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의 DB, 논란의 소노…프로농구 전반기엔 무슨 일 있었나 [KBL]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전반기가 지난 11일 부산 KCC와 서울 SK 경기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해당 경기에서는 KCC가 90대 75로 승리하며 SK의 13연승을 저지했다.
올해 프로농구에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 시즌 전 예상을 뒤엎고 선두를 질주했던 원주 DB를 비롯해 서울 SK와 수원 KT의 약진도 돋보인다.
하위권에서 삼성은 3시즌 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당할 위기에 놓였다. 경기와는 별개로 잡음이 많았던 고양 소노는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 전반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평균 득점 90점…‘움직이는 산성’ 원주 DB
시즌 전만 하더라도 DB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킬 거라고 예상한 이는 극히 적었다. 비시즌에도 전력 보강에 있어 빅네임 보다는 서민수, 김영현 등 알짜 자원 위주로 영입했다. 감독 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김주성 감독 지도력에 대한 의문도 따랐다.
탁월한 전력 보강이 없었지만 DB는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전반기 최고의 팀으로 올라섰다. DB는 31경기에서 25승 6패(승률 80.6%)를 거둬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했다.
DB의 전반기 평균 득점은 무려 91.2점에 달한다. 이는 리그 1위 기록으로, 리그 평균(82.2점) 보다 9점이나 더 높다. 3라운드 종료 시점으로 DB가 평균 90점을 넘긴 건 2004~2005시즌 대구 오리온스 이후 약 19년 만의 일이다.
팀을 이끄는 원투 펀치 로슨과 이션 알바노 콤비는 올 시즌 최고 히트 상품이다. 로슨은 올 시즌 DB가 치른 31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22.29점(리그 4위) 10.23리바운드(리그 7위) 4.84어시스트(리그 4위)를 기록 중이다. 알바노 역시 평균 15.87점(리그 11위) 7어시스트(리그 1위) 등을 기록해 팀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도 제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트윈 타워 김종규(평균 12.3점 6.3리바운드), 강상재(평균 14.3점 6.03리바운드 4.13어시스트)는 지난 시즌에 비해 기량이 월등히 늘었다. 자신의 득점 외에도 찬스 메이킹에 눈을 뜨면서 팀원들의 기회를 적절히 살려주고 있다. 이외에도 최승욱, 김영현, 박인웅 등 다양한 스타일의 식스맨들은 팀의 뎁스를 살찌웠다. 가드 두경민이 시즌 중반 무릎 부상을 털고 복귀한 것 또한 큰 힘이 됐다.
후반기에 DB가 정규리그 최고 승률을 경신할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규리그 단일 시즌 역대 최고 승률은 2011~2012시즌 원주 동부(현 DB)와 2013년 서울 SK의 81.48%(44승 10패)가 최고 기록이다. 지금의 기세라면 DB의 기록 경신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행복 농구는 어디에…감동 파괴한 ‘고양 소노’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모기업의 파산으로 제명됐던 데이원 구단을 인수해 재창단한 고양 소노는 올 시즌 도마에 계속해 올라가고 있다. 시즌 초반 이정현의 활약으로 돌풍을 예고했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구단의 이미지가 계속 갉아먹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 감독은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전이 끝난 직후 라커룸으로 통하는 체육관 복도에서 김주성 DB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이흥섭 DB 사무국장에게 욕설을 섞어 거세게 항의했다.
김 감독은 경기 중 권순철 DB 단장이 3쿼터 중반 경기감독관 등이 착석한 본부석에 접근, 심판 판정에 대해 항의한 장면을 보고 화가 나서 이같이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KBL은 김 감독에게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이후 김 감독은 구단을 통해 “한 팀의 감독으로서, 가장 책임을 많이 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보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치나누 오누아쿠의 비신사적인 태도가 논란이 됐다. 오누아쿠는 지난달 28일 안양 정관장과 경기에서 점프하던 상대 선수 렌즈 아반도를 밀어 바닥에 떨어트렸다. 아반도는 오누아쿠의 거친 행위로 인해 허리뼈 두 곳이 부러지고 손목 인대 염좌, 뇌진탕 등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오누아쿠는 별다른 사과의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관계자를 통해 형식적인 사과를 전해 더욱 질타를 받았다. 당시 한국농구연맹(KBL)은 오누아쿠에게 300만원 벌금을 매겼는데, 선수 생명을 위협한 비신사적인 반칙에 출장 정지 혹은 더욱 강력한 제재가 없어 비난을 받았다.
