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도구 광고를 AI에 맡기다니”… 열받은 창작자들

전성필 2024. 1.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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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정보기술(IT) 하드웨어 기업의 광고 하나가 창작자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했다.

창작자들이 디지털 이미지 작업을 할 때 쓰는 태블릿 전자펜 등의 기기를 판매하는 일본 기업 와콤이 자사 광고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든 이미지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이런 와콤이 정작 자사 광고에선 생성형 AI가 그린 이미지를 활용하는 아이러니를 스스로 연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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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렛과 전자펜 등 이미지 제작 디지털 기기 업체 와콤이 새해를 기념해 X(구 트위터)에 게재한 광고게시물. 그려진 용 이미지가 생성형 인공지능(AI)가 만든 이미지라는 의혹이 나오면서 전 세계 창작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X 화면 캡처


최근 한 정보기술(IT) 하드웨어 기업의 광고 하나가 창작자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했다. 창작자들이 디지털 이미지 작업을 할 때 쓰는 태블릿 전자펜 등의 기기를 판매하는 일본 기업 와콤이 자사 광고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든 이미지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인간 창작자’들이 사서 쓰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 기업이 정작 ‘AI 창작자’를 광고에 활용했다고 알려지면서 창작자들 반발이 컸다. 인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콘텐츠 창작 영역에서마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란 공포감이 현실이 됐다는 반응도 있었다.

14일 IT업계에 따르면 와콤은 지난 9일(현지시간) X(구 트위터) 계정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와콤은 “생성형 AI의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의도된 게 아니다”며 “제3자의 업체를 통해 광고용 이미지를 구매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와콤은 지난 2일 X에 새해를 축하하는 광고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에는 용 이미지와 함께 자사의 주력 제품 이미지가 실렸다. 와콤은 갑진년을 맞이한 동양권 이용자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 용 이미지를 활용했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용 이미지를 그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와콤은 한 사용자가 어도비 스톡에 올린 이미지를 활용해 광고용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이들 이미지가 모두 생성형 AI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창작자들은 ‘와콤의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창작자들 사이에선 와콤이 ‘창작자의 종말’을 선언했다는 좌절 섞인 반응까지 나왔다. 인간의 창작 영역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상태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불매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와콤은 글로벌 태블릿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불린다. 주력 상품은 창작자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작업할 때 쓰는 태블릿과 전자펜 등이다. 한때는 전 세계 태블릿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다. 손으로 직접 이미지를 그리는 창작자가 와콤의 주요 고객이다. 이 때문에 전자펜 등의 하드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AI 시대가 본격화하면 와콤의 사업 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이에 와콤은 생성형 AI가 확산하더라도 쓰기와 그리기 활동은 이어질 것이라며 창작자들의 조력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생성형 AI가 학습하지 못하도록 창작물의 정보를 분산화된 상태로 저장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와콤이 정작 자사 광고에선 생성형 AI가 그린 이미지를 활용하는 아이러니를 스스로 연출한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와콤은 황급히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지난 9일에는 사과문을 올렸다. 와콤은 “제3자 업체가 생성형 AI가 생성하지 않은 이미지라고 표기했다”면서 “몇 가지 온라인 도구를 활용해 AI가 만든 이미지가 아니라는 점을 조사했다. 다만 이 이미지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IT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또 하나의 사례로 나타났다고 본다. 지난해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은 생성형 AI가 작업을 대체하자 일자리 위협을 느끼고 6개월간의 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 고용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일자리 27%가 AI를 통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의 ‘2024년 이후 미래 전망 보고서’는 2027년까지 전통적인 일상적 마케팅 업무 중 30%를 생성 AI가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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