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바르고 입술 빨갛게 칠한 신라 화랑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그런데 이 영화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제국주의 페르시아에 맞선 민주 국가 그리스의 승리를 응원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크세르크세스 황제가 “나는 관대하다”라고 말할 만큼 페르시아가 스파르타보다 피지배층에 너그러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 북부에서 내려온 도리아 민족 스파르타인들은 기존 원주민(헤일로타이)을 노예로 삼았습니다. 동시에 이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모든 스파르타 남성을 군인화했습니다. ‘약한 자는 살 수 없다’는 이념으로 기형아는 즉시 살해했습니다. 아주 억압적인 국가였던 거죠.
반면 페르시아는 건국자 키루스 황제 당시부터 피지배 주민의 종교와 관습을 인정하고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했습니다. 지금 봐도 세련된 문명이었던 거죠. 특히 키루스 황제는 바빌론에 잡혀와 있던 유대인을 해방시키고 예루살렘 재건까지 챙겨 ‘하나님이 기름 부은 자, 메시아’라고 칭송받았다고 성경 이사야서에 기록됐습니다.
이보다 아쉬운 건 의상 고증입니다. 페르시아 황제가 온몸에 장신구를 하고 헐벗고 다니거나, 아무리 용맹한 스파르타 군인이라도 맨살에 가죽 속옷만 입고 싸울 리는 없는데 말입니다.
현실은 어땠을까요? 일단 고대 그리스인들은 하얀 미니 원피스와 키톤을 입고 그 위에 청동 투구와 갑옷을 걸쳤습니다. 손에는 방패와 창을 쥐고 전쟁터로 나갔죠. 당시만 해도 바지는 북쪽 야만족이나 입는 의상이었거든요. 영화와 달리 걸리적거리는 망토도 걸치지 않았고요. 스파르타의 경우에는 다른 폴리스와 달리 빨간 키톤에 머리를 길러 땋았다고 하죠. 우리가 상상하는 전사들의 모습과 달리 다소 ‘페미닌’한 모습이었던 겁니다.
역사서에도 페르시아 전령이 “모든 무가를 내려놓으라”며 항복을 권고하자 레오니다스 왕은 머리를 풀어 빗으면서 “와서 가져가라”고 답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영화가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면 다소 기괴했을 수도 있겠네요.
우리나라도 비슷했던 모양입니다. 신라 화랑이 하얗게 분을 바르고 입술을 빨갛게 물들였고 조선 중기까지 남성도 화장을 하고 귀걸이, 목걸이 등 장신구를 했습니다.
최근 남성용 화장품 매출이 늘어나는 등 패션에 관심을 쏟는 남성이 증가하면서 해외에서 한국 남성이 세련됐다고 평가한다고 하더군요. 그게 다 조상님으로부터 내려온 ‘있어보이즘’ DNA가 경제 성장과 함께 부활했기 때문일까요. 그러니 어르신들은 화장하는 청년들을 고깝게 보지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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