 전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와 먼저 계약을 체결한 뒤 사인 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SSG는 이지영을 얻기 위해 키움에 이적료 2억 5000만 원과 2025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줬다. 지난해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내부 FA 김민식과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상황에서 과감한 베팅으로 베테랑 포수를 얻었다.
이지영은 2023 시즌 키움에서 81경기 타율 0.249(217타수 54안타) 8타점, OPS 0.586으로 빼어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22 시즌 137경기 타율 0.267(420타수 112안타) 2홈런 37타점 OPS 0.634와 비교하면 공격력이 크게 하락했다.
이지영은 1986년생으로 2024년 만 38세가 되는 점을 고려하면 FA 시장에서 후한 평가를 받기는 어려웠다. FA B등급으로 타 구단 이적 시 2023 시즌 연봉의 100%(5억 원)와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 선수 1인 혹은 2023 시즌 연봉의 200%(10억 원)의 보상금이 발생하는 것도 이지영에게는 불리했다.
키움과 SSG는 여기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키움은 보상금보다 적은 이적료를 받게 됐지만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얻었다. 이지영의 공백은 2004년생 2년차 김동헌이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김동헌은 지난해 데뷔 시즌부터 102경기 타율 0.242(211타수 51안타) 2홈런 17타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특례를 받아 커리어 공백 없이 1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상황이다.
SSG도 출혈을 최소화하고 1군에서 검증된 베테랑 포수를 품었다. 이지영의 적지 않은 나이와 2023 시즌 공격 지표 하락은 불안요소지만 '포수' 포지션의 특수성이 감안됐다.
SSG는 2023 시즌 김민식과 조형우 2인 포수 체제로 안방을 운영했다. 2002년생인 조형우는 좋은 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은 백업 이상의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SSG는 이 때문에 공수 양면에서 아직 1군 주전포수로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지영을 데려왔다. 조형우의 2024 시즌 급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향후 2년 동안은 이지영의 힘을 빌려 포수진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됐다.
SSG에 방출을 요청하고 팀을 떠났던 이재원도 빠르게 새 둥지를 찾았다.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가 필요했던 한화 이글스가 손을 내밀었다.
한화는 최재훈이라는 주전 포수가 있지만 백업 포수의 뎁스가 얇은 편이었다. 이재원이 최근 몇 년간 커리어가 하락세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풍부한 경험이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믿고 과감하게 영입했다.
이재원은 2023 시즌 1군 27경기 타율 0.091(4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1군 통산 1426경기, 타율 0.278, 1087안타, 108홈런, 612타점을 기록한 경험은 분명 누구나 쉽게 쌓을 수 있는 커리어가 아니었고 한화는 이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2024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의 주전 포수를 맡을 것이 유력한 선수 중 순수하게 내부 육성으로 안방에 자리잡은 케이스는 키움 김동헌과 NC 다이노스 김형준 정도다. 핵심 포지션이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1군 주전포수로 키우는 게 어렵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해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망주 포수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은 팀은 지난해 키움 정도다. 대부분 즉시전력감을 얻기 위해 외부 영입에 나섰다.
지난해 우승의 한을 푼 LG 트윈스는 2023 시즌을 앞두고 박동원을 외부 FA로 데려왔다. 유강남이 롯데로 FA 이적한 공백을 외부 영입으로 해결했다.
LG는 2022 시즌 전 백업 포수 김재성이 박해민의 FA 보상 선수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발생한 전력출혈도 외부 수혈로 메웠다. 1984년생 베테랑 허도환을 FA로 영입했다. '윈 나우'를 추구하던 당시 LG 상황상 팀 내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줄 여유가 없었다. 확실하게 시즌을 꾸릴 수 있는 검증된 포수가 필요했고 허도환과 계약으로 이어졌다.
2020년대 강팀으로 거듭난 KT 위즈도 2015 시즌 중 트레이드가 도약의 발판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에 특급 우완 유망주였던 박세웅을 보내고 장성우를 트레이드로 영입, 주전 포수 문제를 해결했다.
SSG는 이재원이 2014 시즌부터 2019 시즌까지 주전 포수로 제 몫을 해줬지만 2020 시즌부터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2022 시즌 중 김민식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중용했지만 지난 시즌 종료 후 FA 협상에 난항을 겪자 이지영을 데려왔다.
두산 베어스는 KBO 역대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뚜렷한 '포스트 양의지'가 보이지 않는 게 고민이다. 두산 역시 양의지가 2018 시즌을 끝으로 FA로 팀을 떠난 뒤 박세혁이 그 뒤를 이어 주전 포수 자리를 맡겼지만 2019 시즌을 제외하면 양의지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두산은 결국 2023 시즌을 앞두고 커리어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양의지를 6년 총액 152억 원에 귀환시켰다.
KIA 타이거즈는 최근 10년간 주전 포수가 가장 많이 바뀐 팀이다. 2017 시즌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민식 효과를 누리며 통합우승에 성공했지만 이후 누구도 확실하게 안방을 차지하지 못했다. 2022 시즌 박동원 영입으로 포수 문제가 해결되나 싶었지만 박동원이 LG로 FA 이적하면서 다시 포수 문제와 직면했다.
KIA는 2023 시즌 전 키움에서 포수 유망주 주효상을 트레이드로 데려왔지만 주효상이 부진에 빠지자 주전 3루수 류지혁을 삼성 라이온즈로 보내고 김태군을 영입했다. 김태군이 2024 시즌을 앞두고 KIA와 3년 총액 25억 원에 비(非) FA 다년 계약을 맺으면서 KIA는 당분간 주전 포수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7 시즌 종료 후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가 삼성으로 FA 이적한 뒤 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주전 포수를 잃게 되면 팀이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 그 어떤 팀보다 뼈저리게 느꼈다.
롯데의 포수 문제 해결도 지갑을 열어 해결됐다. 2023 시즌을 앞두고 FA 최대어였던 유강남에게 4년 총액 80억 원을 베팅, 길고 길었던 주전 포수 찾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는 군문제를 마치고 돌아온 특급 유망주 손성빈과 리그 최정상급 백업 포수 정보근이 있기는 하지만 '주전'으로 어떤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롯데가 유강남에게 큰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삼성도 팀 레전드 진갑용의 은퇴 이후 포수가 큰 약점 중 하나였다. 이지영이 2013 시즌부터 순조롭게 경험을 쌓으면서 주전으로 자리 잡나 싶었지만 2017 시즌 부진에 빠지면서 결국 외부 영입으로 눈을 돌렸다. 강민호에게 4년 총액 80억을 투자했고 2018년부터 삼성의 포수 포지션은 강점으로 뒤바뀌었다.
한화 역시 2017 시즌 중 두산에서 최재훈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포수 문제를 해결했다. 최재훈은 두산 시절 양의지라는 거물에 밀려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려웠을뿐 다른 팀에서 모두가 탐내는 포수였다. 한화에서 곧바로 주전을 꿰차고 FA 대박까지 터뜨렸다.
NC는 양의지가 지난해 팀을 떠난 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박세혁을 FA로 영입했다. 박세혁의 2022 시즌 성적이 128경기 타율 0.248(351타수 87안타) 3홈런 41타점 OPS 0.636으로 빼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리그 전체에 박세혁 정도의 경험과 기량을 갖춘 포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NC는 다만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유망주 김형준이 2023 시즌 후반기부터 급성장 하면서 포수진 뎁스가 강해졌다. 상황에 따라 박세혁과 김형준을 번갈아 기용할 수 있어 2024 시즌 안방 운영이 다른 팀들보다 여유가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SSG 랜더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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