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백성에게 있지만 답도 백성에게 있다"

윤성효 2024. 1. 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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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권 대하소설 <백성> 쓴 김동민 작가 독자와 만나... '단군왕검', '2차 진주성 대첩' 구상

[윤성효 기자]

 대하소설 <백성>을 펴낸 김동민 작가가 13일 오후 경남 하동 박경리문학관 세미나실에서 독자 만남 행사를 했다.
ⓒ 윤성효
 
박경리 선생의 <토지>보다 긴 대하소설 <백성>(문이당 간)을 펴낸 김동민(69) 작가가 또 다른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일제에 의해 왜곡된 '단군왕검'과 그동안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패배한 전투인 '2차 진주성 대첩'에 대한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김동민 작가는 13일 오후 경남 하동 박경리문학관 세미나실에서 독자 만남 행사를 열고 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출간한 <백성>은 200자 원고지 3만 2000장 분량으로 5부 21권으로 되어 있다.

<백성>은 조선시대 철종 때부터 해방까지를 다루고 있다. 김 작가는 "시간적 배경은 삼정 문란이 심하고 외척의 세도 정치가 아주 기승을 부리던 철종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공간적으로는 진주를 비롯한 경상도를 중심으로 서울, 부산, 일본, 미국, 러시아까지 다루고 있다"라며 "등장 인물은 조선인뿐만 아니라 일본인, 미국인, 중국인, 러시아인, 프랑스인 등 400여 명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비화'와 '옥진'의 두 사람이 이끄는 두 가문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비화'는 문무를 두루 갖춘 무관 김호한과 윤씨 사이에서 태어난 무남독녀이다. 천석꾼인 비화의 조부 김생강의 소작인이었던 임배봉과 재취 운산녀는 죽은 김생강에게 원한을 품고 비화 집안에 복수의 칼을 갈며 사악한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이다.

비화와 친자매처럼 지내던 중 대사지 숲속에서 임배봉의 자식들인 점박이 형제 억호와 만호에게 몹쓸 짓을 당한 '옥진'은 두 살 위인 비화에게 그 일을 고백하고, 그들은 둘만의 영원한 비밀로 하자고 맹세한다.

김동민 작가는 "비화와 옥진의 두 가문이 사투를 벌이는 게 핵심 내용이다"라며 "조정과 외세의 부당한 억누름에 항거하는 힘 없는 백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백성>을 구상하고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장장 25년이 걸렸다고 했다. 원고 집필을 위해 다니던 학교 교사도 그만 두었다.

그는 "작품 구상과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 5년이 걸렸고, 20년 동안 집필을 했다. 전체 25년에 걸쳐 완성이 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백성>은 처음에 <경남일보>에 연재되다가 중단되었다. 그는 "신문에 소설 앞 부분을 조금 연재했다. 연재 분량으로 하면 50년은 걸릴 거 같아 중단했다"라며 "다니던 학교를 명예퇴직하고 소설 쓰기에 몰두했다. 살아오면서 1/3 이상 넘는 기간 이 작품에 달라 붙은 셈이다"라고 말했다.

소설에서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1862년 진주농민항쟁'과 '여성교육', '천주교 박해'로 크게 3가지다.

그는 "흔히 임술민란이라고 불리었던 '진주농민항쟁'을 중심에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진주농민항쟁을 이끈 인물은 유계춘(柳繼春 1816∼1862)인데 소설에서는 '유춘계'로 묘사해 놓았다"라고 소개했다.

진주농민항쟁 때 백성들은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 진주 망건(網巾) 또 망건, 짝발이 휘양건(揮項巾), 도래매 줌치 장도칼(장독간), 머구밭에 덕서리, 칠팔 월에 무서리, 동지섣달 대서리"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에 대해 김동민 작가는 "역사상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권 노래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힘 없는 민중, 백성들이 이 노래를 부르면서 투쟁을 했던 것"이라며 "진주농민항쟁은 정당한 운동으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여성교육' 관련해 김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여성교육이라고 하면 서울에 있는 이화여대, 숙명여대를 흔히 생각한다. 거기는 선교사들이 선교 목적으로 세운 학교다"라며 "진주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여자 학급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주에서 콩나물국밥을 했던 꼼쟁이 할머니가 계셨고, 그 분의 도움으로 진주에서 여자 학급이 만들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천주교 박해' 관련해 김 작가는 "김대건 신부를 많이 떠올리는데 진주에는 '두무묘'라고 해서 머리가 없는 무덤이 있다. 천주교 전도 활동하다 잡혀갔던 인물이 진주성 밖에 목이 잘린 채 걸려 있었고, 시신은 남강 백사장에 굴러다녔다"라며 "친지들이 시신을 거두어 매장했다. 천주교 성지로 추앙받고 있다.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라고 소개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김 작가는 '단군왕검', '2차 진주성싸움'을 다룬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단군왕검에 대한 이야기가 일제에 의해 왜곡된 게 많다. 지금이라도 바르게 정립해야 한다. 관련 소설을 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긴 임진년 1차 진주성 전투와 달리 계사년 2차 진주성 전투는 패배했다. 그래서 그런지 1차 전투를 다룬 소설이나 작품은 많은데 2차 대첩을 다룬 소설이나 자료가 빈약하다"라며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고, 쉽게 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제 역량이 닿는 한 이에 대한 책을 펴내고 싶다"라고 밝혔다.

김동민 작가는 "모든 문제는 백성으로부터 나오지만 모든 답도 백성에게서 나온다"라며 "왜 '백성'이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떠도는 만백성의 메아리를 한데 모아 '꽝'하고 한 방 세게 후려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경상국립대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동민 작가는 그동안 장편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해 저물녘 티티새>, <가지를 꺾는 나무들>, <비차 1·2>와 소설집 <사막의 천둥>, <빨간 이발관>, <아마존강의 초가집>, <양, 강둑에 서다>, 평전 <꼼쟁이 할매>를 펴냈다.
 
 김동민 작가의 대하소설 <백성>.
ⓒ 출판사 문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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