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73개 누락" 변호사 경악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전말 [사건추적]
“검사, 위법하게 수사권 남용”
광주고법은 지난 4일 살인·존속살해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A씨(74)와 딸 B씨(40)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생각을 주입해 유도신문을 하는 등 위법하게 수사권을 남용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허위 자백 강요 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순천교도소에서 나온 A씨는 “마음이 무겁다. 무엇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의 처제는 “형부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충격적인 살인사건 내막이 근친상간·존속살해?
하지만 경찰은 범인을 찾지 못했다. 사건은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 넘어갔고, 검찰은 피해자 남편과 딸인 A씨 부녀를 긴급체포했다. 이어 사건 발생 50여일 뒤인 그해 8월 구속했다. 검찰은 A씨 부녀가 15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오다 이 사실을 아내이자 엄마에게 들키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사건 발생 나흘 전인 7월 2일 딸이 순천 시내 한 시장에서 막걸리를 사 왔다. 이후 사건 발생일인 6일 새벽 창고에 보관 중이던 청산가리(청산염)를 막걸리에 넣어 마당에 놓았다. 남편은 일 나가는 피해자에게 막걸리를 가져갈 것을 권유했고 피해자는 이를 들고 나가 일터에서 동료들과 나눠마셨다.
1심 무죄에 석방됐지만…1년 9개월만에 법정 구속
대법원 역시 2012년 3월 2심 선고대로 형을 확정했다. 이후 막걸리 공급 장부 사본이 위조된 것으로 보이는 점, 청산가리 입수 시기·경위와 감정 결과가 명확하지 않았던 점 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재심 전문 변호사 “주변인 권유에 맡아”
2021년 순천지청을 찾은 박 변호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수사 기록을 살펴보니 폐쇄회로TV(CCTV) 영상과 당시 주변인 진술 등 법정에서 충분히 다툴 수 있을 증거 자료가 재판에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당시 검사가 73개에 달하는 증거를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고 자백을 강요해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제출하지 않은 증거가 A씨 부녀의 무죄를 입증할 유리한 증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부녀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지 10년 만인 2022년 1월 박 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법정에서 "딸의 자백이 나오면서 원칙대로 수사했다.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며 청구 기각을 요청했다. 광주고검은 재심 결정에 항고했다.
광주광역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런 상가는 처음"…고 이선균 빈소 간 문성근이 전한 뒷얘기 | 중앙일보
- 불륜녀 끼고 항암까지 다녔다…남편 욕창 걸리자 아내의 선택 | 중앙일보
- “박정희 경호 보니, 이거 참…” 日재계 거물이 본 섬뜩 장면 (69) | 중앙일보
- "1인당 30만원, 이 돈이면…" 골퍼 40만명 제주 버리고 간 곳 | 중앙일보
- 신기한 '정치 MBTI'…와, 내가 이 사람 닮았어?
- 조금만 걸어도 다리 피로? 자칫 다리 절단할 수 있습니다 | 중앙일보
- 언제든 수유, 낮잠도 봐주는 고교…텍사스에 '고딩 엄마' 많은 이유 [세계 한 잔] | 중앙일보
- 朴땐 "국정농단 통로" 文땐 "버킷리스트 출장"…제2부속실 역설 | 중앙일보
- 美 도발하는 후티, 그 뒤엔 이란 있다…'컨테이너 전쟁' 목적은 [이철재의 밀담] | 중앙일보
- 치마입은 비상구 도입? 허은아 "국민 세금 가지고 장난하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