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 카베르네 소비뇽의 제왕은 바로…[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2024. 1.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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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머스

미국 와인의 메카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포도를 고르라면 역시나 ‘카베르네 소비뇽’일 테다. 수많은 나파밸리 와이너리 중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카베르네 소비뇽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와이너리가 바로 ‘케이머스 빈야드(Caymus Vineyards)’다. 와인 전문지인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직접 붙여준 별명이다.

케이머스
한 와인으로 와인 스펙테이터 1위 선정 두 차례

1973년 처음 선보인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 와인 스펙테이터 선정 올해의 와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1975년 가장 뛰어난 배럴을 선별해서 만든 스페셜 셀렉션 와인도 1위를 거머쥐었다. 한 와이너리가 같은 와인으로 올해의 와인 1위를 잇달아 차지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후에도 여러 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케이머스는 신화적 명성을 구축했다.

케이머스 빈야드는 1972년 프랑스 알자스 출신 와그너 가문의 척 와그너(Chuck Wagner)가 부모인 찰리 와그너 시니어·로나 와그너와 함께 설립했다. 50년 넘게 가족 와이너리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곳으로 현재는 척 와그너가 두 자녀와 함께 가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머스는 독특한 브랜드 네이밍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와이너리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유자의 성(姓)이 아니라 욘트빌(Yountville) 지역에 살았던 아메리카 원주민 그룹의 이름에서 따왔다. 태초 원주민들의 영혼을 기리고자 한 의도다.

1906년 와그너 가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나파로 이주해 포도밭 70에이커를 구입한 후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1919년 금주령으로 인해 실패를 맛본 이후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1941년 척 와그너의 부친은 현재 러더퍼드 지역 포도밭 70에이커를 구입하고 새로운 와인 양조를 차근히 준비했다. 1975년 나파 지역 유명한 와인 메이커 랜디 던(Randy Dunn)을 양조가로 초빙하고 와인 품질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국 고급 와인 대명사로 명성이 널리 퍼졌다.

케이머스 와인의 특징은 장기간 병 숙성하기에 적합한 충분한 타닌과 보디감이다. 하지만 케이머스 카베르네 소비뇽은 진하게 농축된 덕분에 출시일부터 잘 숙성된 부드러운 과일 향을 자랑한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풍미는 소량 배럴을 엄선해서 양조한 ‘스페셜 셀렉션 카베르네 소비뇽(Special Selection Cabernet Sauvignon)’에서 더 두드러진다.

추천하는 와인은 ‘케이머스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2018(Caymus,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2018)’이다. 나파밸리 16개 서브 아펠라시옹(sub-appellation) 중 저마다 개성이 다른 8개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를 블렌딩해, 복합성과 빈티지 기복 없이 한결같은 스타일을 유지하는 명작이다. 짙은 루비색을 띠고 글라스 테두리에 자줏빛 색조가 나타난다. 아로마는 잘 익은 과일 향과 정향, 블랙베리, 초콜릿, 진한 체리, 바닐라, 그레이엄 크래커 등이 두드러진다. 마셔보면 잘 익은 과일 단맛과 검은 감초의 풍미가 풍부하고, 건조하고 투박하면서도 귀족적인 부드러움을 갖춘 타닌이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하며 입안에 오래 남아 긴 여운을 선사한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갈빗살 숯불구이, 양고기구이, 쇠고기 후추 스테이크 등을 추천한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2호 (2024.01.10~2024.0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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