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기(Possibly, Here)' 전시 속으로
Q : 〈아마도, 여기 Possibly, Here〉 프로젝트를 기획한 ‘턱괴는여자들’은 어떤 팀인가
A : 인문학과 공감능력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 출판사이자 전시기획사다. 구성원은 큐레이터 정수경, 송근영 그리고 김진혁. 사회 도처에 있지만 정확히 규정되지 않은 밝은 사각지대를 찾아 조명하는 게 우리 미션이다.
Q : 프로젝트 구성은
A : 지난 10~11월 뉴스레터로 발행한 다섯 편의 블라인드 에세이, 12월에 진행한 오프라인 전시, 그리고 2024년 상반기에 출간될 책으로 이뤄진 프로젝트다.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도만사에서 브라질 시각 예술가 ‘캐럴 슈디악(Carol Chediak)’의 연작을 소개하며 사진과 글로 프로젝트 주제인 외로움의 형성 과정을 살핀다.
Q : ‘외롭다’는 개념을 조명하게 된 배경은
A : 우리가 처음 파고든 주제는 여자 야구였다. 18개월 동안 국내외 자료를 모으고 20여 명을 인터뷰하면서 야구장에 여성이 설 자리가 없다는 걸 실감했다. 여자 야구선수에게 마운드라는 장소가 막막하고 외로운 곳이듯, 특정 주체가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이나 장소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해 꾸준히 사례를 모으게 됐다.
Q : 슈디악과 프랑스에서 운명적으로 조우했다고
A : 2022년 9월 프랑스 문화부가 주최한 국제 큐레토리얼 위크숍에 한국 대표로 초대받아 다양한 아티스트를 만났다. 그중 가장 와닿은 작품이 슈디악이 담은 양로 시설 노인들의 초상 시리즈였다. 그녀가 브라질의 베타니아 양로원에서 5년간 요가 강사로 자원봉사하다가 우연히 찍기 시작한 사진이다. 그녀의 작품은 양로원의 1.52평 단칸방에서 만들어지는 노년의 다양성과 정체성에 주목한다. ‘외로움은 사회구조적으로 형성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해 오던 우리에게 해답이 주어진 기분이었다.
Q : 할머니가 어린 딸의 액자를 들고 찍은 ‘Possibly, Here/Esther’는 여섯 쌍을 이루는 연작의 시작이다.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는
A : 에스뗄은 양로원의 최고령 할머니다. 슈디악이 여느 때처럼 요가 수업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그녀의 방 앞에 다다른 순간, 그 안에 드리운 빛과 향기, 냄새, 사물 모든 것이 에스뗄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고.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도 되냐는 물음에 그녀는 8개월밖에 살지 못한 딸의 사진과 함께 파인더 앞에 섰다. 그렇게 작은 방에서 98세의 엄마와 8개월의 딸이 시간을 뛰어넘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 이후 슈디악은 자신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은 노인들의 이야기와 초상을 모아 연작을 완성했다.
Q : 사람들이 감응하기 바라는 지점
A : 한국과 브라질 모두 양로 시설은 무연고이거나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이 삶의 마지막을 의탁할 수 있는 곳이다. 슈디악의 사진을 통해 사회에서 지워지기를 기다리는 노인들의 삶과 세계를 존중하게 됐고,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곳을 비출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던지는 질문을 함께 곱씹으며 노년에게 씌워진 단편적 이미지를 비틀어보길 바란다. 외로움과 고립은 정말 개인의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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