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독립’ 라이칭더 새 대만호 선장…양안관계 격랑 속으로

김상도 2024. 1. 1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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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당선인은 누구…광부의 아들, 의사 출신
양안관계 개선·어려운 경제상황 타개가 우선 과제
13일 밤 대만 타이베이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총통 선거에서 승리를 선언한 뒤 취재진 앞에 손을 흔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3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자수성가한 ‘광부의 아들’이 대만 총통에 당선됐다.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65)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라이 당선인은 1959년 신베이(옛 타이베이현)의 시골 해안마을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생후 95일 만에 아버지가 광산 사고로 별세하고, 어머니가 그를 비롯한 6명의 자녀를 홀로 키웠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수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대만대 의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학 석사, 국립성공대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종합병원에서 내과 의사로 활동하다가 정계에 입문한 것은 1994년이다. 과거 업무 수행차 차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직접 부상자를 구한 일로 ‘인의’(仁醫)라는 별명도 얻었다.

라이 당선인은 일찍부터 민진당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아온 인물이다. 입법위원(국회의원) 내리 4선에 성공한 뒤 2010년부터 타이난 시장을 지냈다.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한 건 2017년이다. 당시 경제지표 부진과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린취안 행정원장(국무총리 격)의 뒤를 이어 행정원장 자리에 올랐다. 2019년 민진당 내 총통 후보 경선에서 차이잉원과 경합했다가 패배한 후 그의 러닝메이트가 됐고 2020년 5월 차이 총통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부총통이 됐다.

라이 당선인은 부인 우메이루 여사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우 여사는 대만전력공사에서 근무했다. 그가 타이난 시장에 출마하자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며 자청해 타이난 영업소에서 가오슝으로 근무지를 옮기기도 했다. 첫째 아들 라이팅위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딴 뒤 현재 미국 민간 기업에서 근무 중이다. 차남 라이팅옌은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뒤 대만으로 돌아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라이 당선인은 차잉잉원 현 총통보다 더 강경한 ‘대만 독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2014년 타이난 시장 시절 중국 상하이 푸단대에서 한 발언은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그는 푸단대 관계자들 만난 자리에서 “대만 독립은 대만인의 자결권을 위한 것이며 대만 내에서 완벽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말해, 중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중국 당국은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언론들이 보도하기도 했다.

반중·친미라는 색채가 강하다 보니 일본과의 관계도 매우 중시한다. 정치인이 된 뒤 일본을 여러 차례 찾아 대만과 일본의 연대를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인 2019년엔 5일간 일본을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 모리 요시로, 가이후 도시키 등 역대 총리들을 만나며 일본 정계와의 유대를 과시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대만이 미국·일본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연대를 강화할 것이란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 만큼 라이 당선인이 짊어질 과제는 적지 않다. 아무래도 양안관계 개선이 가장 큰 부담이다. 중국은 독립적인 성향을 지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과 아예 대화를 하지 않고 있으며 라이 당선인에 대해서도 ‘급진적인 독립 분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우려하는 점은 라이 (당선인이) 대만공화국 건국을 선언해 현 상태를 바꾸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라이 당선인은 이날 연설에서 “현재 양안 상태를 유지하고 (중국과) 대결보다는 대화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가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가들은 중국이 라이 승리에 대해 긴장을 고조할 수 있는 대규모 훈련으로 대응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라이 당선인은 그가 점점 더 호전적으로 변해가는 중국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이 지역의 위기를 피할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안 문제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대만 내에서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먼저 타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의 압박 속에서 날로 악화하는 대만 민생과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반중 독립 기류를 타고 당선되긴 했지만 집권 민진당의 경제 실정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심판론도 막판까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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