이외에도 오누아쿠는 경기 중 팀의 경기력에 짜증을 내며 분위기를 망치는 모습이 몇 차례 목격됐다. 전력 구성에 불만을 표했다는 사실이 김 감독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시즌 드라마 같았던 스토리를 올 시즌에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표출했지만 감독과 선수가 연달아 문제를 빚는 데 이어 성적도 10승 20패로 9위에 그치면서 팬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솔로지옥3’ 효과…‘최고 스타’로 거듭난 이관희
현 KBL 최고 인기 선수를 꼽으라면 당연 허웅이다. 허웅은 지난해 11월27일부터 12월18일까지 진행된 올스타 팬 투표에서 총 33만9206표 중 16만6616표를 획득해 최다 득표자에 올랐다. 허웅은 3년 연속 최다 득표이자 개인 통산 다섯 번째 팬 투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는 이와 같은 판도가 뒤바뀔지도 모른다. 최근 프로농구 인기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이관희(창원 LG)가 그 주인공이다.
냉정하게 보면, 이관희가 농구 실력으로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올 시즌 이관희는 평균 9.6점 2.0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 시즌(평균 11.3점 2.7리바운드 1.9어시스트) 기록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치로, 출전 시간이 이전에 비해 줄면서 자연스레 평균 기록도 줄었다.
다만 이관희는 농구와는 별개로 최근 종영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솔로지옥3’ 최대 수혜자로 남았다. 초반 비호감을 사며 ‘관쪽이(관희+금쪽이의 줄임말)’라 불리던 이관희는 회차가 지날수록 진솔한 태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인기는 그의 SNS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솔로지옥3가 방영되기 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10만명을 넘기지 못했던 이관희는 12일 오후 6시 기준 60만 팔로워를 돌파했다. 솔로지옥3 최고의 캐릭터가 됐다.
자연스레 이관희를 보러 창원실내경기장을 찾아오는 팬들도 늘었다. KBL 발표에 따르면 3라운드 기준 창원 LG는 누적 홈경기 관중 6만472명을 동원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10개 구단 중 구단별 홈경기 관중 동원력 1위다.
평균 관중은 2002명에서 3493명으로 74% 증가했다. 평균 수입도 64% 증가했다. 두 지표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창원 LG 마케팅 효과에 더불어 이관희 인기 급증이 이뤄낸 효과다.
최근 창원실내체육관을 보면 이관희를 응원하는 팻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 도중 이관희가 슛을 던지면 환호성도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달 26일 정관장전이 끝난 후 ‘인기를 실감하냐’는 중계진 질문에 이관희는 “오늘도 마찬가지지만, 저번 경기가 (입장권이) 매진이었다. 그걸로 증명했다고 생각한다”며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답하기도 했다.
허훈·김선형 이탈…후반기엔 부상이 최대 변수
프로농구는 14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 이후 이틀을 더 쉬고 오는 17일 KCC-DB, 소노-정관장 경기로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후반기 최대 변수는 부상이다. 팀 내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SK는 팀의 야전 사령관 김선형이 발목 부상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김선형이 부상으로 결장한 전반기 마지막 경기 KCC전에서 SK는 75대 90으로 대패했다. 다행히 지난달 7일 이후 무릎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결장했던 허일영이 이날 올스타전에 참가해, 후반기에는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3위 KT도 팀의 핵심인 허훈이 왼쪽 종아리 근막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최소 4주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허훈은 지난 11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뒤 팀에 복귀해 15경기 출전 평균 14.9점 2,3리바운드 3.9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시즌 중반에는 코뼈 부상을 입어 마스크를 끼고 경기에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경기에 아예 나서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2위 SK(22승 9패)와 3위 KT(19승 11패) 등은 중위권 팀들의 추격을 받고 있는 터라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더욱 뼈아프다.
이외에도 서울 삼성의 주전 빅맨 이원석, 지난 6일 원주 DB와 홈경기에선 이원석이 코뼈골절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정현도 경미한 다리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부상과도 싸워야 할 전망이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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